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골신경통은 허리에서 시작해 다리로 뻗치듯 아픈 증상이 특징으로, 허리디스크(요추간판탈출증)를 먼저 의심하기 쉽다. 하지만 손병철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이 좌골신경통의 또 다른 원인으로 ‘이상근증후군(Piriformis Syndrome)’도 고려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1월 19일 열린 2025 대한말초신경학회 16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학회 공식 학술지 ‘The Nerve’에도 최근 게재됐다.
좌골신경통은 좌골신경과 관련된 부위인 엉덩이, 종아리, 발 등에 나타나는 통증이다. 좌골신경은 허리 척수에서 뻗어 나와 엉덩이와 허벅지, 다리, 발까지 이어지는 인체에서 가장 넓고, 가장 긴 신경이다. 따라서 좌골신경통에 의한 통증은 허벅지 바깥부터 종아리와 발에 이르게 된다. 평생에 한 번 이상 겪을 확률이 20~30%에 이를 정도로 흔하다. 일과성인 경우가 많지만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으로 고질화될 수 있어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이상근증후군은 이상근 아래 좌골신경이 이상근에 의해 눌리면서 다양한 증상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이상근은 고관절을 고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회전을 담당하는 이상근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거나 비대해지면 다리로 이어지는 좌골신경을 압박해 엉덩이와 다리 부위에 통증과 저림, 당김 등 방사통 증상과 함께 이상 감각을 초래한다. 이상근증후군은 일반적인 허리디스크와 달리 허리보다는 엉덩이와 둔부(엉덩이 아래쪽)에서 통증이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이상근 증후군만의 증상을 찾기 위해 많은 연구가 선행되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감별이 어렵다.
손 교수팀은 이상근증후군 환자의 좌골신경통 증상을 분석해 정확한 진단을 얻고자 연구에 착수했다. 2021년부터 최근까지 이상근증후군으로 진단돼 좌골신경 감압술을 받은 환자를 1년 이상의 추적 관찰하고, 증상이 50% 이상 개선된 것으로 확인된 32명을 선별해 수술 전 좌골신경통 증상을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환자의 수술 전 통증기간은 평균 5.6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자 32명 중 12명(37.5%)의 환자들은 허리통증도 함께 경험하였다. 좌골신경 감압술 전에 17명(53.1%)이 척추수술을 받았고, 그 중 2명의 환자는 척수 자극까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흔한 증상은 앉을 때의 통증으로, 26명(81.3%)의 환자에서 나타났다. 그 중 18명(62.5%)는 밤에 누워 있을 때도 통증을 호소해, 누우면 통증이 덜 하는 허리디스크와 확연히 다른 증상이었다.
손병철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손 교수는 “신경외과 의사로 20년 넘게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허리수술이 잘 되었는데도 평생 통증에 시달리는 분들의 원인을 찾고 싶은 마음에 연구하게 됐다”며 “허리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명확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이상근증후군이 의심되는 경우 정확한 감별진단이 중요하며, 필요한 경우 신경차단술이나 감압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령 인구 증가에 따라 퇴행성 척추수술을 받은 환자도 늘어나고 있으며, 수술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수술후 실패증후군’(Failed Back Surgery Syndrome, FBSS)을 경험하는 환자도 일부 발생하고 있다”며 “그 중 일부는 이상근증후군이 동반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휴식 시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허리디스크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여 정밀한 진단 후 치료를 계획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의학계에 따르면 대부분(약 85%)의 허리통증은 단순 요통이다. 나머지 15%가 좌골신경통,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 등에 해당한다. 허리디스크 환자의 80% 이상은 4~6주가 지나면 저절로 또는 물리치료의 도움을 받아 회복된다고 알려져 있다. 수술을 요하는 허리디스크는 전체 허리통증의 3% 이하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지적이다.
척추관협착증의 평생 유병률은 20~25% 정도다. 통증이 지속되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겠지만, 다수는 호전과 악화를 반복해 수술까지 갈 필요가 없다.
좌골신경통의 평생 유병률은 13~40% 정도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의 영향으로 좌골신경통이 초래되는 환자의 비율은 70~90%”라며 “나머지는 이상근증후군 등이 원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척추관협착증의 대다수는 경증~중등도여서 수술이 필요하지 않고 보존적 치료로 호전될 수 가능성이 큰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