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의학원은 암세포의 노화를 증진시켜 방사선 암치료의 효율을 높이는 물질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연구는 이재선 한국원자력의학원 박사팀이 교육과학기술부의 방사선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고, 연구결과는 유럽분자생물학회(EMBO)가 발행하는 ’분자의학 저널(Molecular Medicine Journal)’ 최신호에 게재됐다.
세포 노화란 세포분열이 영구적으로 중단되는 것으로, 암세포는 정상세포와는 달리 노화 과정 없이 끊임없이 분열하는 특징이 있다. 암세포의 이런 무한증식도 노화 과정에 의해 영구적으로 억제될 수 있음이 최근 알려지면서, 암세포의 노화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려는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임상적 치료용량의 방사선에 의해 암세포 DNA가 손상되면 암세포가 매우 빠르게 노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항암제와 방사선에 의해 암세포 노화가 일어나면 암세포는 더 이상 증식하지 못하고 노화된 암세포는 체내 면역작용에 의해 제거돼 발암과정이나 암 악성화가 효율적으로 억제될 수 있다. 하지만 방사선으로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수반되는 암세포내 단백질들의 변화가 암세포 노화를 저해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 박사팀은 방사선에 의해 ‘Wig1’이라는 단백질 발현이 증가해 암세포 노화에 필수적인 ‘p21’ 단백질을 직접 분해함으로써 방사선 치료과정에서 암세포 노화를 저해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또 ‘Wig1’단백질 발현을 제어하면 방사선에 의한 암세포 노화 저해가 진행되지 않아 방사선 암 치료효과가 증진됨을 확인했다.
이 박사팀이 발굴한 ‘Wig1’단백질 조절에 의한 암세포 노화증진 현상은 폐암 환자의 검체 및 종양이식 생쥐모델 등 여러 암세포주에서도 확인됐다. Wig1은 암세포 노화조절 분자로 현재 국내 특허가 등록됐고 국제특허(PCT) 출원 후, 미국 특허도 출원했다.
이 박사는 “방사선 치료를 받는 암환자의 유전적인 특성에 따라 방사선 반응성(치료효과)을 예측할 수 있다”며 “암 종류에 따라 환자에게 맞는 최적 맞춤치료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치료 효율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5년 이내에 유방암, 간암 등의 방사선 치료효율을 높이고 부작용을 개선할 표적물질의 임상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선 한국원자력의학원 박사팀은 이달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원자력선진기술연구센터에 선정돼 방사선으로 암세포 노화를 제거하는 기술과 종양 주변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는 암 악성화 방지 및 면역활성화에 의한 항암효과 증진에 실질적으로 활용할 타깃 분자 및 특허 확보를 통해 방사선치료 효율 증진 및 부작용 극복 기술로 연계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