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포스터시티(FOSTER CITY) 소재 희귀간질환 치료제 개발 선도기업인 미럼파마슈티컬스(Mirum Pharmaceuticals, 나스닥 MIRM)는 ‘리브말리’(LIVMARLI 성분명 마랄릭시바트 maralixibat)가 5세 이상의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progressive familial intrahepatic cholestasis, PFIC)에 의한 소양증 치료제로 승인받았다고 1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 약은 1일 1회 경구 투여하는 액제 타입의 회장 담즙산 수송체(ileal bile acid transporter, IBAT) 억제제로서 2021년 9월 29일, 1세 이상의 알라질증후군(Alagille syndrome, ALGS) 환자의 담즙정체성 가려움증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이번 승인은 PFIC1, PFIC2, PFIC3, PFIC4, PFIC6 및 상세불명 변이 등 6가지 아형 전체를 포함한 9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3상 ‘MARCH PFIC’ 임상연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 임상은 PFIC 관련 임상 중 최대 규모의 피험자 무작위 배정 방식 연구다.
임상 결과 리브말리 투여군은 가려움증 중증도를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혈중 담즙산, 혈중 빌리루빈, 체중 Z-점수로 설정한 성장속도 등 기타 평가지표도 통계적으로 유의할 만하게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미럼은 지난해 2월, 생후 2개월 이상의 PFIC 치료제로 승인 신청을 냈으나, 이번 승인은 5세 이상으로 설정됐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영유아 PFIC 환자가 적응증 대상에서 포함될 수 있도록 MARCH 임상시험에서 사용된 리브말리 고농도 제형에 대한 추가 적응증 허가 신청도 FDA에 최근 제출했다.
MARCH 임상시험 연구자인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리처드 톰프슨(Richard Thompson) 분자간학(molecular hepatology) 교수는 “PFIC 환자의 담즙정체성 가려움증에 대한 리브말리 승인은 수년간 진행된 연구와 가려움증을 포함한 여러 중요한 파라미터에 걸쳐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나타난 강력한 임상 증거 수집의 결과”라며 “가려움증으로 생활에 지장을 받는 환자에게 잘 연구된, 효과적인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미럼의 크리스 피츠(Chris Peetz) 최고경영자는 “리브말리는 PFIC과 관련된 담즙정체성 가려움증 환자에게 획기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으며, 중요한 점은 가장 희귀한 아형의 환자에게도 옵션을 제공한다는 점”이고 밝혔다.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증은 간부전을 야기할 수 있는 진행성 간질환을 유발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간세포의 담즙 분비 능력이 저하되면서 담즙이 축적됨으로써 간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신생아 5만~10만명 당 1명 정도의 비율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FIC와 ALGS는 간에 담즙산이 축적돼 환자가 생존하려면 결국 간이식을 받아야 한다. PFIC의 기대 수명은 ALGS보다 짧아서 환자의 50%만이 10세를 넘겨 생존한다.
PFIC의 징후 및 증상은 일반적으로 영아기에 시작된다. PFIC 환자는 중증 가려움증, 황달, 성장 장애, 간기능 장애 등을 경험한다. 6가지 이상의 PFIC 유형이 유전적으로 확인됐으며 모두 유사하게 담즙 흐름 정체와 진행성 간질환이 나타난다.
녹십자2021년 7월 26일, 국내에서 마랄릭시바트를 ALGS, PFIC, 담도 폐쇄증(biliary atresia, BA) 등 3개 질환의 치료제로 독점 개발하기 위해 미럼과 계약했다.
2018년에 설립된 미럼은 같은 해 샤이어(Shire, 2018년 5월 일본 다케다에 615억달러에 인수됨)로부터 마랄릭시바트에 대한 권리를 인수했다. 앞서 샤이어는 2014년 루메나(Lumena)를 선불 계약금 2억6000만달러에 인수하면서 이 약을 확보했다. 당시에도 이 약은 잠재적인 블록버스터로 꼽혔다.
