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미국 바이오기업을 인수한다. LG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인근 캠브리지에 소재한 아베오파마슈티컬스(AVEO Pharmaceuticals, 나스닥 AVEO)를 5억6600만달러(약 8000억원)에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아베오는 2002년에 설립된 항암제 전문 기업으로 2010년 나스닥에 상장돼 지난해 3월 10일, 성인 재발성 또는 불응성 진행성 신세포암종(renal cell carcinoma, RCC)에 3차 치료제로 쓸 수 있는 치료제 ‘포티브다’(FOTIVDA 성분명 티보자닙 tivozanib)로 FDA 승인을 받았다. 현재는 1차 치료제로 승격됐다.
올해 아베오의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성장한 150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2027년에는 매출 5000억원(미국 증권사 컨센서스 기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진행 중인 포티브다와 면역관문억제제 병용 임상이 성공하면 적응증 범위가 확장돼 추가적인 매출 성장도 기대된다는 게 LG화학의 설명이다.
자체 항암 파이프라인 9개에 아베오 5개 포함, 총 14개 항암제 후보 확보
포티브다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PD-1 억제제 ‘옵디보주’(Opdivo, 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와 병용요법으로 화학요법을 받았던 신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아스트라제네카의 PD-L1 억제제인 ‘임핀지주’(Imfinzi 성분명 더발루맙 durvalumab)와 병용요법으로 간암에서의 2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포티브다는 지난 8월 미국종합암네트워크 항암치료가이드라인(NCCN Guideline)의 권고 약제 1등급(Category 1 Recommendation)를 획득, 신장암 치료제로 위상을 공고히 했다.
아베오는 포티브다 외에도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피클라투주맙(Ficlatuzumab, AV-299), 1상을 진행 중인 AV-380(항 GDF15 단일클론항체)과 AV-203(항 ERBB3 단일클론항체), 전임상 시험 중인 AV-353(항 Notch 3 단일클론항체) 등 총 5개의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다.
피클라투주맙은 인간화 IgG1 단일클론항체로 HGF/cMET 경로의 간세포성장인자(hepatocyte growth factor, HGF)를 표적한다. HGF/cMET 경로는 표피성장 인자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 차단을 회피(탈출)하려는 병리 기전이다. 피클라투주맙은 친화성과 특이성을 가진 HGF 리간드에 결합함으로써 HGF/cMET 다운스트림 신호전달의 차별화된 억제를 입증했으며 전임상 연구 및 초기 임상시험에서 강력한 항종양 효과를 입증했다.
현재 EGFR 표적치료제인 ‘얼비툭스’(ERBITUX® 성분명 세툭시맙, cetuximab)와의 병용요법으로 두경부암(HNSCC)에서 2상 임상 중이다. 32명의 평가가능한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이 3.6개월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이 중 HPV(인유두종바이러스) 양성 환자는 PFS 중앙값이 4.1개월로 산출됐고 객관적치료반응률은 38%였으며 완전반응은 18%에 달했다.
LG화학은 이들 파이프라인이 적기에 개발 성공하면 모두 2030년 이전에 FDA 승인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고형암 세포치료제 등 9개 항암 파이프라인을 포함해 통풍,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비만 치료제 등 총 20개의 개발단계(전임상 및 임상)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아베오 인수로 LG는 항암제 부문에서만 14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게 됐다.
美 항암제 시장 상업화 역량 선제 확보
LG화학은 이번 인수로 단기간에 미국내 항암 상업화 역량을 확보하는 한편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다양한 자체 개발 신약을 출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미국은 신약승인, 보험, 약가제도, 유통구조 등이 국내와 다른 체계로 운영돼 신약개발 단계부터 현지 특화된 상업화 역량이 요구된다. 이번 아베오 인수를 통한 미국 직접 진출은 난해한 유통망을 뚫는다는 점에서 전략적 판단으로 받아들여진다. 항암 분야는 암 전문 소수 의료기관 중심의 판매 조직으로도 사업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용히하다. LG화학은 이미 상업화 단계에 진입한 항암제 신약을 보유한 아베오 인수를 통해 숨겨진 마케팅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인수합병은 LG화학이 보유 자산을 미국 보스톤 소재 생명과학 자회사인 ‘LG켐라이프사이언스’(LG Chem Life Sciences)에 출자해 이뤄진다. 향후 아베오의 주주총회에서 과반 승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심의 절차가 진행된다. 이사회 통과 후 합병 완료까지 약 3~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혁신 제약사 도약 … “2027년 매출 2조원 달성”
LG화학은 △친환경 소재 △전지 소재 △글로벌 신약 등 3대 신성장 동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및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추진해왔다. 이번 인수는 신약 부문 글로벌 사업 기틀을 공고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약 부문의 경우, 항암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글로벌 혁신 제약사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아베오의 상업화 및 임상 역량을 내재화해 2027년 생명과학부문에서 매출 약 2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이번 인수 결정은 LG화학 바이오사업 40여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이정표이자 이 사업이 글로벌로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라며 “미국 상업화 역량 지속 강화를 통해 현지 매출 확대에 적극 나서는 한편, 항암 중심의 미국 임상 및 허가 역량을 한층 높여 글로벌 혁신 제약사 도약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