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인근 웨스트 콘스호호켄(West Conshohocken) 소재 마드리갈파마슈티컬스(Madrigal Pharmaceuticals, 나스닥 MDGL)가 개발한 ‘레즈디프라’(Rezdiffra, 성분명 레스메티롬 resmetirom, 개발코드명 MGL-3196)이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hepatitis, MASH, 옛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 NASH)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가속승인을 14일(현지시각) 받았다.
이로써 레즈디프라는 FDA 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MASH 치료제가 됐다. NASH라는 병명이 미국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의 의학자들에 의해 처음 명명된 지 약 40년 후에 악명 높은 ‘신약개발 실패의 무덤’을 벗어나 처음으로 빚을 보게 됐다. 아울러 미국 성인의 약 5%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는 MASH 환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게 됐다.
레즈디프라는 이번에 중등도 및 진행성 간섬유증(섬유화 단계 F2에서 F3까지, 간의 흉터)이 있는 비경변성(noncirrhotic)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성인 환자의 치료제로서, 식이요법 및 운동과 병행하는 용도로 승인받았다. 앞서 레즈디프라는 혁신치료제, 패스트트랙,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된 바 있다.
레스메티롬은 1일 1회 경구 복용하는 갑상선호르몬수용체-베타(thyroid hormone receptor-beta, THR-beta) 선택적 작용제로서, 간 내부에서 MASH(NASH)의 핵심 기저 원인을 표적으로 작용하도록 설계됐다. THR-β는 갑상선호르몬수용체의 일종으로 유전자 결핍으로 이 수용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갑상선호르몬저항성(thyroid hormone resistance, GTHR), 갑상선결절(goiter), 갑상선기능항진증(T3-T4 상승) 등이 나타난다.
레즈디프라 가속승인은 지난 2월 8일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게재된 3상 ‘MAESTRO-NASH’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MAESTRO-NASH는 현재 진행 중인 다의료기관, 피험자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위약대조 방식의 임상시험으로 생검으로 확인된 환자 1759명이 등록됐다.
레즈디프라 100mg 및 80mg 용량은 치료 52주 이후 두 가지 1차 평가지표에서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1차 평가지표는 섬유증 악화 없는 MASH 해소(resolution, NAFLD 활성도 점수 2점 이상 개선 기준),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 활성도 점수 악화 없는 섬유증 1단계 이상 개선이었다.
섬유증 악화 없는 MASH 해소에 도달한 환자 비율은 레즈디프라 100mg 치료군이 29.9%, 레즈디프라 80mg 치료군이 25.9%였다. 이에 비해 위약군은 9.7%였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활성도 점수 악화 없이 섬유증이 1단계 이상 개선된 환자 비율은 레즈디프라 100mg 치료군이 25.9%, 레즈디프라 80mg 치료군이 24.2%였고 위약군은 14.2%였다.
이러한 섬유증 개선과 MASH 해소는 나이, 성별, 제2형 당뇨병 상태, 섬유증 단계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MAESTRO-NASH는 임상적 혜택을 검증하고 정식 승인을 뒷받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확증 데이터를 얻기 위한 54개월 연장 임상시험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마드리갈은 레즈디프라로 치료받은 대상성 MASH 간경변(well-compensated NASH cirrhosis) 환자에서 간 대상부전(liver decompensation event)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억제하는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두 번째 임상시험(MAESTRO-NASH Outcomes)을 진행 중이다. 이들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2026년 또는 2027년에 정식승인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레즈디프라는 비대상성 간경변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레즈디프라 치료 환자에서 가장 흔하게 보고된 이상반응은 설사, 오심, 가려움증, 복통, 구토, 변비, 어지러움이었다. 설사와 오심은 대체로 치료 초기에 나나났으며 경증~중등도 수준이었다.
마드리갈은 오는 4월부터 미국 내 환자에게 레즈디프라를 전문약국 유통망을 통해 공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레즈디프라 처방 정보에는 진단을 위해 간 생검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의사들이 임상현장에서 간 조직생검을 실제로 그리 많이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과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 감안됐다. 간 조직생검은 기껏해야 간 외부의 얇은 조각만을 채쥐하는 데다가 안전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이로써 레즈디프라의 시장성이 더 넓게 확보됐다.
