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들과 산행을 나선 60대 김 씨는 빠르게 정상으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에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산행을 나섰다.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모처럼 하는 운동에 정상까지 기분 좋게 도착했다. 그러나 산에서 거의 내려왔을 때 갑자기 극심한 두통을 느끼며 왼쪽 팔다리가 저려와 그대로 주저앉았다. 응급실로 이송된 김 씨는 뇌졸중을 진단받았다.
입추(8월 7일)를 넘겼어도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단일질환 사망률 4위에 랭크된 뇌졸중은 흔히 추운 겨울에 혈관이 수축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오히려 여름에 더 많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겨울철(1~2, 11~12월) 78만명보다 여름철(7~10월)에는 더 많은 약 80만명이 뇌졸중 위험에 처한다. 김재국 대전을지대병원 신경과 교수의 도움말로 여름철 뇌졸중에 대해 알아본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 손상이 오고 인지기능 장애, 신체장애 등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과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으로 나뉜다. 뇌출혈은 3~4월과 9~11월 등 기온 변화가 큰 환절기에 발병률이 높다. 이와 달리 뇌경색은 여름철에 발병이 증가한다. 지난해 8월 뇌졸중 환자가 늘어난 것도 뇌경색 영향이 크다.
여름철에는 높은 기온으로 인한 체온이 상승해 체내 혈관이 팽창하고 이로 인해 혈류 속도가 느려지면서 뇌세포에 혈액 공급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무더운 여름철엔 땀을 많이 흘려 탈수 증상이 나타나기 쉬운데, 몸속 수분량이 줄면 혈액의 점도가 높아지면서 혈전이 발생하기 쉬워진다. 흔히 '피떡'이라고도 불리는 이 혈전이 혈관을 돌아다니다가 뇌혈관을 막게 되면 뇌경색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평소 고혈압을 앓고 있거나 당뇨병, 부정맥, 뇌졸중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여름철 뇌졸중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실내 냉방으로 인해 체온이 떨어진 상태에서 갑자기 기온이 높은 바깥으로 나갈 때 급격한 온도 차이로 인해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되고 혈관이 수축함으로써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뇌졸중, 골든타임 내에 치료 받는 것이 중요
뇌졸중이 발생하면 △안면 마비 △팔다리 한쪽에 갑자기 힘이 빠지는 증상 △발음이 어눌해지고 말이 나오지 않는 증상 △극심한 두통 △시야 한쪽이 보이지 않거나 사물이 두 개로 겹쳐 보이는 복시 등의 대표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뇌세포는 한번 손상되면 다시 회복되기 어려워 팔다리마비, 언어장애, 치매 등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골든타임, 즉 증상 발현 후 3시간 내에 최대한 빠르게 치료를 받는 게 좋다.
김 교수는 “뇌졸중 증상이 발생했다가 수분 이내 완전히 회복된 적이 있었다면 ‘미니 뇌졸중’으로 불리는 일과성 뇌허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며 “뇌졸중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혈관조영술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기적인 건강검진, 위험요인 관리로 평소 예방
여름철 뇌졸중 예방 대책으로는 체온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온이 높은 낮 시간대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실내에서 활동하는 게 좋다. 실내 온도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사용할 때는 체온이 지나치게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땀을 많이 흘리므로 체내 수분이 부족하지 않게 수분 섭취에 신경 쓰고,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삼간다.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등 식생활 관리도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혈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 뇌혈관질환의 위험요인 관리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급격한 혈압상승으로 인해 혈관이 버티지 못하고 터질 수 있어 고혈압 관리가 중요하다”며 “보건복지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뇌출혈 환자의 70~80%가 고혈압 환자”라고 말했다. 이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 있다면 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하며, 목표로 하는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습관도 필요하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