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들이 신종인플루엔자 유행 당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제대로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동욱 서울대병원 암건강증진센터 가정의학과 교수와 김열 국립암센터 전문의 공동 연구팀은 ‘2010년도 전국 암환자 경험 조사’ 자료를 분석, 이같은 결과를 해외학술지인 ‘인플루엔자 및 호흡기 바이러스’(Influenza and other respiratory virus)에 발표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팀은 2010년 암전문의 97명과 그들의 환자 495명(1인당 약 5명)에 대해 암전문의에게는 ‘신종플루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는지’, 환자들에게는 ‘2009년 신종플루 유행이 있었을 때에 예방접종을 받았는지’와 ‘의사로부터 예방접종에 대해 권고를 받았는지’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 예방접종을 받은 환자는 34.1%에 불과했고, 53.5%는 예방접종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의사가 먼저 예방접종을 권장한 경우는 8.3%에 그쳤으며, 암전문의가 신종플루에 대해 바른 지식을 갖고 있을수록 그의 환자가 예방접종을 받았을 확률이 높아졌다.
암 생존자는 이미 치료를 끝냈더라도 인플루엔자에 감염되거나, 이로 인한 합병증을 앓게 될 가능성이 높아져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치료 중인 암환자들의 경우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면 암 치료를 미루거나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에 대한 예방접종은 이에 대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수단이다. 따라서 미국 질병관리본부 등에서는 암환자들은 연령에 관계없이 인플루엔자에 대한 예방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암환자와 암전문의들이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안전성이나 부작용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환자들이 예방접종을 아예 생각해보지 않거나, 또는 예방접종을 원치 않아 의사와 상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드물지만 일부는 의사와 상담했으나, 하지 말라고 해 안 받은 경우도 있었다.
암전문의 가운데 29%는 연령과 관계없이 암환자는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드물지만 암환자에서는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이 합병증을 초래하거나, 효과가 없다고 잘못 믿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암전문의가 예방접종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는 경우 그들의 암환자가 예방접종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은 의사의 올바른 지도가 암환자들의 건강관리에 중요함을 의미한다.
신동욱 교수는 “암전문의들은 예방접종과 같은 예방적 건강관리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고, 보통 본인의 역할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국내외에서는 암전문의들이 암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암 치료 이외의 건강관리를 1차의료 의사와 분담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암병원에는 국내 최초로 암 생존자의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암건강증진센터가 설치돼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이 암환자들의 암 치료 이외의 포괄적인 건강관리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