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상경화성 심혈관계 질환(Arteriosclerotic vascular disease, ASCVD) 환자에서 저밀도지단백 결합 콜레스테롤(LDL-C) 수치를 낮추는 궁극적인 이유는 심혈관(CV) 사건을 줄이기 위해서다. PCSK9 억제제 ‘레파타주프리필드펜’(REPATHA 성분명 에볼로쿠맙, evolocumab)은 죽상경화성 심혈관계질환(ASCVD) 환자의 LDL-C 수치 관리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큰 상황에서 빠르고 강력한 LDL-C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
송미영 암젠코리아 의학부 이사는 지난달 29일 개최한 '레파타 미디어 세션‘에서 ’ASCVD의 위험성과 레파타의 혜택’을 주제로 레파타의 심혈관계 위험 감소 효과와 안전성을 소개했다.
ASCVD는 동맥의 내막에 지방과 세포 덩어리(죽종)가 생겨 혈관이 좁아지고, 이로 인해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나타나는데 주요 원인은 고콜레스테롤혈증이다. ASCVD가 진행되면 심장, 뇌, 팔다리에 혈액 부족으로 인한 심뇌혈관 합병증이 발생한다. 관상동맥 심장질환, 뇌졸중, 말초혈관질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ASCVD는 재발 및 사망 위험이 높다.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 경험 환자 3~4명 중 1명이 심혈관질환 재발을 경험하며, 뇌졸중 과거력이 있는 경우 심근경색 위험은 3~4배, 허혈성 뇌졸중 위험은 최대 9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심근경색의 경우, 첫 발생 시 사망률은 약 20~30% 수준이지만, 재발하면 사망률이 약 68~85%까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강도 스타틴 치료에도 불구하고 발병 후 1년 내 LDL-C 목표 수치 도달률은 최대 3명 중 1명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2000년~2016년에 서울아산병원 ASCVD 환자를 대상으로 추적 관찰 결과, 발병 후 1년 이내 LDL-C 목표 수치 도달률은 24.4% 이었다. 특히 고강도 스타틴 치료에도 LDL-C 목표 수치 도달률은 34.1%에 불과했다.
이런 LDL-C 수치 관리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큰 상황에서 레파타가 빠르고 강력한 LDL-C 감소 효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송 이사는 “레파타가 심근경색, 뇌졸중 등 ASCVD를 경험한 전 세계 2만756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중맹검, 무작위, 위약 대조의 3상 ‘FOURIER’ 연구를 통해, LDL-C 강하 효과와 이에 따른 심혈관계 위험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치료 48주 차에 레파타 투여군의 LDL-C는 기저치의 약 60% 낮아진, 30mg/dL(중앙값)으로 강하됐다(P<0.001). 한국인 181명을 포함한 아시아인 ASCVD 환자를 대상으로 한 FOURIER 연구 하위분석에서도 치료 48주 차에 아시아인 환자군의 LDL-C는 기저치 대비 66% 감소돼, 다른 환자군(58%) 대비 LDL-C 강하 효과가 더 큰 것으로 확인되며(P<0.001) 일관되고 강력한 LDL-C 강하 효과를 확인했다.
또 FOURIER 연구 하위분석 결과, 1년 이내 심근경색 경험 환자 중 레파타를 투여한 83.8%가 치료 4주 만에 55 mg/dL 미만의 LDL-C 목표치를 달성했다(P<0.001).
레파타는 입원 중인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에서도 투여 하루 만에 LDL-C 수치가 감소되고, 3일 차부터는 위약군 대비 심혈관계질환 위험이 현저히 감소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FOURIER 연구에서 레파타 투여군은 위약 투여군 대비 1차 복합평가변수(불안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관상동맥 재관류술, 심근경색, 뇌졸중 발생 및 심혈관계 사망에 대한 복합평가지표, MACE+)를 15%(P<0.001), 주요 심혈관계 사건(심근경색, 뇌졸중 발생 및 심혈관계 사망사건에 대한 복합평가지표, MACE) 위험을 20%감소시켰다(P<0.001).
심근경색, 뇌졸중, 관상동맥 재관류술 위험 역시 위약 투여군 대비 각각 27%(P<0.001), 21%(P=0.01), 22%(P<0.001) 유의하게 낮췄다.
