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63·서울시 용산구 새누리당 의원)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17대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면서 변호사로 활동해 2억6491만원의 소득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총38건의 수임사건 중 36건, 즉 94%에 달하는 사건이 모두 LG그룹과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 특정 대기업 집중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김성주 국회의원은 6일 열린 진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고 “LG그룹과의 특수한 관계가 의심되는 진영 후보자가 보건복지부장관으로 취임하면 의약품·화장품 등 안전관리 업무는 물론 제약산업 육성,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 등 당면한 과제 수행에서 특정 기업을 의식한 편파행정이 아니라 공정하고 특혜 없는 보건복지 행정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LG그룹은 보건복지부 및 신설 예정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행정 영역과 관련, 계열사로 LG생활건강과 LG생명과학을 두고 있다.
진 후보자는 1987년 2월부터 1994년 7월까지 LG그룹 상임법률고문으로서 재직하다가 퇴직 이후 개인 변호사로 활동해왔으나 이 기간에 이뤄진 수임 건수의 77%도 LG그룹과 관련된 것으로 드러났다. 즉 개인 변호사로서 수임한 전체 사건 269건 중 208건이 LG 그룹 관계 회사들로부터 의뢰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진 후보자는 1997년 이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보좌역을 맡으며 실세 정치인이 됐다”며 “LG그룹이 정치적 보험 차원에서 사건을 몰아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이 변호사를 겸직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돼있다. 하지만 변호인 명단에 국회의원 이름을 올려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비난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18대 국회에는 변호사 겸직을 금하는 법안이 제출됐지만, 18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지난해 1월 의원들의 겸직 논란이 다시 불거졌고, 지난 1월 겸직을 완전히 금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 운영위원회에 계류중이다.
진 후보자는 변호사직을 겸하는 동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비서실장,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 저출산 및 고령화사회 대책특별위원회 위원, 대법관 인사청문특별위원,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특별대책위원,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위원, 민족 화해와 번영을 위한 남북평화통일 특별위원회 간사 등을 지냈다. 18·19대 국회의원 때는 변호사직을 쉬었다.
그는 2004년 4월 총선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되면서 ‘친박(親朴)’으로 분류됐고, 2007년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캠프 불참 및 세종시 이전 반대 투표로 ‘탈박(脫朴)’이 됐다가, 지난해 대선 승리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복박(復朴)’이 된 관운이 좋은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