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팀(교신저자: 멜라니 데이비스(Melanie Davies) 영국 레스터대 당뇨병연구센터 교수)은 권위 있는 의학 학술지 ‘란셋’(Lancet)에 제2형 당뇨병의 역학과 병태생리, 선별 및 진단, 합병증, 예방, 관리방법을 비롯해 최근 20년간 당뇨병 치료의 발전 양상과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포괄적으로 담은 ‘종설(綜說)’논문을 발표했다.
2형 당뇨병은 전세계 당뇨병 환자 약 5억3700만명 중 90%를 차지할 만큼 흔하게 발생하는 만성질환으로, 최근 청소년기부터 40세 이전까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당뇨병이 발병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어 경각심이 필요하다.
당뇨병의 합병증과 이로 인한 사망을 막기 위해서는 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사전에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고위험군의 경우 병이 생기기 전에 식이요법, 운동 등을 통한 체중감량으로 관리하면 당뇨병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최근 정밀의학의 발전과 함께 당뇨병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것은 물론 새로운 치료법들이 개발되고 있고, 완치를 향한 표적치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치료의 패러다임도 단순 혈당 조절을 넘어 환자 개인이 중심이 되는 전인적 치료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설폰우레아제 계열이나 메트포르민 대신 새로운 당뇨병 치료 약제인 SGLT-2 억제제, GLP-1 유사체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당뇨병 치료에서 ‘임상적 타성’이 걸림돌로 남아 있다고 임수 교수는 지적했다.
의료진이 새로운 치료법을 시행하기 꺼려하고 기존 방식에 고착하려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1677명의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새로운 혈당강하요법에 대해 발표된 데이터에 대해 알고 있었고, 81.6%가 조기에 해당 요법을 시행하면 임상적 이점이 있다는 데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46.1%는 이런 치료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매우 늦은 시기에야 적용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따라 출시된 지 오래된 약제들 중 저혈당증이나 체중 증가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제품을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어 우려할 만하다고 꼬집었다.
‘임상적 타성’은 환자당 진료시간 감소, 사용가능한 약물의 제한, 높은 의료비용이 실타래처럼 엮여 있는 복합적 문제이므로 이를 타개하기 위해 연구팀은 환자 중심의 다학제적 치료법을 활용하도록 제안했다. 아울러 의사와 환자가 적절한 치료지침을 공유하고, 환자 치료를 위해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약사, 영양사 등 관계자들이 서로 협력해 다학제팀으로 일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임상적 타성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당뇨병 관리에 새로운 기술이 널리 사용되는 추세다. 연속혈당측정기, 인슐린자동주입기 등이 1형 당뇨병 환자뿐만 만 아니라, 2형 당뇨병 환자에게로 확장돼 사용되고 있다. 또 웨어러블 기술을 이용한 신체활동 모니터링, 식사열량 계산, 체성분 분석기 들이 당뇨병 환자 관리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임수 교수는 “이번 논문은 최근 20년간 발표된 2형 당뇨병 관련 연구들을 집대성한 것으로 향후 당뇨병 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기술해 의미가 크다”며 “환자 개인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 다학제 진료로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길 기대하며 앞으로도 당뇨병 환자의 합병증을 예방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