1년 이내 심근경색 경험 환자에서도 위약군 대비 1차 평가지표(MACE+)를 약 19%, 2차 평가지표(MACE)를 약 25% 감소시켰다.
송 이사는 “ASCVD 환자에서 LDL-C를 20mg/dL 미만까지 낮출수록 심혈관질환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이 감소된다는 것이 확인됐고, 레파타와 스타틴을 병용해 더 일찍 장기간 치료할 경우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을 23%까지 낮출 수 있는 결과도 입증됐다(P=0.04)”며“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에도 LDL-C 수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심혈관계질환 초고위험 환자군의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레파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OURIER 임상연구에 참여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FOURIER-OLE’ 연구 및 하위분석에서 최대 8.6년 간 일관된 LDL-C 강하 효과와 우수한 내약성, 안전성 데이터가 확인됐다. 이 연구에서 레파타 투여군의 80.3%는 260주 동안 55mg/dL 미만의 LDL-C를 유지했다.
국내외 진료 지침은 스타틴/에제티미브보다 강력한 LDL-C 조절을 권고하고 있다. 2022년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LDL-C 목표를 55mg/dL로 낮추고 기저치 대비 50% 이상 감소시킬 것을 제시하면서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만으로는 이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탓에 레파타 같은 PCSK9 억제제 추가 사용을 권고했다.
현재 치료 가이드라인은 목표 LDL-C 수치를 55mg/dL 이하로 잡고 있는 반면 급여 기준은 최대 내약 용량의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병용투여 했음에도 LDL-C 수치가 70mg/dL 이상이거나 기저치 대비 50% 이상 감소하지 않는 경우(건강보험 급여기준 상 초고위험군)에 급여로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송 이사는 “한국 지질‧동맥경화학회 최신 가이드라인과 레파타 급여 기준 사이에 간극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학회도 이런 간극을 메우는 데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암젠도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PCSK9억제제는 효소 PCSK9의 활성을 차단해 LDL수용체를 재활용하고 간세포 표면의 LDL수용체 수를 증가시켜 혈중 LDL 결합 콜레스테롤을 낮춘다.
PCSK9은 인간 염색체 1번의 PCSK9 유전자에 의해 발현된 효소로 조직과 세포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PCSK9 입자 하나가 LDL수용체와 결합하면 LDL-콜레스테롤 등 지방분자 3000~6000개가 세포외액(혈장)에서 세포 안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PCSK9는 간과 세포막에 존재하는 LDL수용체와 결합력이 높아 엔도좀(endosome, 여기서는 LDL수용체에 결합한 LDL-C가 세포내흡입(endocytosis)되면서 만들어진 막주머니) 안에서 LDL수용체와 함께 소멸돼 LDL수용체에 의한 LDL의 세포내분해를 지속할 수 없게 만든다.
PCSK9억제제로는 사노피의 ‘프랄런트펜주’(PRALUENT 성분명 알리로쿠맙, alirocumab)와 암젠의 레파타가 있다. 국내서 프랄런트는 암젠에게 열세를 보이고 있다. 레파타의 2022년 글로벌 매출은 12억9600만달러인 반면 프랄런트는 3억7600만유로에 그치고 있다.
레파타는 지난 3월 급여 범위가 넓어졌다. 레파타의 이전 급여기준은 원발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및 혼합형 이상지질혈증, 죽상경화성 심혈관계질환 환자 가운데 ASCVD 초고위험군이었다. 여기서 초고위험군은 주요 ASCVD 2개 이상이거나 주요 ASCVD 1개와 고위험요인 2개 이상인 경우로 정의돼 있다.
여기서 주요 ASCVD는 최근 1년 이내 급성관상동맥증후군, 심근경색 과거력(여기서 최근 1년 이내 급성관상동맥증후군은 제외), 허혈성 뇌졸중 과거력, 증상이 있는 말초동맥질환(ABI<0.85인 파행의 과거력 또는 이전의 혈관재생술이나 절단) 등을 말한다. 이런 주요 ASCVD 가운데 ‘복부대동맥류’를 추가한 게 지난 3월 급여 기준 개정 내용이다. 사노피의 프랄런트에도 같은 급여기준이 적용됐다.
여기에 연 2회 투여하는 PCSK9 억제제인 한국노바티스의 ‘렉비오프리필드시린지’(Leqvio 성분명 인클리시란 inclisiran)가 한두 달 안에 국내 허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PCSK9 억제제 경쟁에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