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보다 증상의 중증도가 낮다. 가장 큰 이유는 폐 세포에는 잘 침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호흡곤란 같은 심각한 증상은 바이러스가 폐에 침투해야 일어난다. 폐 세포가 감염되면 염증성 면역반응으로 정상세포까지 망가지면서 장기가 손상되고 산소 결핍을 부르기 때문이다. 폐까지 온 바이러스는 혈관을 통해 다른 장기로도 쉽게 퍼져나갈 수 있다.
그러나 오미크론은 일반 감기를 유발하는 코로나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코, 목 등 상기도에서 주로 증식한다. 따라서 콧물이나 기침이 가장 흔한 증상이다.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하기도 감염을 일으키지만, 오미크론은 상기도 감염에 그친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햄스터와 생쥐 실험을 통해 오미크론 감염 동물의 폐에 있는 바이러스 수치는 다른 변이에 감염된 것의 10분1 이하였다. 특히 오미크론 감염 동물은 체중에 거의 변화가 없었으나 다른 동물은 체중이 크게 줄었다.
홍콩대 의대 연구에선 오미크론 변이가 기관지에선 델타보다 70배 빨리 증식하지만 폐에선 증식 속도가 변이 전 바이러스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폐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결합하는 세포의 수용체 단백질 가운데 막관통 세린 프로테아제(transmembrane protease serine subtype 2, TMPRSS2)가 많이 분포돼 있다. 캠브리지대 등 영국 연구진은 이 TMPRSS2가 오미크론 변이와는 잘 결합하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다.
영국 글래스고대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세포 표면의 템프리스2 대신 세포막의 카텝신(cathepsin) 단백질 분해효소와 결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방식을 쓰면 감염 속도가 매우 느려진다.
오미크론이 상기도에서 활발하게 증식한다는 건 바이러스가 더 쉽게 밖으로 배출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이는 오미크론의 전염력이 더 강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T세포가 오미크론 변이 감지하는 부위엔 큰 차이 없어
오미크론 감염 증상이 약한 또 하나의 이유는 인간 면역체계의 핵심 요소인 T세포가 오미크론을 잘 막아낸다는 점이다. 오미크론이 발견된 이후 전문가들이 가장 두려워 한 것은 오미크론이 면역 체계를 피해간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오미크론은 인체 내 형성돼 있는 항체에 잘 잡히지 않았다. 항체의 표적인 바이러스의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의 수용체결합영역(receptor-binding domain, RBD)에 변이가 일어난 탓이다.
따라서 오미크론을 잡으려면 항체를 더 많이 배치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추가접종(부스터샷)을 권하는 이유다. 그런데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대와 홍콩과학기술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바이러스’(Viruses)에 발표한 예비 연구에 따르면 바이러스의 단백질 조각인 항원결정기(에피톱, epitope, B세포나 T세포 등이 항원을 식별하게 해 주는 항원의 특정한 부분) 1500개를 분석한 결과, 오미크론은 항체는 피해도 2차 방어벽인 T세포는 잘 피하지 못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진은 “T세포가 표적으로 하는 돌기 단백질의 에피토프를 분석한 결과 20%만이 돌연변이를 보였으며, 이마저도 절반 이상을 T세포가 감지했다”며 이는 오미크론이 T세포를 회피할 가능성을 크게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 껍질 안쪽의 유전물질은 세포 안으로 들어가고 침투 도구로 쓰였던 돌기 단백질은 세포 표면에 남는다. 이 돌기 단백질 잔해는 세포가 감염됐다는 일종의 신호 깃발 역할을 한다. T세포의 표면에는 이 깃발을 인식하는 일종의 센서가 있다. 이 센서가 돌기 단백질 잔해를 감지하면 T세포가 그 센서의 신호를 따라 감염된 세포에 달라붙어 세포를 제거한다. 감염된 세포가 죽으면 그 속에 기생하는 바이러스도 일망타진된다. 바이러스가 더는 증식하지 못하니 증상이 더 악화되지 않게 된다.
