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희귀 유전질환인 이염성 백질이영양증(이염성백질이영양증(異染性 白質異榮養症, Metachromatic Leukodystrophy, MLD)을 앓는 소아를 위한 첫 유전자 치료제를 허가했다.
미국 보스턴의 유전자치료제 전문기업 오차드테라퓨틱스(Orchard Therapeutics, 나스닥 ORTX)는 ‘렌멜디’(Lenmeldy, atidarsagene autotemcel, 개발코드명 OTL-200)가 증상 발현 전 후기 영아형(pre-symptomatic late infantile, PSLI), 증상 발현 전 조기 연소형(pre-symptomatic early juvenile, PSEJ), 초기 증상성 조기 연소형(early symptomatic early juvenile, ESEJ)을 포함한 통칭 조기 발병형(early-onset) 이염성 백질이영양증 소아 환자의 치료제로 승인받았다고 1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로써 렌멜디는 FDA 사상 최초의 이염성 백질이영양증 치료제가 됐다. 앞서 렌멜디는 2020년 12월 유럽에서 MLD 유전자치료제로 처음 승인을 얻었다. 유럽연합, 영국, 스위스 등에서 승인받았으며 유럽 내 브랜드는 ‘리브멜디’(Libmeldy)다. 이어 2021년 1월 ‘첨단재생의학치료제’(regenerative medicine advanced therapy, RMAT) 지정을 받았다.
이염성 백질이영양증은 아릴설파타제A(arylsulfatase A, ARSA) 효소를 인코딩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희귀하고 치명적인 유전질환으로, 뇌와 다른 신체 부위에 설파타이드(sulfatide, sulfated galactocerebroside, 3-O-sulfogalactosylceramide, 약칭 SM4) 지방이 축적되면서 중추신경계를 손상시키고 신경 손상과 발달 퇴행을 초래한다. 미국에서는 인구 4만명 당 1명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렌멜디는 렌티바이러스 벡터를 사용해 체외에서 환자의 조혈모세포(HSC)의 유전체에 인간 ARSA 유전자의 기능성 사본을 하나 이상 삽입해 근본적인 유전적 원인을 교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전적으로 복구된 HSC 사본을 환자에게 다시 주입해 생착시키면 여러 유형의 세포로 분화돼 일부는 혈액뇌장벽을 넘어 중추신경계로 이동해 기능성 효소를 발현하게 된다. 이러한 접근법은 한 번의 치료로 효소 기능을 회복시켜 질병 진행을 멈추거나 늦출 가능성이 있다.
이번 FDA 승인은 단일군, 라벨공개 방식의 임상시험에 등록됐거나 유럽에서 동정적 사용제도(expanded access framework)를 통해 치료 받은 조기 발병형 이염성 백질이영양증 소아 환자 37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모든 환자들은 이탈리아 밀라노 산라파엘병원(Ospedale San Raffaele)에서 렌멜디를 투여 받고 이후 모니터링을 받았다.
가장 초기에 치료 받은 환자들을 12년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중앙값 6.76년) 렌멜디 치료가 전체 생존기간을 유의하게 연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렌멜디로 치료받은 증상 발현 전 후기 영아형 환자들은 6세 시점에 모두 생존했다. 반면 치료받지 않은 질병 자연경과 그룹에서는 6세 시점에 58%만 생존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후기 영아형 환자들은 치료받지 않은 환자들이 심각한 인지 및 운동 장애를 보였던 연령을 지난 시점에서 운동 기능 및 인지 기술이 보존된 것으로 확인됐다. 치료받은 환자의 71%는 5세 때 도움 없이 걸을 수 있었고 85%는 정상적인 언어 및 동작성 IQ 점수를 보였다.
또한 렌멜디는 일부 조기 연소형 환자에서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와 비교했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운동 기능 및 인지 기술의 보존 효과를 보였다.
환자의 10% 이상에서 나타난 렌멜디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발열성 호중구감소증(85%), 구내염(77%), 호흡기 감염(54%), 발진(33%), 기구 관련 감염(31%), 기타 바이러스 감염(28%), 발열(21%), 위장관염(21%), 간비대증(18%) 등이었다.
앞서 FDA는 렌멜디를 우선심사 대상, 희귀소아질환, RMAT로 지정한 바 있다. 이번 승인과 관련해 오차드테라퓨틱스는 FDA로부터 우선심사 바우처(1억달러 상당, 양도 가능)를 수령했으며 이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맺은 라이선스 계약 조건에 따라 GSK에 양도될 예정이다.
오차드테라퓨틱스는 이번 주에 별도의 발표를 통해 렌멜디 미국 출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발표하기로 했다. 오차드테라퓨틱스는 아직 렌멜디의 가격을 공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높은 비용 때문에 안착하지 못했다. 2021년 7월, 영국의 의약품 비용 감시기관인 국립보건의료우수연구소(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는 이 약이 너무 비싸고 아직 장기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국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정했다.
오차드의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인 보비 가스파(Bobby Gaspar) 박사는 “FDA의 렌멜디 승인은 이전에 지지요법 및 말기 치료 외에 다른 치료 옵션이 없었던 미국 내 조기 발병 이염성 백질이영양증 소아 환자에게 엄청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며 “도움이 필요한 환자에게 이 놀라운 혁신치료제에 대한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접근성이 보장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쿄와기린은 2023년 10월 5일, 4억7760만달러(주당 16달러, 조건부 가격청구권(CVR) 주당 1달러 부여, 실제 선불금은 3억8740만달러)에 오차드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 쿄와기린은 자체 개발한 세 가지 주요 차세대 유망 파이프라인 중 하나인 파킨슨병 치료제 ‘KW-6356’가 2022년 7월, 임상 2상 도중 실패하자 이에 대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오차드테라픽스를 인수하게 됐다. 쿄와기린은 오차드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켰으며 결과적으로 성공한 인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