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인, 당화혈색소 0.27%p 더 감소 … 비만도 낮을수록 당화혈색소 수치 잘 떨어져
서울대병원 조영민 내과 교수(왼쪽), 한서경 의학연구협력센터 교수
‘DPP4 억제제’ 계열의 당뇨병 치료효과가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더 우수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비만도가 낮기 때문이며 인종이나 체형에 따라 당뇨병 치료제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조영민 내과·한서경 의학연구협력센터 교수팀은 국제논문에 발표된 임상연구에 참여한 1만8328명의 당뇨병 환자를 재분석해 이같은 연구결과를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당뇨병학’(Diabetologia) 올 4월호에 게재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연구팀은 54개의 임상연구를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13개)와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41개)로 나눈 후, DPP4 억제제를 사용했을 때 당화혈색소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서양인은 DPP4 억제제를 투여받은 비교군이 투여받지 않는 대조군에 비해 당화혈색소가 평균 0.65% 포인트 떨어진 반면 동양인은 평균 0.92% 포인트 낮아졌다. 즉 동양인에서 당화혈색소가 0.27% 더 유의하게 하락했다.
당화혈색소는 최근 3개월간의 평균혈당 변화 추세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로 7%미만으로 조절돼야 치료가 순조로운 것으로 평가한다. 이런 7% 미만 비율 환자도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높게 나타났다. 동양인에서는 DPP4 억제제를 투여받은 비교군이 투여받지 않은 대조군보다 당화혈색소 수치 조절에 성공한 비율이 3.4배 높았다. 반면 서양인에서는 1.9배에 그쳤다.
연구팀은 동양인이 치료 효과가 더 우수한 것은 낮은 비만도와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당뇨병 환자의 비만도(BMI,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가 낮을수록 DPP4 억제제 치료 후 당화혈색소 수치가 잘 떨어졌으며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비만도가 더 낮게 나타났다.
조영민 교수는 “한국 의사들은 DPP4 억제제를 사용하면서 서양인을 중심으로 이뤄진 연구결과보다 이 약제의 효과가 더 강력함을 느껴 왔는데, 이런 생각이 맞았음이 증명됐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한국인에 특화된 당뇨병 맞춤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012년 대한당뇨병학회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1명은 당뇨병 환자이며 2명은 고위험군이다. 성인 10명 중 3명이 당뇨병의 위협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최근 당뇨병 치료에 많이 이용되는 DPP4 억제제는 위장관에서 나오는 인크레틴의 효과를 증강해 인슐린(혈당을 낮춤) 분비는 증가시키고 글루카곤(혈당을 올림)분비는 감소시켜 혈당을 조절한다. 식사를 하면 위장관에서 인크레틴이라는 호르몬이 나와서 인슐린 분비를 돕는데, 이러한 인크레틴은 DPP4라고 하는 효소에 의해 급속히 분해되므로 이를 차단하는 DPP4 억제제를 투여하면 인크레틴의 효과가 증강될 수 있다. 이 약제는 저혈당의 위험이 낮고 치료에 따른 체중 증가가 적다는게 장점이다.
현재 국내DPP4 시장에는 다국적 제약회사 제품 4종(한국MSD 자누비아, 한국노바티스 가브스, 한국BMS 온글라이자, 한국베링거인겔하임-한국릴리 트라젠타, 이상 발매일순) 국내 제약사 제품 1종(LG생명과학 제미글로) 등이 출시돼 있으며 지난해 1000억원을 상회할 정도로 많은 양이 처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