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인플루엔자바이러스 감염증) 발병률은 5세 미만에서 가장 높은 반면 사망률은 80세 이상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감의 약 65%가 20세 미만에서 발생하지만, 이로 인한 사망은 60세 이상이 약 80%를 차지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이혜진 가정의학과 교수팀(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이진용 공공진료센터 교수(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구소장 파견 근무)·황수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부연구위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플루엔자의 발생률, 중증화율 및 사망률 현황’ 연구 결과를 통해 이같이 28일 밝혔다.
연구 내용은 대한의학회의 영문 학술지인 대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2월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2010~2020년에 인플루엔자로 진료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국의 인플루엔자 발생 현황과 위험요인을 분석했다. 연령군별 인플루엔자 발생률, 사망률(진단 후 28일내 사망), 중증화율(경증, 중등도, 중증, 사망으로 분류)을 산출하고, 인플루엔자로 인한 입원, 중증이환과 사망의 위험요인을 분석했다.
인플루엔자 중증도는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시한 코로나19 중증도 분류와 인플루엔자 치료제 임상시험 시 적용하는 분류를 기반으로 경증(걸을 수 있는 상태), 중등도(비중환자실 입원 또는 산소요법 치료), 중증(중환자실 입원 또는 침습적 기계 환기), 사망으로 구분했다.
연구 결과 지난 11년간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환자는 연도별 최소 21만명에서 최대 303만명으로 변동이 매우 컸다.
2010~2020년 동안 전 국민의 0.4~5.9%에서 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 대부분 인플루엔자 환자는 경증이었으나 이 중에서 입원(중등도)은 9.7~18.9%, 중환자실 입원(중증)은 0.2~0.9%, 사망 0.03~0.08%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플루엔자 발병률은 5~10%, 중증 환자는 300만~500만명, 사망자는 20만~60만명 선이다.
2005년 일반 인구집단을 기준으로 연령-표준화한(이하 동일 기준) 인플루엔자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424.3~6847.4건, 인플루엔자 환자의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0.2~1.9건이었다.
4세 이하 발병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1451.6~2만266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감소세를 보였다.
인플루엔자 환자의 중증화율은 경증 81.1~90.3%, 중등도 8.9~18.4%, 중증 0.2~0.9%였다.
연령군별로 보면 경증 환자 중에서 4세 이하(70.1~84.2%)가 가장 높았고, 중증 환자 중에서는 80세 이상(1.6~8.6%)이 가장 높았다.
인플루엔자 환자 중에서 사망률은 80세 이상(1.9~2.9%)에서 가장 높았고, 4세 이하, 5-19세, 20-49세 환자는 0.01% 미만으로 가장 낮았다. 전체 사망자 중 67% 이상이 60세 이상 고령자였으며, 49세 이하는 0.1%였던 사망률이 80세 이상에서는 1.9~2.9%까지 치솟았다.
2018년 기준 인플루엔자로 인한 입원과 중증이환(입원 또는 침습적 기계환기)의 위험은 다른 연령군에 비해 80세 이상과 4세 이하에서 높았고, 의료급여 환자와 동반질환이 많은 환자에서 위험도가 높았다.
같은 기간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했고, 4세 이하 영유아에서 사망 위험이 가장 낮았다. 이와 함께 남성, 의료급여환자, 동반질환이 많은 환자도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제1저자인 황수희 박사는 “이번 연구는 기존 인플루엔자 감시체계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전 국민 수준의 인플루엔자의 발생률, 중증화율 및 사망률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한 위험 요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명돈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급성 호흡기 감염병 발생 시, 이들 질환의 중증도를 파악해 기초자료 제공 등 방역 정책 수립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