이번 승인으로 미럼은 프랑스 입센(Ipsen)과의 PFIC 시장 경쟁에 진입할 계기를 마련했다. 입센의 IBAT억제제 계열 ‘빌베이’(Bylvay 성분명 오데빅시바트, odevixibat)는 2021년 7월 20일, PFIC에 의한 가려움증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현재 생후 3개월 이상 어린이에게 투여할 수 있다.
빌베이는 또 2023년 6월 13일 알라질증후군으로 인한 담즙 정체 소양증 환자(생후 12개월 이상)를 위한 치료제로 적응증을 FDA로부터 추가 승인 받았다.
반면 리브말리의 고용량 제품(승인 추진 중, 올해말 허가 예상)은 PFIC에서 가려움증 완화 및 간내 담즙 제거 능력이 빌베이보다 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츠 CEO는 “고용량 제품의 우수성은 PFIC 환자에서 뛰어난 치료 반응률과 깊은 심도의 치료반응을 제공한다”며 “기존 치료제(빌베이 포함)에 반응하지 않거나 완전히 조절되지 않는 환자를 위한 훌륭한 새로운 치료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브말리와 빌베이는 경구 복용 IBAT 억제제로서, PFIC 및 ALGS에 대해 승인된 유일한 치료법이며 향후 수년간 이런 입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업체의 잠재적인 대항마들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있다.
빌베이는 지난해 1월 9일, 입센이 9억5200만 달러에 인수한, 아스트라제네카에서 분사된 알비에로파마(Albireo Pharma, 나스닥 ALBO)로알비레오(Albireo)가 개발했다. 이 금액은 주당 현금 42달러에, 빌베이의 적응증이 추가될 경우 주당 10달러를 추가 지급하는 조건의 추정액이다. 빌베이의 2023년 매출은 7380만유로였다.
소양증을 유발하는 세 번째 소아 간질환인 담도 폐쇄증(BA)의 경쟁 분야에서는 입센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고, 미럼은 2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 12월 미럼은 리브말리의 BA 관련 ‘EMBARK’ 임상의 실패를 발표했다. 카사이 수술을 받은 생후 21~90일 아기를 대상으로 모든 1차 및 2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카사이 수술(Kasai surgery)은 병든 담관을 간 기저부까지 제거하고 장의 일부를 활용해 간에서 담즙의 흐름을 회복시키는 수술로서 간손상 지연, 간 합병증 개선, 간이식 시점 지연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나 근본적인 치료는 되지 못한다.
당시 피츠 CEO는 “EMBARK 임상연구에서 리브말리 투여군과 위약군이 보여준 것은 카사이 수술이 잘 돼 효과가 있으면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없다는 뜻”이라며 “더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해명했다.
미럼은 볼릭시바트(volixibat)라는 개발 초기 단계의 또 다른 iBAT 억제제를 갖고 있다. 이 신약후보는 ‘담즙산 감소’ 효과 면에서 ‘훌륭한 선례 데이터’를 보여줬다고 피츠는 자랑했다.
미럼은 2023년 7월, 최대 4억4500만달러(선불금 2억100만달러, 마일스톤 2억3500만달러)를 들여 트래비어(Travere)로부터 간질환 치료제인 2종의 간질환 치료제 ‘촐밤’(Cholbam) 및 ‘케노달’(Chenodal)을 확보했다. 이들 약은 2022년에 1억300만달러의 매출을 합작했다.
촐밤은 콜린산(cholic acid) 보충 대체제로서 담즙산합성장애(Bile acid synthesis disorder, BASD) 및 퍼옥시좀합성장애(PBD)-젤위거스펙트럼장애(peroxisomal biogenesis disorder-Zellweger spectrum disorder) 치료에 도움을 준다.
케노달은 담즙산의 한 유형인 케노데옥시콜산(Chenodeoxycholic acid (CDCA)을 공급하는 약제다. 처음에는 사육용 거위의 담즙에서 추출한 까닭에 체노(그리스어로 거위)라는 접두사가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