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인희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팀이 갑상선기능저하증, 특히 뇌내 갑상선호르몬 결핍이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미치는 상호 관계를 최초로 규명했다.
갑상선호르몬은 뇌 발달과 기능에 중요한 호르몬이고 갑상선호르몬 수치의 불균형은 뇌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고 인지장애를 나타내는 알츠하이머병의 발병과 진행에 위험 요인으로 알려졌다.
특히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인지적 기억 능력 저하 및 ‘뇌 안개’(Brain fog, 멍한 느낌이 지속되고 생각과 표현을 분명하게 못함)와 같은 알츠하이머병 유사 증상을 초래한다.
여러 역학 연구 결과에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혈액, 뇌척수액, 사후 뇌 조직에서 갑상선호르몬 수치의 변화가 보고됐지만, 뇌 속 갑상선호르몬 대사 과정의 변화와 갑상선호르몬 결핍이 병리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명확한 기전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쥐의 뇌 속 갑상선호르몬 수치의 변화를 확인한 결과 해마 영역에서 갑상선호르몬의 수치가 질병 초기 단계부터 감소했고, 이는 혈중 갑상선호르몬 수치 감소보다 더 빠르게 일어나는 것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뇌 조직을 이용한 단일세포 분석을 통해 갑상선호르몬 결핍이 뇌에 거주하는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의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혔다.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뇌내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한 알츠하이머성 치매 쥐를 치료하기 위해서 활성형의 갑상선호르몬인 T3를 투여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성 치매 쥐의 기억 및 인지기능 장애가 회복됐고, 뇌내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단백질의 과도한 축적이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광범위한 아밀로이드-베타(Aβ)와 Tau 단백질 병리가 발생하기 전 초기(4개월령) 치매 쥐의 혈액과 뇌 조직 내 갑상선호르몬 수치의 변화를 확인했다.
혈액 내 갑상선호르몬 수치는 정상 쥐와 치매 쥐 간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뇌 내 갑상선호르몬 수치를 비교했을 때 해마 영역에서 특이적으로 정상 쥐보다 치매 쥐에서 활성형 갑상선호르몬, 트리요오드타이로닌(Triiodothyronine, T3)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 정상 쥐와 비교해 치매 쥐의 해마 영역에서 비활성형의 전구호르몬, 티록신(Thyroxine, T4)을 활성형의 호르몬, T3로 전환해주는 제2형 탈요오드효소 (Type 2 deiodinases, DIO2)가 감소된 것을 확인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유래 뇌 오가노이드 모델과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사후 뇌 조직에서도 병변의 정도에 따라 DIO2 단백질 발현이 감소하는 것을 관찰했다.
10주 동안 요오드 결핍 사료를 먹여 갑상선호르몬이 완전히 고갈된 쥐의 해마에서 단일세포 유전자 발현을 분석한 결과 뇌세포 유형 중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미세아교세포만이 요오드 결핍 사료에 의해 상당한 변화를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갑상선호르몬이 결핍된 쥐의 미세아교세포는 자발적인 염증반응 활성화로 인해 베타 아밀로이드에 대한 식세포 작용이 매우 감소했다. 그 결과, 갑상선호르몬 결핍 치매 쥐의 해마에서는 아밀로이드 플라크 증가와 함께 인지 저하가 가속화됐다.
묵인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갑상선호르몬이 뇌에서 베타 아밀로이드에 대한 미세아교세포의 면역반응(베타 아밀로이드 및 타우단백질에 대한 식세포(제거) 작용)을 형성하는 데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힌 것”이라며, “갑상선호르몬 보충을 통한 알츠하이머병의 치료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갑상선호르몬의 불균형과 알츠하이머병의 상관관계에 대해 논란이 많은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의 갑상선호르몬의 감소를 뇌에서 확인하고, 갑상선호르몬의 대사장애 및 미세아교세포에서의 역할을 명확히 해 효과적인 갑상선호르몬 치료요법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 연구에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보건복지부의 재원으로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Korea Dementia Research Center, KDRC)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번 연구 성과는 3월 16일에 저명 학술지인 '사이언스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IF=13.6)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