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국내 의약품 생산실적이 지난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13일 지난해 국내 의약품 생산실적 총액은 15조 5968억원으로 2010년 15조 7098억원에 비해 0.72%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시장규모(수입 포함)도 19조 1646억원으로 2010년 19조 3472억원에 비해 0.94% 줄었다. 이처럼 지난해 저조한 실적을 나타낸 가장 큰 원인은 일부 일반의약품의 의약외품 전환, 신종플루 진정으로 인한 인플루엔자 백신 생산 감소 때문으로 분석됐다.국내 의약품의 세계시장 점유율도 1.87%였던 2010년보다 소폭 감소한 1.84%였다.
완제의약품, 상위 20개사 50.8% 점유 … 생산실적 상위 40개사는 69.8% 차지
지난해 국내 의약품 생산실적 중 완제의약품의 실적은 14조1094억원으로 전년 대비 0.88% 감소했다. 원료의약품은 1조 4874억원으로 전년 대비 0.88% 증가했다. 완제의약품 생산실적 상위 3개 업체는 동아제약, 대웅제약, 한미약품 순으로 2010년도와 동일했지만 4~10위 업체의 순위에는 변동이 있었다. 녹십자, CJ제일제당,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는 2010년 각각 4위, 6위, 13위를 기록한 한면 2011년 생산실적은 6위, 10위, 16위로 하락했다. 이들 제약사는 인플루엔자 백신 생산량 감소와 공장 이전 등의 영향으로 생산실적 순위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2011년 상위 20개사 완제의약품 생산액은 50.8%를 점유해 전년도 점유율(53.1%)보다 2.3%포인트 감소했지만 1000억원 이상의 생산액을 기록한 업체는 2010년보다 2개사가 늘어 총 40개사로 확인됐다. 이들 40개 업체의 생산실적은 전체 완제의약품 생산액의 69.8%를 점유해 대형 제약업체 중심의 생산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니세프 통해 수출하는 ‘퀸박셈주’ 5가 백신 국내 생산 1위 고수
완제의약품 국내 생산 상위 품목 중 베르나바이오텔코리아의 ‘퀸박셈주’는 지난해에 이어 생산액 1위를 고수했다. 스티렌정, 플라빅스정, 글리아티린연질캡슐 등이 퀸박셈주의 뒤를 이었다. 퀸박셈주는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B형 간염, 뇌수막염을 유발하는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등 5가지 소아질병을 예방하는 백신으로 유니세프(국제연합 아동기금)를 통해 전량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2010년 생산액 2위를 달성했던 녹십자의 신종인플루엔자분할백신 ‘그린플루에스프리필드시린지주’는 신종플루 대유행 종료와 함께 1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2010년 3위 품목인 동아제약의 ‘박카스디액’은 의약외품으로 전환돼 이번 생산실적 집계에서 제외됐다. 박카스디액의 지난해 생산실적은 1598억원이었다.
대웅제약의 ‘알비스정’, 녹십자의 ‘정주용 헤파빅주’, 동아제약의 ‘플라비톨정’, 동국제약의 ‘인사돌정’은 2011년 상위 10위 품목에 새롭게 진입했다. 이중 일반의약품은 인사돌정이 유일하다.
제네릭 시장점유율 약진…오리지널 1위 ‘플라빅스’ 31.5% 감소
2011년 의약품 시장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은 감소세를 보인 반면 제네릭 의약품의 약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한독약품의 동맥경화용제 오리지널 의약품인 ‘플라빅스정’(성분 클로피도그렐)의 2011년 생산실적은 885억원으로 전년 대비 31.5% 감소했다. 이 제품의 제네릭 의약품인 동아제약의 ‘플라비톨정’은 2010년 대비 15.8% 증가했다. 클로피도그렐 제제 단일제 시장에서 제네릭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8.6%로 2010년과 비교해 10.3% 포인트 증가해 점차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뇨병 치료제인 ‘글리메피리드 제제’ 단일제 시장의 경우에도 오리지널 의약품인 한독약품의 ‘아마릴정’은 전년 대비 30.8% 감소한 반면 제네릭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8.4%로 2010년 70.3%에 비해 8.1%포인트 증가했다.
