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제약이 먹는샘물 브랜드 점유율 1위 제품인 ‘삼다수’ 유통권을 손에 쥐었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 3133억원 중 ‘비타500’이 834억원, ‘광동옥수수염차’가 442억원 등의 매출을 올려 건강음료 매출이 약45.5%를 차지한 이 회사는 이번 삼다수 인수로 내년에는 회사 전체 매출의 70%안팎이 건강음료 부문에서 나올 전망이다. ‘무늬만’ 제약회사이지 실상은 ‘음료회사’라는 제약업계의 정체성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진출한 생수 시장에서도 기대 이상의 수익이 나올지 제약 ·식품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과도한 삼다수 유통권 인수 조건 … ‘무리수 될 것’ VS ‘장기적 안목으론 득’
광동제약은 삼다수 유통권을 확보한 앞으로 4년간의 계약기간에 600억~700억원의 발전기금을 제주도에 환원하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롯데칠성음료, 코카콜라음료, 아워홈, 남양유업 등을 제치고 제주도 외 지역의 유통사업권을 확보했다. 이밖에 유통권 입찰 당시 제안서를 통해 광동제약이 제주도에 설립한 가산장학재단의 장학금 지원, 제주도 옥수수 계약단지 조성, 광동한방병원 제주분원설립, 제주도 인재 채용 등을 약속했고, 제주개발공사가 공을 들이고 있는 ‘감귤주스’도 전국에 유통하기로 했다.
아직 제주개발공사와 광동제약의 최종 협약이 끝나지 않았지만 광동제약이 부대조건을 모두 수용할 경우 600억~700억원대 발전기금 외에도 수 백억원대의 간접비용이 추가로 들어 채산성이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농심이 삼다수로 거둔 매출은 1903억원이지만 증권가와 음료업계는 광동제약이 이중 절반인 1000억원 가량만을 매출로 거둬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삼다수가 최고 생수 브랜드이긴 하지만 농심의 유통망과 영업능력이 뒷받침돼야 1900억원대 이상을 팔아치울 수 있다는 추정에 바탕한 것이다.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음료제품의 순익은 5% 남짓이고 히트 제품이라야 10%선에 근접한다”며 “만약 1000억원대를 팔고 10%안팎의 순익을 올린다고 해도 과연 연간 150억~200억원에 달하는 제주개발공사와의 계약조건을 충족시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광동제약이 삼다수의 브랜드파워를 밑천 삼아 비타500, 광동 옥수수수염차, 힘찬하루 헛개차 등의 건강음료와 장차 슈퍼마켓 편의점 등에서 판매가 확대될 일반약(비상상비약) 및 의약외품 등을 끼워팔기 식으로 유통시키면 시장에서 성공하지 않겠느냐”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광동제약이 삼다수 유통권을 인수했을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무리수가 될 가망이 높다고 식음료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특히 농심이 라면·스낵 등을 아우르는 강한 유통망을 바탕으로 이르면 오는 12월부터 중국 길림성 안도현에서 채취한 백두산 화산 광천수 ‘백산수’를 국내에 출시하고, 몸에 이로운 기능성을 강화한 새로운 콘셉트의 커피 제품으로 조만간 커피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한 바 있어 삼다수의 공백을 광동제약이 쉽사리 독차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고부가’ 제약기업으로서 정체성 상실 VS 엄혹한 경영환경서 생존 위한 ‘사업다각화’
제약업계는 광동제약이 삼다수의 유통 사업계약을 완료하면 음료매출의 비중은 더욱 커져 제약사로서의 정체성이 거의 사라질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2007년 광동제약은 음료매출이 지나치게 커지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사업목표를 분명히 하라’는 사명 변경을 권고받기도 했다.
우황청심원과 쌍화탕 등 한방제품으로 1990년대 중반까지 높은 성장세를 보이던 광동제약이 건강음료 중심 회사로 전환된 것은 2000년 의약분업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게 주된 원인이다. 한미약품 대웅제약 유한양행 등이 개량신약 개발, 외국 오리지널 전문약 공동마케팅으로 재미를 본 반면 광동제약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01년 비타500을 내놓고 시장 잠식 내지 후퇴를 모면하려 애썼다.
물론 한방 일반약과 건강음료에 주력하면서도 제네릭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인력을 영입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대부분 오래 버티지 못하고 광동제약을 떠나는 쓸쓸한 뒷모습을 남겼다는 게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전문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85%에 달하는 상황에서 광동제약은 순수 의약품매출이 총 매출의 37.7% 수준인 1180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중 일반의약품의 매출 비중은 55%를 웃돌아 전문약의 비중이 절대 열세인 기형적인 매출구조를 갖고 있다.
한방과학화로 성공했지만 의약분업 시대 적응 못해 위기 맞아
광동제약은 설립 당시부터 ‘한방 과학화’를 창업 이념으로 내세워 독창적인 한방 의약품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금은 ‘비타500’(219억원, 전체 매출의 6.9%), ‘우황청심원’(220억원, 7.0%)과 ‘쌍화탕’(150억원, 4.8%)을 제외하면 연매출 10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급 전문의약품이 없어 안정적 성장기반이 약화됐다는 평가다. 비타500의 경우 처음 몇년간의 유사제품의 범람으로 이익이 거의 나지 않다가 시장이 정리되면서 최근에야 제법 돈을 버는 구조가 됐다는 후문이다.
제약업계는 광동의 음료부문 비중이 점점 높아지자 ‘이제는 제약업체로 효력이 다했다’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B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업계 경영환경이 엄혹한 가운데 생존을 위해 사업다각화에 나서는 것도 훌륭한 묘책”이라면서도 “대형트럭으로 음료를 가뜩 실어 남는 수익과 연구개발을 통해 우수의약품을 내놓을 때 버는 수익을 비교한다면 어느 것이 더 고부가가치 사업인지는 광동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음료식품은 초기 매출은 좋지만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 안정성이 없고, 의약품에 비해 성장 속도가 떨어지는 특성을 보인다. 일본 오츠카는 본업인 첨단신약 연구개발에 충실하면서 부업인 음료사업에도 열심인 반면 광동제약은 연구개발을 등한시해 본업과 부업이 전도된 양상이어서 대조적이다.
혁신형 제약기업 지정 ‘철회’ 위기 … 연구개발비 비중 적고 리베이트 제공 혐의
광동제약은 제약회사가 아닌 음료회사라는 제약업계의 부정적 시각에도 지난 6월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돼 논란을 일으켰다. 광동제약은 최근 3년간 의약품 매출액 대비 R&D 비율이 5% 이상으로 선정요건을 충족했다고 주장했지만 지난해 의약품 매출액은 1180억원인데 비해 회사 전체 연구개발비는 49억4800만원(4.2%)에 그쳐 이 기준에 미달인 상태다. 더욱이 전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중은 국내 제약사 최하위 수준으로 매출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2009년에는 2.2%, 2010년에는 1.8%, 2011년에는 1.6%로 후퇴했다. 중소제약사인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 지난해 1454억원의 매출 중 185억원(12.7%)을 제약분야 R&D에 투자한 것과는 완연히 딴판이다. 게다가 광동제약은 지난 7월 의사에게 처방 유도를 위해 의사 5명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다가 불구속 입건돼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 취하될 상황에 몰려 있다.
이에 대해 광동제약 관계자는 “의약품 매출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의약품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가 다른 업체에 비해 높은 수준이고, 음료시장의 매출 비중이 높아진다고 해서 의약품 분야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며 “음료사업에서 거둔 수입을 위기에 놓인 의약품 분야개발에 투자하면서 경쟁력을 갖춘 신약과 개량신약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