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근육 두꺼우면 원활한 수축 팽창 어려워 ... 내시경 검사로 미세하게 두꺼운 식도근육 발견 힘들어
삼킴곤란(연하장애) 증상이 심하지만 여러 검사에도 원인을 찾지 못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정밀 검사를 시행한 결과 기존에 알려진 원인 중 하나인 두꺼운 식도근육을 가진 환자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여러 검사에도 결국 삼킴곤란의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 식도근육이 두꺼운 환자가 있을 수 있어 다시 정밀 검사를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기욱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삼킴곤란 증상이 있지만 검사 결과 특별한 원인을 확인하지 못한 200명을 대상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와 내시경초음파(EUS) 검사를 추가로 실시한 결과, 8명(4%)의 환자에서 식도근육이 평균 5mm 정도 미세하게 두꺼운 것을 발견했다고 2일 공개했다.
삼킴곤란은 말 그대로 음식이나 물을 제대로 삼키는 게 힘든 증상으로, 먹는 것 자체가 힘들다 보니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에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삼킴곤란 원인을 진단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식도 크기와 점막 이상 등 식도의 구조적 이상을 확인하기 위한 상부위장관 내시경검사, 위식도 역류질환이 원인인 것을 의심한 양성자펌프억제제(PPI) 치료, 아칼라지아(식도이완불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식도내압검사를 차례로 실시한다. 여러 검사와 치료에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면 신경안정제 등을 사용한다.
이 중 가장 먼저 시행되는 상부위장관 내시경검사 시 내시경이 통과하기 힘들 정도로 식도가 좁은 게 아니면 식도근육이 두꺼운 것을 의심하기는 쉽지 않다.
식도벽을 감싸는 식도근육이 정상인에 비해 두꺼우면 식도근육이 원활하게 팽창 및 수축되지 않아 음식물이 잘 내려가지 않는 삼킴곤란 증상이 생기는 것으로 추측된다. 식도근육이 두꺼워지는 이유는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다.
식도근육이 두꺼워져 삼킴곤란 증상이 생기면 식도근육 일부를 절제하는 시술로 팽창된 식도근육을 느슨하게 만들어 환자들이 음식물을 잘 삼킬 수 있게 만든다.
그 동안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던 삼킴곤란 환자 중 실제로는 내시경으로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미세하게 식도근육이 두꺼운 환자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치료 가능한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정 교수팀은 기존에 상부위장관 내시경검사, 양성자펌프 억제제 치료를 받고 2021년 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식도내압검사까지 받은 환자 중 정상으로 진단된 200명을 대상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내시경초음파(EUS) 검사를 시행해 환자들의 식도근육 두께를 분석했다.
그 결과 8명(4%)의 환자에서 식도근육이 미세하게 두꺼워져 있었다. 식도근육이 두껍지 않은 나머지 환자들 중 무작위로 뽑은 16명의 식도근육 두께는 평균 4.0mm인 반면, 식도근육이 두꺼운 환자들의 식도근육 두께는 평균 9.5mm였다.
또 식도근육이 두꺼워진 8명 중 7명은 식도내압검사 결과 식도의 특정 부위가 특이한 패턴을 보이며 반복 수축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기존 진단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 패턴은 정상으로 진단되는데, 연구팀은 미세하게 식도근육이 두꺼운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나아가 8명 중 4명은 식도팽창기능검사(functional luminal imaging probe, FLIP)를 추가로 받았는데, 4명 모두 팽창성 지표가 심각하게 감소돼 있었다.
정 교수는 “모든 환자들을 대상으로 식도근육 정밀검사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여러 검사에도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 경우 혹시 식도근육이 미세하게 두꺼운 것은 아닌지 다시 정밀하게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킴곤란을 겪는 환자들 중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은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남모를 고통을 겪는데, 이번 연구 결과로 삼킴곤란 진단 가이드라인이 개정돼 조금이라도 더 많은 환자들이 삼킴곤란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및 유럽소화기운동학회 공식 저널인 ‘신경위장관운동학회지’(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 IF=3.5)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