작년 7월 초 김홍식 씨(75)는 아내와 아침조깅을 하다가 호흡곤란과 함께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근처 병원으로 응급 후송된 김 씨는 체내 제세동기 삽입수술 후 전기충격을 수 십 차례 받았으나 일어나지 못했다. 다급해진 의료진은 김 씨를 고려대병원으로 긴급 후송했다. 김영훈·박상원·정재승 심혈관센터 교수팀은 즉시 환자의 상태를 판단한 후 체외 인공심장을 삽입했다. 이어 부정맥을 정밀 진단하고 전극도자절제술로 부정맥을 일으키는 부분을 절제해 김 씨의 생명을 구했다. 김 씨는 심실빈맥(심실이 빠르게 수축하는 현상)과 심실세동(심실이 빠르고 비효과적으로 떨리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심부전증 환자였으나 수술 후 1년이 지난 지금 단 한차례의 부정맥 재발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부정맥센터는 응급 심장마비 부정맥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24시간 응급 심장마비 부정맥 시술’을 국내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이 시술은 쇼크상태인 환자에게 체외 인공심장을 설치한 후 3차원 정밀진단법으로 부정맥의 근원지를 색출 및 제거한다. 그동안 급성 심장마비 환자에게 실시됐던 가슴압박 및 전기충격요법 등 소극적인 응급처치와 달리 치명적 부정맥을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치료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영훈·박상원·심재민·이대인 순환기내과 교수, 손호성·정재승 흉부외과 교수, 황성호 영상의학과 교수, 이성우 응급의학과 교수 등 부정맥팀이 응급 심장마비 환자를 담당한다.
센터에서는 3인 이상의 심장내과·심장외과·영상의학과·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 이상의 부정맥 전문 간호사와 임상기사, 코디네이터가 한 팀을 구성해 24시간 순환 근무를 실시한다. 심장이 멈춘 부정맥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의료진은 체외 인공심장 설치여부를 판단해 10분 이내로 인공심장을 설치하며, 이후 부정맥을 제거하는 시술을 시행한다. 시술 후 환자가 치명적 부정맥으로부터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약 6시간 동안 심장혈관계 중환자실에서 면밀하게 관찰한다. 1~2주 이내에 환자 상태가 안정되면 심장마비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지 평가하며, 정기적인 통원으로 환자의 건강상태를 꾸준히 확인한다.
병원 밖에서 심장마비가 발생하면 상황은 분초를 다툴 정도로 위급하게 돌아간다. 그러나 환자가 전기제세동 요법에 반응하지 않거나 부정맥이 반복적으로 재발할 때에는 치명적인 위험 상황에 놓이기 된다. 이 때문에 악성 부정맥으로 인한 심장마비가 나타나는 경우 응급치료가 조금만 지체돼도 생명을 잃을 수 있다. 급성 심장마비 발작 시 어떤 응급 치료를 하느냐가 생사를 결정지을 만큼 초동 대응은 중요하다.
김영훈 고려대 안암병원 부정맥센터장은 “최근 치명적 부정맥으로 인한 급성 심장마비 환자가 늘고 있으나 이를 치료하기 위한 시스템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라며 “24시간 응급 심장마비 부정맥 시술을 더욱 발전시켜 더 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