퓨린 절단 부위가 오미크론 감염력에 미치는 영향은 작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들어가려면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이 활성화돼야 한다. 스파이크는 퓨린(furin)이라 불리는 인체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해 절단돼야 활성화된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내 퓨린 절단 부위에서의 변이가 인간 세포에서 변이의 감염 및 복제 능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이론화했다.
처음에 과학자들은 B.1.1.7이라고 알려졌던 코로나19 알파 변이에서 퓨린 절단 부위의 변이(furin cleavage site)를 확인했다. 이것이 알파 변이의 침투성 증가나 질병 심각성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최신 연구자들은 예상과 달리 오미크론 변이가 세포들 사이로 침투하고 퍼지는 바이러스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델타 변이나 오미크론 변이 등 우려변이(variants of concern) 역시 같은 퓨린 절단 부위에 변이가 있지만 중증도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는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는 퓨린 절단 부위에 여러 돌연변이가 일어나 이것이 오히려 오미크론의 힘을 약화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고 방역의 고삐를 늦출 일은 아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오미크론이 델타에 비해, 특히 백신 접종자들에게 증상이 덜 심각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오미크론을 얌전한 것으로 보면 안된다”고 말했다.
최근 뉴욕 코넬대 연구진이 ‘iScience’에 게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퓨린 절단 부위의 이런 변이가 알파의 세포 침투 능력에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알파 변이의 경우, 퓨린 절단 부위의 변이가 아닌 다른 변이가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출현한 오미크론 변이는 퓨린 절단 부위에서의 변이를 포함해 알파 변이와 비슷한 많은 변이를 갖고 있다. 이 연구의 대표저자인 코넬대 바이러스 학자인 개리 휘태커(Gary Whittaker) 박사는 “오미크론은 알파와 같은 특징을 많이 갖고 있어 알파 변이를 통해 오미크론과 향후에 등장할 미래 변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오미크론의 높은 전염성, 줄어든 질병 중증도는 알파와의 비교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복제 도중 일으키는 오류들이 게놈 차이에 의한 변이를 낳는다. 복제 과정에서 많은 변이들이 생성되지만 이들 중 전염성과 중증도를 증가시키는 것은 극히 일부이다.
전염성, 질병 중증도, 면역체계에 침범하는 능력 등을 증가시키는 우려 변이는 자신의 게놈에 다양한 변이를 수반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아직도 전염력을 높이기 위한 개별 변이들의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가을,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알파 변이는 45~71%의 전염성을 가졌다. 이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원시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염성이 높다. 알파 변이는 또한 질병 중증도와 연관돼 있다. 알파 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 9개를 포함해 게놈에 23개의 변이를 갖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다른 우려변이에서 다양한 스파이크 단백질 변이들을 관찰했다. 전염성 증가와 연관된 스파이크 단백질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발현돼 코로나19가 인간세포 표면에 있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2 수용체에 결합할 수 있게 한다.
인간세포가 발현하는 퓨린 효소에 의한 스파이크 단백질의 특정 부위 절단은 상피와 폐 세포로의 바이러스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으로 생각된다. 알파 변이의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의 변이 중 하나는 퓨린 절단 부위에 있다. 이 장소의 염기 서열 변화는 코로나19 전염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넬대 연구는 퓨린 절단 부위에서 알파 변이가 인간세포에서 바이러스를 감염시키고 복제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침을 확인했다.
생화학 분석으로 확인하니 알파변이서 퓨린 절단 부위 양 많아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에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 접근법을 사용했다. 생물정보학은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생물학적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을 포함하며, 유전정보를 활용하여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할 수 있다.
