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는 편두통 예방약인 한국애브비의 ‘아큅타정’(Aquipta, 성분명 아토제판트 atogepant)’ 10mg, 60mg과 투석 중인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생길 수 있는 이차성 부갑상선항진증 치료제 신약인 한국쿄와기린의 ‘올케디아정1밀리그램/2밀리그램’(Orkedia, 성분명 에보칼세트 Evocalcet)을 15일 허가했다.
아큅타정은 이번에 국내에서 성인의 만성 및 삽화성 편두통 예방약으로 처음 허가됐다. 편두통은 삽화성(episodic, 돌발성, 간헐성, 급성, 응급성으로 칭함)과 만성으로 나뉜다. 만성 편두통은 한 달에 두통 일수가 15일 이상이고 편두통이 있는 날이 8일 이상인 경우를 특징으로 하며, 삽화성 편두통은 한 달에 두통 일수가 15일 미만인 경우를 말한다.
이 약은 세포 내에서 염증 및 면역반응과 관련된 신호전달을 매개하는 수용체인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CGRP)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길항제로서 이번에 1일 1회 60mg 경구 복용 용법이 허가받았다. CGRP는 혈관 확장성 신경전달물질로 중대 뇌동맥중(Middle cerebral artery)의 확장과 함께 편두통성 두통을 유발한다.
아큅타는 유럽과 아시아 등 미국 외 지역에서의 브랜드명이고, 미국내 상품명은 ‘큐립타정’(QULIPTA)이다. 아큅타의 주성분인 아토제판트는 –gepant란 어미로 끝나, CGRP (수용체)의 차단제 또는 길항제 기전을 가진다. 차단제는 대체로 급성 편두통 치료제를 지향하지만 아큅타만이 성인 삽화성 편두통 예방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특히 큐립타(아큅타)는 올해 4월 17일 만성 편두통 예방 적응증도 추가로 미국에서 승인받았다.
이번 국내 허가는 다의료기관, 피험자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위약대조 방식의 PROGRESS 및 ADVANCE 3상 연구 결과에서 아큅타 1일 1회 60mg으로 성인의 만성 편두통 또는 삽화성 편두통에 대해 각각 평가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두 연구 모두 12주의 치료기간에 아큅타가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월 평균 편두통 일수(mean monthly migraine days, mean MMD) 감소라는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12주의 치료기간 동안 월 평균 편두통 일수가 최소 50%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이란 주요 2차 평가지표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이 관찰됐다.
만성 편두통 관련, PROGRESS 연구에서 연구시작 시점 대비 월 평균 편두통 일수의 변화는 1일 1회 아큅타 60mg 치료군에서 6.9일 감소, 위약군 5.1일 감소했다(p<0.001). 월 평균 편두통 일수가 최소 50%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은 각각 41%, 26%로 나타났다(p<0.001).
삽화성 편두통 관련, ADVANCE 연구에서는 1일 1회 아큅타 60mg 치료군의 월 평균 편두통 일수가 기저치 대비 4.2일 감소, 위약군은 2.5일 감소한 것으로 관찰됐다(p<0.001). 또 월 평균 편두통 일수가 최소 50%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은 각각 61%, 29%였다(p<0.001).
두 연구 모두 1일 1회 아큅타 60mg 치료의 내약성은 양호했고, 가장 흔하게 보고되는 이상반응은 구역(7.8%), 변비(7.1%), 피로/졸림(4.8%)이었고 대부분은 경증 또는 중등도였다. 투여 중단을 초래한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구역(0.4%), 변비(0.3%)였다.
국내 신경과 내원 편두통 환자 2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편두통 환자들은 한 달 평균 12일 이상 두통을 경험했고, 한 달에 4일 이상은 두통으로 학습 또는 작업 능률이 50% 이하로 감소했다.
또 편두통이 일상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증상 발현 후 진단을 받는 데까지 평균 10.1년이 걸렸으며, 평균 3.9개의 병원을 전전한 후에야 진단이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편두통장애척도(Migraine Disability Assessment Test, MIDAS)와 편두통 관련 삶의 질(Migraine-Specific Quality of Life Questionnaire version 2.1, MSQv2.1) 측정에서 심한 장애와 심각한 삶의 질 저하를 경험한 환자 중 과거에 예방 치료제를 정기적으로 복용한 환자의 비율은 23.7%에 불과했다. 편두통 환자들이 정확한 진단 및 적절한 치료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대한두통학회장을 맡고 있는 주민경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편두통은 신경학적 질환으로 심각한 두통 이외에도 구역과 구토 증상 및 빛과 소리 공포증 등 환자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아큅타는 편두통 예방 치료에 특화된 경구용 CGRP 수용체 길항제로 국내 첫 CGRP 수용체 표적 약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큅타가 편두통의 예방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기존 예방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편두통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존 CGRP 항체 또는 길항제 계열 예방 치료제는 주사제로서 투여에 거부감을 갖고 있거나, 1~3개월 주기의 긴 반감기로 치료에 곤란을 겪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CGRP를 차단하는 약물은 편두통 발작 중에 CGRP 수준이 상승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약효가 나타나는 한계를 안고 있다.
애브비는 유일하게 편두통 치료제의 모든 스펙트럼에 걸쳐 3개 제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즉 만성 성인 편두통 예방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초로 승인한 ‘보톡스주’(BOTOX 성분명 오나보툴리눔톡신A, onabotulinumtoxinA), 급성(돌발성) 편두통 치료제인 CGRP 수용체 길항제인 ‘우브렐비정’(UBRELVY 성분명 우로게판트, ubrogepant), 급성(응급) 편두통 예방약인 ‘큐립타’ 등을 갖췄다.
에보칼세트(위)와 시나칼세트의 화학구조식
올케디아는 칼슘 유사 작용제로서 부갑상선 세포 표면의 칼슘 수용체에 작용해 부갑상선호르몬의 과잉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혈청 부갑상선호르몬 수치를 낮춰주는 의약품이다. 이차성 부갑상선항진증은 신장 등의 기능 저하로 발생한 저칼슘혈증에 의해 부갑상선호르몬의 과잉 분비가 지속되는 증상으로 골 질환 등의 합병증을 유발한다.
에보칼세트는 2018년 3월 23일, 일본에서 승인됐으나 미국에서는 아직 허가받지 못했다. 에보칼세트와 동일 기전인 암젠의 시나칼세트(cinacalcet, 대표 상품명 Sensipar®)는 2004년 3월 8일 FDA 승인을 받았다. 에보칼세트는 시나칼세트의 생물학적동등성을 입증해 일본에서 허가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