글리메피리드와 메트포르민 복합제(오리지널 의약품: 한독약품 아마릴엠정)의 경우 지난해 5월 이후 제네릭의약품이 처음 출시돼 7개월 만에 기존 시장의 약 11%를 잠식했다. 2012∼2018년에 특허 만료가 예정된 대형 품목은 라미부딘 등 176개다.
중외 ‘제피드’ 등 국산신약 및 개량신약 호조
지난해 국내 개발 순수신약 생산실적은 총 12개 품목이었고 824억4000만원으로 2010년 9개 품목, 654억2000만원과 비교해 약26% 증가했다. 최근 개발된 신약인 부광약품의 간장질환용제 ‘레보비르캡슐’, 보령제약의 혈압강하제 ‘카나브정’, JW중외제약의 발기부전치료제 ‘제피드정’은 기존에 개발된 신약들과 달리 생산실적이 출시와 동시에 증가하고 있어 국내 개발 신약이 의약품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개량신약은 2011년에 12품목이 생산됐고, 생산액은 1011억원으로 2010년 대비 54.2% 증가했다. 생산실적이 큰 폭으로 상승한 개량신약은 한림제약의 골다공증복합제 ‘리세넥스플러스정’과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해열‧소염‧진통제 ‘클란자CR정’, 한미약품의 고혈압복합제 ‘아모잘탄정’ 등이다.
완제의약품 중 전문의약품이 82% 차지… 의약분업 이후 일반약 축소
2011년 국내 완제의약품 생산·수입실적을 전문‧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하면 전문의약품은 11조3846억원으로 전체 82%를 차지했고, 일반의약품은 2조4987억원으로 18%가량을 차지했다. 국내로 수입되는 완제의약품은 95.7%가 전문의약품으로 3조 704억원에 달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전문의약품의 비중은 60.3%, 일반의약품이 39.7%였던 것에 비하면 전문의약품 점유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효군별 생산실적 1위 ‘항생제’, 처음으로 생산량 감소
약효군별 생산실적을 분석한 결과 ‘항생물질제제’는 전년 대비 생산량이 7.58%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1조1892억원으로 여전히 1위를 차지했다. 혈압강하제, 해열‧진통‧소염제, 소화성궤양용제, 동맥경화용제가 뒤를 이었다. 약효군별 수입실적은 항악성종양제, 혈압강하제, 백신류, 동맥경화용제, 당뇨병용제 순이었고, 항악성종양제는 4482억원으로 총 수입액의 14.0%를 차지했다.
2011년 전체 의약품 수출·입 실적 중 수출은 17억7000만달러로 2010년과 비교해 2억3000만달러, 수입은 49억9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억달러 증가해 32억2000만달러 어치의 적자가 나는 등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됐다. 수출 상위 20개국의 경우 2005년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인 일본‧베트남‧중국‧인도 등 아시아 지역 국가가 여전히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탈리아‧터키‧대만‧이디오피아‧스위스‧인도네시아 등은 2010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유럽시장 수출액은 2010년 1억9000만달러에서 2011년 2억7000만달러로 8000만달러 증가해 국내 의약품의 품질경쟁력이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된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별 수입실적은 일본 12.5%, 스위스 11.8%, 독일 10.5%, 미국 9.8%, 중국 9.4% 순이었고 이들 국가를 포함한 상위 20개국이 94.9%를 차지했다.
식약청 의약품안전정책과 김성호 과장은 “국내 의약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적 수준으로 기준규격 및 품질을 선진화해나가겠다”며 “국내 제약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제 협약단체가입과 GMP 모의 사전 실사, 인도네시아 등 외국과의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통해 지속적인 수출지원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