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1년 국내에서 감염으로 인한 사망원인 중 가장 많은 게 폐렴이다. 인구 10만명당 여성은 17.1명, 남성은 17.2명으로 각각 전체 사망원인 6위,9위를 달리고 있다. 암, 뇌심혈관질환, 당뇨병 등에 이어 폐렴과 알츠하이머병(치매)가 비중 높은 사망원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고령화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반영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요즘처럼 의술이 발달한 시대에 폐렴은 ‘마지막 잎새’나 ‘춘희’와 같은 소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고전적 질병이요,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라 여기기 쉽지만 노년층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젊은 사람은 폐렴에 걸릴 확률이 그리 높지 않고 어렵잖게 치유되지만 노년층은 폐렴 발병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증상도 심각하다.
과거 패션디자이너 앙드레김, 코메디언 배삼룡·백남봉, 김대중 전 대통령, 미국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등이 모두 폐렴으로 숨졌다. 노쇠함과 기존 질환의 합병증으로 폐렴이 도진 경우가 대부분으로 폐렴만 예방했으면 더 오래 살 수 있음에도 세상을 떠났다. 국내 폐렴 사망자의 9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매년 6만여명이 폐렴으로 숨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폐렴구균, 항생제 내성균주 많아 예방접종 필수
폐렴은 얼추 20여종의 세균·바이러스·곰팡이 등에 의해 유발되지만 주요 원인균은 폐렴구균이다. 폐렴구균은 균혈증과 수막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폐렴구균에 감염되면 항생제로 치료하는 게 일반적인데, 한국은 여러 항생제에 동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 균주의 분리율이 수십 %로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환자는 폐렴구균성 질환의 치료가 쉽지 않을 수 있으므로 고위험군은 미리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해두는 것이 좋다.
폐렴예방 접종이 권장되는 고위험군은 독감예방주사 접종대상과 거의 유사하다. 65세 이상의 노인이거나, 만성 심장질환·폐질환·간질환·신부전·당뇨병·혈액암(백혈병)·에이즈·암 등으로 장기간 투병생활해 면역력이 현저히 저하된 환자, 장기간 혈액투석환자, 알코올중독자, 장기이식수술을 받은 환자 등이 필수적인 백신접종 권고대상이다.
만성질환자들은 폐렴구균에 감염될 경우 치명적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구에 따르면 침습성 폐렴구균 감염에 걸릴 위험성은 건강한 사람 대비 만성 당뇨병 환자가 약 6배, 만성 폐질환 환자 약 7배, 만성심장질환자 약 10배 정도로 높다. 대한노인병학회도 “국내 노인층 증가로 폐렴구균 감염으로 인해 폐렴, 균혈증, 뇌수막염 등에 걸리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증가할 것”이라며 “만성질환자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폐렴구균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감염시 입원율, 사망률이 훨씬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65세 이상의 폐렴구균 예방접종 비율은 0.8%에 불과한 실정이다. 77.1%에 달하는 계절성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률에 비해 턱없이 낮은 상황이다.
접종 후 사망률을 50~80% 가량 낮출 수 있어
대한개원의협의회 김일중 회장은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폐렴구균에 대한 면역력을 형성시켜 모든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을 50%이상(최대 80%) 낮춰주고, 입원치료 기회도 최소 40% 이상 줄여준다”며 “고위험군 환자는 자신 뿐만 아니라 주위의 다른 고위험군이나 가족에게도 치명적인 결과를 유발할 수 있어 예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폐렴구균 예방백신은 23개의 혈청형을 포함하고 있는 한독약품의 ‘뉴모23’백신(다당질백신)과 13개의 혈청형을 포함하고 있는 한국화이자의 ‘프리베나13’ 백신(단백결합백신) 등 2종류가 있다. 김일중 회장은 “병·의원에서 예방백신을 접종할 때는 비용 대비 효과와 포함하고 있는 혈청형의 개수를 따져봐야 한다”며 “무엇보다 만성질환자와 시니어그룹(65세 이상)이 접종하는 만큼 백신이 사용돼온 오랜 접종경험도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혈청형, 비용 대비 효과, 투여 경험 등 따져보고 선택해야 … 독감백신과 접종하면 효과 상승
백신 선택시 첫번째로 고려할 점은 얼마나 많은 혈청형을 가지고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김 회장은 “폐렴구균을 일으키는 혈청형은 90여개가 있고, 시기와 지역, 연령대에 따라 각기 다른 혈청형이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에 보다 많은 혈청형을 포함한 백신일수록 폭넓은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모23의 경우는 시중에 나온 폐렴구균 백신 중에 가장 많은 혈청형을 포함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23가 백신은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원인의 85~90%를 차지하는 혈청형들을 예방할 수 있다.