생물정보학 분석은 알파 변이에서 퓨린 절단 부위의 변이가 퓨린 효소에 의한 스파이크 단백질의 분열을 다소 증가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구원들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생화학 분석(Biochemical assays)도 시행했다. 그들은 알파 변이와 원시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나온 퓨린 절단 부위가 포함된 스파이크 단백질의 짧은 조각을 퓨린과 함께 배양했다. 분석 결과, 알파 변이에서 나온 스파이크 단백질 조각이 원시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조금 더 많은 양이 절단됐지만 특정 pH에서만 분열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포 진입은 TMPRSS2와 엔도솜 경로 2가지
연구진은 이어 유사입자를 이용해 퓨린 절단 부위에서 각 변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인간세포 진입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이들 유사입자는 특정 코로나19 바이러스 단백질을 발현하는 비(非) 코로나19의 다른 대리 바이러스로 구성돼 있다. 유사입자는 세포를 감염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구성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복제는 할 수 없어 무해하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원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알파 변이로부터 급증한 단백질을 발현하는 유사입자를 활용했다.
연구자들은 또한 알파 변이에서 발견된 한 가지 특정한 변화를 포함하는 변형된 형태의 원시 코로나19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을 나타내는 세 번째 형태의 유사입자를 사용했다. 이 변형된 원시 코로나19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은 알파 변이의 특정 변이에 의해 발생한 퓨린 절단 부위에서 한 가지 변화만 보였지만, 알파 변이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원시, 알파변이, 원시에 알파변이 퓨린 절단장소 변이를 추가한 변이 등 3가지 유형의 서로 다른 스파이크 단백질 유사입자의 베포세포 감염 능력을 평가했다.
실험실 배양 신장 베로세포를 감염시키는 능력을 비교했더니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두 가지 주요 경로를 통해 세포로 들어갈 수 있다. 하나는 인간세포의 표면에 있는 TMPRSS2라는 효소에 의해 매개되며 인간세포막과 바이러스 외피를 융합하는 것이다. 다른 경로는 인간세포 안에 존재하는 엔도솜이라고 불리는 체액으로 채워진 소기관에 의해 바이러스가 휩싸이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두 가지 종류의 베로세포를 사용했다. 하나는 TMPRSS2를 발현했고, 융합에 의한 유입을 선호했다. 다른 세포주는 엔도솜 경로에 의한 바이러스 유입을 선호했다. 세 가지 다른 스파이크 단백질을 발현하는 유사입자의 감염 능력에 차이가 없었다. 즉, 알파 변이의 스파이크 단백질의 퓨린 절단 부위 변이는 TMPRSS2 또는 엠도솜 경로를 통한 세포 진입을 강화하지 않았다.
베로세포는 신장으로부터 파생된 것이기 때문에 연구원들은 배양한 인간 호흡기세포를 세 개의 스파이크 단백질 발현 유사입자로 감염시키는 실험을 했다. 알파 변이의 유사입자는 원시 바이러스 유사입자보다 호흡기세포를 감염시키는 데 조금 더 효과적이었다. 흥미롭게도 원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알파변이 퓨린 절단장소 변이를 추가한 변이(유사입자)는 호흡기세포를 감염시키는 능력에서 원시 바이러스와 다르지 않았다. 호흡기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 퓨린 절단 부위의 변이 이외의 변이가 알파 변이의 전염 및 질병 발생 능력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알파 변이가 원시 바이러스보다 빨리 복제 안 돼 … 퓨린 절단 부위, 감염과 복제에 별 영향 없어
연구진은 이어 원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알파 변이의 샘플로 두 가지 베로세포주와 인간 호흡기세포에서 복제 능력을 비교했다. 세 가지 세포 모두에서 유사한 바이러스성 역가가 관찰되었는데, 이는 알파 변이가 원시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더 빨리 복제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은 감염된 세포와 인접한 비감염 세포와의 융합을 매개로 폐로 바이러스의 확산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파 변이와 원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인간 세포 내 감염 또는 복제 능력 사이에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세포융합을 유도하기 위해 이 스파이크 단백질의 능력에 차이가 있는지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연구원들은 알파 변이의 스파이크가 두 개의 베로세포주에서 세포 융합을 강화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요약하자면, 이 연구는 알파 변이의 스파이크 단백질의 퓨린 절단 부위의 특정 변화(변이)가 절단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세포에서 감염되거나 복제되는 변이의 능력을 증가시키지는 못한다. 휘태커 박사는 “퓨린 절단 부위는 사실상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