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은 전체 암종 중 높은 발생률과 사망률로 각각 3위로 위세를 떨치는 암이다. 국내에서 갑상선암, 폐암에 이어 3번째로 많이 발생한다. 올해 5월 발표된 국가암등록사업 연례 보고서를 보면 2020년 대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모두 2만7877명으로 전체 암 발생자 24만7952명의 11.2%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갑상선암 2만9180명(11.8%) △폐암 2만8949명(11.7%) △위암 2만6662명(10.8%) △유방암 2만4923명(10.1%)이다.
사망률도 높다. 2021년 기준 국내 인구 10만명 중 17.5명이 대장암으로 사망했다. 암 사망 원인 역시 3위다. 다행히 대장암의 10만명 당 연령표준화 발생률은 2011년 정점을 찍은 이후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9월은 대한대장항문학회에서 지정한 ‘대장암의 달’이다. 2007년부터 ‘대장앎 골드리본 캠페인’을 진행하여 대장암 예방과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해오고 있다. 대장암은 정기적으로 내시경만 잘 받으면 조기 발견을 통해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고, 5년 생존율 역시 약 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문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대장암은 대부분 대장에 생기는 용종이 자라서 생기기 때문에 용종만 잘 제거해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며 “40세 이후부터는 증상이 없더라도 최소 5년에 한 번씩 대장내시경을 받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박윤영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는 “다양한 위험 요인 중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과 대장 내시경에서 종종 발견되는 대장용종이 있으면 각별히 주의하라”고 조언했다.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이 있으면 대장암의 발병 비율이 올라가고 발병 연령도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종성 대장용종은 추후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외에도 50세 이상의 연령, 붉은 육류 및 육가공품의 다량 섭취, 비만, 음주, 흡연, 부모나 형제 중 대장암이 있거나 용종이 있는 가족력 등이 대장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대장암의 약 80%는 나쁜 생활습관 때문에 발생한다. 특히 기름기가 많은 고기, 굽거나 튀긴 음식 또는 저섬유질 식사, 소시지·햄·베이컨 같은 육가공품을 섭취하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50세 미만도 혈변 1개월 넘게 반복되면 내시경 검사받아야
국가암검진은 50세 이상에서 대변잠혈검사를 시행한 후 양성이 나오면 대장내시경을 권한다. 박 교수는 “대장암 발병 나이가 점차 젊어지고 있어 50세 미만이어도 혈변, 반복되는 설사나 변비, 체중 저하 및 피로감 등 대장암 의심 증상이 있거나 염증성 장질환 또는 대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미국 콜로라도대 메디컬센터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20~49세 대장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12.9명으로 조사 대상 42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대장은 소화기관의 마지막 부분으로 소장 끝에서 항문에 이르는 구간이다. 오른쪽 하복부에서 시작되고 길이는 약 1.5m, 결장(맹장, 상행 결장, 횡행 결장, 하행 결장, 구불결장)과 직장으로 이뤄져 있다. 입을 통해 섭취한 음식물은 소화기관인 식도, 위, 소장, 대장을 거쳐 대변으로 배설되는데, 대장에 머무는 시간은 12~25시간이다. 대장에서는 물과 전해질이 흡수되고 남은 물질은 분변으로 배출된다.
대장암이 발생하면 배변습관에 변화가 찾아온다. 장의 연동운동이 더뎌지면서 변비가 생기거나 피가 묻어나는 혈변, 검은변을 볼 수 있다. 또 대장 안의 악성종양으로 대장이 좁아지면서 변의 굵기가 가늘어지거나 복통, 체중 감소, 피로감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특히 혈변이 나올 경우 흔히 치질로 생각하고 방치하기 쉽지만 대장암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계속해서 발전하는 치료법, 생존율도 우상향
대장암은 충분히 조기예방이 가능한 암이다. 대장암의 대부분은 대장에 생기는 용종이 자라서 생긴다. 즉 용종만 잘 제거하면 대부분의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 여러 연구를 통해 대장내시경으로 용종을 제거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대장암 발생률을 76~90%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망률 역시 1996년 국가 암검진 사업이 시작된 이래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5년 생존율은 1993~1995년 56.2%에서 1996~2000년 58.9%, 2016년~2020년74.3%로 꾸준히 증가했다. 연령표준화사망률은 제1차 암관리종합계획(1996~2005년) 대비 제3차 암관리종합계획(2016~2020년)으로 39.3% 감소했다.
박 교수는 “2018년 국제 의학저널에 게재된 연구에서 우리나라는 대장암(결장·직장) 부문에서 세계 1위의 생존율을 보고했다”며 “정기적인 검진과 함께 우리나라 의학 수준을 믿고 치료받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설명했다.
종양 침투 정도에 따라 치료법부터 절제 부위까지 결정
대장암의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것은 종양의 크기보다는 종양이 조직을 침투한 정도다. 대개 수술과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를 적절히 병행한다. 초기 대장암은 림프 혈관 침범, 나쁜 분화도 등의 위험인자가 없고, 점막에만 국한돼 있거나 점막하층으로의 침범 깊이가 매우 얕은 경우에는 내시경적 절제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2기, 3기 대장암의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다. 종양을 중심으로 하여 원위부(遠位部, 종양의 아래쪽)와 근위부(近位部, 종양 위쪽) 양방향으로 종양과 충분히 떨어진 곳까지 대장을 절제하고, 아울러 림프절도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것이다.
4기 대장암은 의료진의 견해뿐 아니라 환자의 선호도와 가치관을 수렴하여 치료 방침 결정을 위해 여러 과의 전문의들과 환자 그리고 보호자들이 함께 모여 논의하는 다학제 진료가 필수이다. 암의 진행 정도, 전이 병변의 위치, 개수 등에 따라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장암은 같은 4기 환자라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수술을 포함한 복합 치료를 하는 경우 5년 생존율을 40%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
회복 빠르고 합병증 낮은 복강경, 로봇수술 널리 시행
수술 방법은 복강경 수술과 로봇수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복강경 수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으로 현재는 절개창을 1개만 사용하는 이른바 ‘단일공 복강경 수술’도 시도되고 있다. 최소 절개로 수술 후 흉터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통증이 매우 적어 환자의 회복이 빠르고 장폐색 등 합병증의 우려가 낮다.
로봇수술은 로봇팔과 3D 입체화면을 통한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특히 좁고 깊은 골반강에 위치한 직장암 수술 시 더욱 세밀한 자율신경 보존 및 정확한 조직의 박리로 배뇨기능, 성기능의 저하를 방지하는 데 유리하고 빠른 회복을 보이는 등 장점을 자랑하며 점차 시행이 늘어나고 있다.
총칼로리·고기·음주·흡연↓, 섬유소·칼슘 섭취·신체활동↑
대장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요소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발생한다. 예방을 위해 음식의 종류와 상관없이 섭취하는 총칼로리를 줄여야 한다. 섭취 열량이 높으면 대장암 위험도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고기는 소, 돼지, 양고기 등 붉은 육류와 가공육이 대장암 발생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줄이는 게 좋다. 섬유소 및 칼슘을 많이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육체적 활동량이 적을수록 결장암의 위험도가 높아지므로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은 운동 등을 통해 신체 활동을 늘려야 한다. 음주는 특히 남자의 직장암의 위험을 키우고 흡연은 대장 선종과 대장암의 위험도를 모두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주 및 금연을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