둘째, 비용 대비 효과다. 최근 영국 정부 자문기관인 ‘백신 및 면역에 대한 공동위원회’(JCVI)는 국가백신프로그램에서 비용 대비 예방하는 혈청형의 폭이 넓다는 이유로 올해도 23가 백신의 접종을 권고했다. 병의원마다 다르지만 뉴모23은 약5만원, 프리베나13은 약 15만원선에서 비보험으로 접종되고 있다.
셋째, 접종경험 부분이다. 오랜 접종 역사를 가진 것은 내약성(안전성)과 효과가 높음을 의미한다. 뉴모23의 경우는 전세계적으로 30년, 국내 20년의 접종 경험을 갖고 있다. 평생 1~2회 접종으로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의 약 60~70%을 예방할 수 있다. 한번 예방접종을 하면 대체로 5~10년까지 폐렴구균에 대한 면역이 유지된다. 만성폐질환 환자가 폐렴구균백신을 독감백신과 함께 접종하면 입원위험률을 63%, 사망위험률을 81% 감소시켜줄 수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계절·연령에 상관없이 접종 필요 … 운동부족, 무리한 여성 다이어트가 감염 위험 높여
김 회장은 “폐렴구균성 폐렴은 겨울, 봄, 가을 환절기뿐만 아니라 과도한 냉방으로 실내외 기온차가 심해지는 여름에도 면역력 저하 등으로 인해 사계절 발생한다”며 “운동부족과 과로,과음,업무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허약한 젊은이들도 취약하기 때문에 접종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젊은층의 경우 평소 활동량이 거의 없고, 밀폐된 장소에서 앉아서 근무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폐활량이 그만큼 줄어들고,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력이 약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폐렴은 감염성질환이라서 밀폐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면 감염될 확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젊은 여성들 역시 무리한 다이어트 등으로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지면 폐렴에 걸릴 수 있다. 겨울철 과도한 난방으로 인한 실내외의 급격한 온도 변화도 폐렴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서지영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렴 환자는 휴식을 취하는 게 중요하지만 몸을 자주 움직이거나 침대에서 일어나 의자에 앉는 등 가벼운 활동도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서 “만약 폐렴으로 통원치료 중인 환자가 갑자기 숨이 차거나 열이 지속되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폐렴 감염을 피하는 방법
- 감기에 주의하고 걸렸다면 빨리 치료한다.
- 하루 7~8시간씩 적절한 시간 잠을 잔다.
취침시 실내온도는 26~28도로 유지.
- 균형잡힌 영양섭취를 한다.
흰쌀밥 대신 적당한 단백질과 현미 섭취
- 규칙적으로 가볍게 운동한다.
- 과음과 흡연을 자제해 면역력을 유지한다.
과음과 흡연을 병행하면 병원균을 여과하는 기도의 섬모운동이 약화돼 폐렴 위험 상승
- 폐렴백신을 맞되 독감주사를 병행하면 효과가 크다.
- 실내습도를 40~50%로 유지한다.
건조한 공기는 폐 건강에 나쁨
- 실내외 온도차는 5도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자주 환기한다.
-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셔준다.
- 만성 환자는 호흡기 점막의 습도를 유지하고 가래가 잘 배출되도록 유도한다.
- 만성 환자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는 연습을 한다.
자료= 서지영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폐렴구균 백신 접종시 사망률 감소
폐렴구균 백신 접종시 : 모든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 50% 감소 (BMJ 2010;340:c1004)
폐렴구균 + 독감 동시접종시 : 폐렴구균성 폐렴으로 인한 입원율이 63%, 사망률을 81% 감소 (Nichol KL. Vaccine S91-93, 1999)
뉴모 23 폐렴구균 백신의 예방효과 : 65%~84%
당뇨병 환자에서의 효과 : 84%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의 효과 : 73%
울혈성 심부전 환자에서의 효과 : 69%
호흡기질환 환자에서의 효과 : 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