레즈디프라 연간 약값 4만7400만달러 … 전세계 매출 55억달러? 100억달러? 100억달러?
마드리갈은 할인 전 도매가 기준으로 레즈디프라의 연간 약값을 4만7400달러로 설정했다. 이는 임상경제검토연구소(Institute for Clinical and Economic Review)가 이 약의 순수가격이 연간 3만9600달러에서 5만100달러 사이로 책정되면 비용효율적일 것이라고 판단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체중이 100kg 미만인 환자는 하루 권장 복용량이 80mg, 100kg 이상인 환자는 100ng으로 설정됐다.
이에 따라 주식투자회사인 Evercore ISI의 분석가들이 간생검을 전제로 한 레즈디프라의 2030년 전세계 매출 26억달러, 정점 매출 연간 55억달러보다 더 많은 매출이 기대된다. 이 매출 예상액은 2기 또는 3기(F2 및 F3)의 심각한 섬유증을 동반한 MASH를 앓고 있는 미국 환자가 약 31만5000명에 달한다는 마드리갈의 추정에 근거한 것이다. 마드리갈 측은 결국 미국 내 약 5000~7000명의 대규모 간질환 등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의 처방에 레즈디프라의 성과가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마드리갈의 빌 사이볼드(Bill Sibold) 최고경영자는 “중등도~진행성(고도) 간 섬유증을 동반한 NASH는 심각한 진행성 간질환인데 지금까지는 FDA 승인된 치료제가 없었다”며 “레즈디프라 가속승인은 마드리갈의 설립자 베키 타우브(Becky Taub) 박사와 소규모 연구개발팀이 우리회사 신약개발에서 가장 큰 과제를 중 하나를 맡아 15년 이상 수행해 온 연구의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NASH 분야에서 역사적인 순간이고 제약업계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역량”이라고 자평했다.
사노피 출신으로 블록버스터 자가면역성 염증질환 치료제인 ‘듀피젠트프리필드주’(Dupixent, 성분명 두필루맙, dupilumab) 마케팅을 담당한 사이볼드는 작년에 107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듀피젠트와 버금가는 매출 성과를 레즈디프라가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환자가 있었음에도 승인받은 약이 없었고, 미국에 MASH 성향의 질환자가 증가세이고, 레즈디프라가 간질환의 염증이라는 병리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얘기다.
바이오제약 분석가들은 2030년까지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중국, 일본에서 약 1억명의 환자가 NASH에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유병률이 관련 치료제 매출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2030년의 시장 규모는 100억달러 이상에서 1000억달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예상되고 있다.
마드리갈의 설립자이자 최고의학책임자 겸 연구개발 책임자인 베키 타우브는 “레즈디프라가 간경변으로 진행되기 이전에 섬유증을 개선하고 NASH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는 간 표적치료제로서, 중등도 진행성 간섬유증을 동반한 NASH에 대한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40년 도전 끝에 첫 승인 … 실패한 역사와 현재 경쟁 현황
이번 레즈디프라 승인은 다른 MASH 신약개발 경쟁사에게도 허가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레즈디프라에 앞서 최초의 MASH 치료제로 유력하던 인터셉트파마슈티컬스(Intercept Pharmaceuticals, 나스닥 ICPT)의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 치료제 ‘오칼리바정’(Ocaliva 성분명 오베티콜린산, obeticholic acid, OCA)이 두 번째 MASH 신약 승인 도전 끝에 2023년 6월 최종적으로 거부당했다. 이밖에 화이자,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젠핏(Genfit), NGM바이오파마슈티컬스 등이 신약 도전에 실패했다.
레즈디프라의 후발 경쟁약으로는 바이킹테라퓨틱스(Viking Therapeutics)가 유력하다. 이 회사는 레즈디프라와 같은 기전의 VK2809를 보유하고 있다. 2b상 연구 결과 치료 12주 후 간지방의 평균 상대 변화가 51.7% 감소로 나타났다. 다만 조직학적 반응에 대한 52주 데이터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89bio의 ‘pegozafermin’과 아케로테라퓨틱스(Akero Therapeutics)의 efruxifermin은 피하주사제 제형의 FGF21 유사체다. 두 가지 모두 F2 및 F3 MASH 환자에서 유망한 항섬유화 효과를 나타냈다. 3상 임상시험을 막 시작했거나 착수할 예정이다.
