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심장판막질환 환자에게 수술이나 마취의 부담없이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마련되고 있다.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심장내과 교수팀(사진)은 2010년 2월 국내 최초로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가슴을 여는 심장수술이 아닌 카테터(catheter)를 이용한 경피적 대동맥판막스텐트시술을 시행한 이후 단일기관으로는 아시아 최대 치료 건수인 총 52건을 성공시켰다고 31일 밝혔다.
대동맥판막스텐트시술은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치료법으로 최근에는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로 공식 인정돼 고령 판막질환치료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수술받은 54명 중 2명을 제외한 52명에서 시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시술 후 한 달간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또 시술을 받은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78세로 이 중에는 92세 할머니도 포함돼 있다.
지난 4월 92세의 김모 할머니는 심하게 숨이 차고 가슴의 통증을 호소해 검사를 받던 중, 대동맥판막이 완전하게 열리지 않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진단이 나왔다. 이 질환은 치료하지 않면 2년 내에 사망할 확률이 50%에 달하고 돌연사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방치할 수 없다. 하지만 92세의 고령인 탓에 전신마취를 하고 가슴을 열어 심장수술을 받기에는 무리였다. 김 할머니는 결국 대동맥판막 스텐트 시술을 받아 심장 기능을 되찾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박 교수팀이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시술 후 심장초음파 검사를 진행한 결과 좁아져 있던 대동맥판막 입구가 2배 이상 넓어지고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의 압력차가 낮아지면서 온 몸으로 원활한 혈액 공급이 가능해졌다.
대동맥판막은 좌심실과 대동맥을 구분하는 판막으로 심장에서 혈관으로 동맥피를 보낼 때 고른 압력이 미치도록 하고 한 번 뿜어져 나간 혈액이 역류하지 않도록 한다. 이 판막이 충분히 열리지 않아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면 협착, 잘 열리기는 하나 완전히 닫히지 않아 혈액의 일부가 역류하면 폐쇄부전이라고 부른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증상은 운동 시 호흡곤란과 심부전, 가슴통증, 실신 등이 나타나고 이 질환이 심해져서 중증의 협착이 되면 진단 후 2년 내 사망률이 50%정도로 치사율이 높으며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심해지면 돌연사의 위험도 급격히 증가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대동맥 판막의 입구의 넓고 좁은 정도의 차이에 따라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압력차가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진단 기준이고 판막구(瓣膜口) 면적의 경우 0.75㎠이하, 압력차가 50mmHg 이상이면 중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