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1월 12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열어 사노피 ‘듀피젠트프리필드주’(Dupixent, 성분명 두필루맙, dupilumab)의 급여 확대 건을 논의한 결과, 소아·청소년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대해 급여 적정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는 성인 아토피 환자 보험급여가 적용된 지 3년 만에 나온 결정이다. 다만 천식, 비용종을 동반한 만성부비동염에 대해서는 급여를 인정하지 않았다.
듀피젠트는 아토피피부염 및 천식 치료에 쓰는 생물의약품으로, 국내에서는 국소치료제로 적절히 조절되지 않거나 이들 치료제가 권장되지 않는 △만 18세 이상 성인 △만 12∼17세 청소년 △만 6개월∼11세 소아 중등도·중증 아토피 환자에 단독 또는 국소 코르티코스테로이드(TCS)와의 병용요법으로 허가돼 있다.
기존에는 만 6세가 투여 하한선이었는데, 생후 6개월에서 만 5세 사이의 환자 162명을 대상으로 TCS·듀피젠트 병용요법과 TCS 단독요법의 치료 효과를 비교한 LIBERTY AD PRESCHOOL 임상이 추가되면서, 지난해 투여 하한선을 만 6개월까지 낮췄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실 주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김혜연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듀피젠트 급여를 받는 중증 아토피 환자의 생물학적제제 사용 금액은 연간 168만~200만원인 반면 그렇지 못한 소아청소년 환자는 2000만원에 달한다”며 급여 확대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현재 소아청소년 중증 아토피 급여 확대를 신청한 약제는 듀피젠트 외에 애브비의 경구용 선택적‧가역적 야누스 인산화효소(JAK) 저해제 ‘린버크서방정’(Rinvoq 성분명 우파다시티닙 Upadacitinib), 화이자의 JAK 억제제 ‘시빈코정 (CIBINQO 성분명 아브로시티닙 Abrocitinib)이 있다.
이 중 듀피젠트가 급여 진입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과 약가 협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최종 급여 확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린버크는 지난해 5월 성인 아토피 환자 대상 보험급여가 적용됐고, 올해 1월 19일 약평위에서 소아청소년 보험급여 적용 기준 논의를 마쳤다. 진행 중인 재정영향 평가가 끝나는 대로 보건복지부에서 급여 여부를 고시할 예정이다. 재정영향 평가는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확인된다.
시빈코는 지난해 성인 아토피 환자 대상 보험급여를 신청했다가 철회, 올해 1월 소아청소년과 성인 모두를 급여대상으로 포함한 후 급여 등재를 재신청했다. 현재 심평원에서 급여 적정성을 검토 중으로, 약평위 논의를 앞두고 있다.
듀피젠트는 만 6세 이상 소아청소년과 성인으로 허가 범위가 가장 넓다. JAK 억제제인 린버크와 시빈코는 만 12세 이상 소아청소년과 성인에게만 사용이 가능하다. 게다가 JAK 억제제는 중증 심질환, 암 발병 위험이 있어 65세 이상, 심혈관계 고위험군, 악성 종양 위험이 있는 경우 등은 사용이 제한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듀피젠트의 압도적인 현 시장점유율이 지속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듀피젠트보다 JAK 억제제인 린버크와 시빈코의 효과가 더 좋은 환자가 존재하며, 아토피 환자에서 JAK 억제제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서영준 충남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듀피젠트를 완벽한 약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으며, 약효가 없거나 오히려 악화하는 환자가 존재한다”며 “린버크가 듀피젠트보다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데이터화 되지는 않았으나 두경부 부위 아토피 증상이 심한 환자는 듀피젠트보다 JAK 억제제의 효과가 더 좋다는 임상 증례가 다수 있다”고 밝혔다.
나찬호 조선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듀피젠트는 효과를 보려면 1~2개월이 소요되지만 린버크와 시빈코는 복용 2~3일이면 효과가 나타나고, 특히 가려움증이 심한 환자에서 큰 효과가 있어 소아청소년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성·경제적 측면에서 JAK억제제의 약진도 예상된다. 박천욱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장기 사용 데이터를 갖춘 듀피젠트가 안전성 측면에선 낫다고 보지만, 듀피젠트는 주사제이다보니 아무래도 아이들에겐 거부감이 있다”며 “피하주사제라 자가주사가 가능하지만 초기에는 병원을 여러 차례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 다니는 소아청소년에게는 불편하다”고 말했다. 반면 JAK 억제제인 린버크와 시빈코는 1일 1회 약을 먹기만 하면 돼 편의성이 높다.
나찬호 교수는 “경구제인 JAK 억제제는 주사제인 듀피젠트의 절반 가격 정도”리며 “장기 치료가 요구되는 질병 특성상 경제적인 요인을 감안할 때 JAK 억제제가 유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 교수는 아토피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JAK 억제제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JAK 억제제를 다수 사용한 경험이 있는 박천욱 교수는 JAK 억제제는 여드름 외에 다른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가 없다고 소개했다.
서영준 교수는 “JAK 억제제 부작용 관련 연구는 류마티스 질환자가 대상이었고, 문제가 생겼던 환자는 대부분 고령자, 심혈관질환, 비만 등 기저질환이 있었다”며 “아토피 등 피부과 질환 치료를 위해 JAK 억제제를 사용했을 때 심각한 부작용이 매우 드물었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장기 임상 데이터는 나오지 않았으나 기존 중증 아토피 환자에게 사용했던 면역억제제나 MTX보다는 JAK 억제제가 안전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박천욱 교수는 “듀피젠트도, JAK 억제제도 약 20%의 환자는 효과가 없는데, 듀피젠트 효과가 없던 환자는 JAK 억제제를, JAK 억제제 효과가 없는 환자는 듀피젠트를 사용했을 때 증상이 개선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며 “심각한 중증 아토피 환자를 위해 다양한 옵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