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의 보툴리눔톡신 도용 혐의에 대한 민사 1심에서 승소하면서 소송 확대를 예고한 가운데, 대웅 다음으로 타깃이 되고 있는 휴젤과 휴온스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는 지난 10일 1심 판결에서 대웅의 ‘나보타주’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개발됐다고 선고했다. 이에 메디톡스는 “이번 판결을 토대로 메디톡스의 정당한 권리보호 활동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불법 취득해 상업화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를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휴젤은 이번 1심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휴젤은 미국에서 메디톡스와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메디톡스는 작년 3월 휴젤과 미국 현지 법인인 휴젤아메리카, 파트너사인 크로마파마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바 있다.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했다는 혐의에서다. ITC의 조사는 지난해 3월 30에 시작돼, 예비판결은 오는 11월경 발표되며, 2024년 3월 1일 최종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이에 휴젤은 13일 “메디톡스-대웅제약 간 소송은 당사와는 전혀 무관한 분쟁”이라며 “당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개발시점과 경위, 제조공정 등이 문제가 없음이 분명하게 확인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내 보툴리눔 제제 시장을 놓고 메디톡스·휴젤·대웅제약이 3파전을 벌이는 가운데 메디톡스-대웅제약 간 법률전쟁으로 휴젤이 ‘어부지리’를 얻어 선두로 치고 나온 상황이다.
휴젤은 “국내 보툴리눔 톡신 1위 기업으로서 견고한 입지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국내 최초로 중국 진출에 성공한 데 이어 2023년 미국 시장에도 진출함으로써 명실상부하게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또 “2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독자적인 연구 및 개발과정을 인정받으며 기술력과 제품의 우수성을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메디톡스와 대웅제약간의 소송 결과는 미국에서 메디톡스와 진행 중인 당사의 소송에 그 어떠한 장애도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휴온스바이오파마도 보툴리눔 톡신 생산업체간 균주 도용과 자사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메디톡스의 균체와는 8만782개의 유전자적 분석 차이가 나며, 이는 두 균주가 2.1% 이상의 다른 유전자 서열을 지니고 있어 학문적으로도 동일 균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휴온스바이오파마 김영목 대표는 “러시아 등 10개국에 품목허가를 얻었고, 중국에서는 임상 투여가 완료됐다”며 “유럽에서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임상을 시작해 우수한 균주와 자사가 개발한 원액과 완제의 생산공정을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 중 균주 출처가 확인된 곳은 메디톡스와 제테마 2곳뿐이다. 제테마는 2017년 영국 공중보건원(Public Health England, PHE)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도입했다는 증빙을 갖추고 있다. 메디톡스는 외자사와 제테마를 제외한 모든 국내사 제품들이 결론적으로 자사의 균주와 제조공정을 훔쳐 만들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이번 균주 출처 논란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와 관련된 문제도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병원체의 보유 허가를 받은 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받은 경우 그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상급심의 판결에서도 대웅제약의 균주 도용이 그대로 인정된다면 나보타의 허가 자체가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식약처는 2021년 11월 휴젤의 ‘보툴렉스’, 파마리서치바이오 ‘리엔톡스’에 대해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수출용을 국내에 유통시켰다며 각사의 주력품목을 4개, 2개씩 허가취소했다. 수출용이라면 국가출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지만, 국내 제약사들이 우회 수출을 위해 국내 도매상에 제품을 공급한 게 법률 위반이라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이번 균주 출처 논란으로 클린한 보툴리눔 톡신 시장 관리에 나선다면 적법한 균주에, 적법한 절차를 가진 업체만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