아이오니스는 레즈디프라 승인 직전인 지난 13일, 2상 임상시험에서 고용량 안티센스올리고펩타이드 계열 신약후보인 ION224를 투여한 환자의 32%가 지방간염 악화 없이 간섬유증을 1단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반면 위약을 투여한 환자는 12.5%에 불과했다.
그리고 잠재적 경쟁약으로 GLP-1 작용제 계열이 있다. 릴리는 지난 2월 과체중 또는 비만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GIP/GLP-1 이중 작용제 티어제파타이드(tirzepatide)의 긍정적인 2상 MASH 데이터를 보고했지만, 섬유증 개선을 측정할 수 있는 통계적 근거가 없어 한계가 있다. 었습니다. 이 성분은 이미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 비만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로 승인됐다.
또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은 덴마크 질랜드파마(Zealand Pharma)와 공동 개발 중인 글루카곤(GCG)/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이중 작용제인 서보두타이드(survodutide, 개발코드명 BI 456906)가 대사기능장애 관련 지방간염(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hepatitis, MASH) 2상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최대 83.0%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할 만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고 지난달 26일 발표했다. 반면 위약 대조군은 18.2%에 그쳐 64.8%p의 현격한 격차를 보였다. 이는 GIP/GLP-1 이중 작용제 계열 최고의 임상 효과다. 다만 섬유증 개선효과에 대한 통계치는 아직 비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사이볼드는 “심각한 섬유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 GLP-1 작용제는 전신적인 접근이 가능한 장점이 있는 반면 레즈디프라는 간에 집중하는 장점이 있다”며 “차별화를 통해 경쟁약을 제치고 MASH에 천착하겠다”고 강조했다.
NASH→ MASH, NAFLD→MASLD로 병명이 바뀐 배경
MASH는 과도한 지방세포로 인해 간에 염증이 생길 때 발생한다. 종종 당뇨병 및 비만과 같은 대사질환과 함께 발병한다. FDA는 미국에서 약 600만~800만명이 중등도~진행성(고도)의 간 섬유증(또는 흉터)이 있는 NASH를 앓고 있고 그 수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날 언급했다. MASH는 합병증으로는 간경변, 간부전, 간암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MASH는 간 이식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됐다.
한편 지난해 6월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다국적 글로벌 학회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NAFLD)이라는 명칭이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질환(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MASLD)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은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으로 변경하기로 결의했다.
MASLD는 간 지방증(간 지방의 독성이 간세포에 해를 끼침)이 있고 5가지 심장 대사 위험인자(복부비만(BMI 24 이상 또는 허리둘레 90cm 이상(남자) 또는 80cm 이상(여자)), 당뇨병(인슐린저항성, 공복혈당 식후혈당 당화혈색소 중 한 가지 이상 해당), 고혈압(130/85mmHg 이상), 고중성지방혈증, 낮은 고밀도지단백결합 콜레스테롤) 중 최소 하나를 가진 환자를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MASH는 MASLD가 더 진행된 더 진행된 형태로 간 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주요 원인이며 전 세계적으로 의료시스템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등도 및 진행성 간 섬유증을 동반한 MASH로 진행될 경우 간 이상 결과의 위험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
한편 순수한 MASLD를 제외하고 보다 많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환자를 설명하기 위해 대사이상 관련 알코올 간질환(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alcohol-related fatty liver disease(MetALD)라는 범주가 새롭게 설정됐다. MetALD는 주당 알코올 섭취량이 여성 140g 이상, 남성 210g 이상으로 정의했다.
이런 변경의 취지에는 알코올성과 비알코올성으로 나눠 음주자에 대한 혐오 조장을 지양하고, 지방(fatty)라는 단어가 비만 환자를 비하하는 것으로 비춰줄 수 있으며 순수하게 진단의 의미(대사이상)를 담은 병명을 설정한 필요가 있다는 학계의 중론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