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에도 항암 면역치료제가 등장해 표적항암제와의 병용요법이 활발하지만 여전히 환자 10명 중 3명은 암이 빠르게 악화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유창훈·김형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팀은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암이 진행된 환자를 대상으로 간암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표적물질을 발굴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팀은 간세포암 환자 42명에게 표적항암제 ‘레고라페닙’(바이엘 스티바가정 )과 면역항암제 ‘니볼루맙’(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 옵디보주 ) 병용 치료를 시행한 결과 간세포암이 빠르게 악화된 14명의 환자에서 ‘TMEM176A/B’라는 특정 단백질이 2배 이상 더 발현돼 있다는 연구결과는 최근 되어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의 대표적인 자매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IF=82.9)’에 게재했다.
‘TMEM176A/B’는 체내 면역체계에 의한 염증반응을 활성화하는 ‘염증소체’를 억제하는 물질이다. 이 물질이 과도하게 발현되어 있다는 것은 면역시스템이 그만큼 덜 작동해, 면역시스템을 활성화시켜 암을 공격하는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향후 연구를 통해 ‘TMEM176A/B’를 억제하는 신약을 개발한다면 간세포암 환자들의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레고라페닙은 VEGFR 1-3, PDGFR, Raf-1, c-kit, B-RAF, RET의 여러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수용체 티로신 키나제(receptor tyrosine kinase, RTK) 억제제다. 니볼루맙은 PD-1은 면역세포(T세포)에 존재하는 면역관문인 PD-1을 억제하는 면역항암제다. 내성을 가진 암세포가 PD-L1 단백질 발현을 통해 PD-1과 결합해 항암 면역공격을 회피하려는 것을 저지한다.
연구팀은 42명을 대상으로 2020년 7월부터 레고라페닙+니볼루맙 병용요법을 시행하면서 치료 전 혈중 종양 DNA 분석과 단세포 RNA 분석 검사로 환자들의 면역세포 특징을 분석하고 항암제 치료 결과와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항암치료 효과가 좋은 상태에서 10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그 효과가 지속된 환자는 15명이었다. 반면 항암제 치료에도 처음부터 효과가 없거나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이다 암이 악화된 환자는 14명이었다.
악화된 14명 환자들의 혈액 속 백혈구 중 가장 크기가 큰 유형인 ‘단핵구’가 항암 면역이 떨어지는 형태로 바뀌어 있었으며, 단핵구에서 ‘TMEM176A/B’ 물질이 장기적으로 항암 효과가 지속된 환자들에 비해 약 2배 이상 발현되어 있었다. 이에 단핵구에서 ‘TMEM176A/B’라는 물질이 과도하게 발현돼 체내 면역시스템 작동이 저하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이 병용요법의 객관적치료반응률(ORR)은 약 31%(42명 중 13명)였으며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약 7.4개월이었다. ORR은 장기적 효과와 상관없이 항암제 치료로 한 번이라도 종양 크기가 30% 이상 줄어든 적이 있는 환자 비율을 의미한다.
현재 간세포암 항암제 표준 치료법인 면역항암제 ‘아테졸리주맙’(로슈 ‘티쎈트릭주’ PD-L1 억제제)과 표적항암제 ‘베바시주맙’(로슈 ‘아바스틴주’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A) 억제제 겸 암신생혈관 억제제) 병용요법 반응률이 약 30%인 것으로 보고돼 있다. 따라서 니볼루맙+레고라페닙 병용요법과 반응률이 임상적으로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유창훈 교수는 “간세포암 포괄적 바이오마커 연구로 ‘TMEM176A/B’를 지목한 것은 세계 처음”이라며 “신약 표적 발굴 단계의 초기 연구이기 때문에 아직 조심스럽지만 현재 정체기에 머물러 있는 간암 신약 개발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면역항암제에도 효과가 없는 환자들의 치료 성적을 향상시키는 신약이 개발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추가 3상 연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지만, 이번 연구에 사용된 레고라페닙, 니볼루맙 병용요법이 현재 표준치료법과 비슷한 효과를 보여, 새로운 치료법으로도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유전체 빅데이터 전문기업인 지놈인사이트와 임호영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팀, 전홍재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