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작품의 인기에 따른 효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등 한국적 정서의 놀이들이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게임 캐릭터 인형, 의류들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청소년관람불가의 드라마지만, 높은 인기와 친근한 마케팅으로 어린이를 비롯한 청소년들도 오징어게임에 열광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폭력적인 드라마 속 설정이 소아청소년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크다. 미국에서는 시청 금지령을 내리는 학교가 잇따르고 있고, 소셜미디어 기업들에게 어린이보호기능을 강화하라는 청문회도 열렸다.
국내에서도 일부 지역 교육청에서는 ‘특정 매체를 모방한 학교폭력 발생 우려’를 내용으로 한 가정통신문을 보내기도 했다. 인간의 본성을 다룬, 현실이 아닌 드라마 속 세상이지만 어린이들에게는 분명 ‘관람불가’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에 노출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우려해 이러한 장면이 빠져 있는 편집영상도 유튜브, SNS 등을 통해 제공되는데, 전문가들은 편집영상 또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 전문가인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문화로 만들어진 컨텐츠로 전세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고, 유행하는 관심사에 대해 친구들과 대화가 잘 풀린다는 등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부모님들도 계시지만 미성년자 관람불가, 또는 연령 제한이 있는 컨텐츠의 경우 부모님들이 각별하게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오징어게임’의 경우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뿐 아니라 놀이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사회성을 키워나가는데, 놀이 자체가 사람을 죽이거나, 놀이에 따라 죽을 수 있다거나, 그 목적이 경쟁과 돈이라는 포맷을 아이들이 흥미위주로 쉽게 받아들이면 돈과 생명, 공동체 팀워크 등에 있어 왜곡된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상과 현실의 차이를 인지하고 잘 구분할 수 있는 성인들과 달리, 어린 아이들의 경우 어른들의 생각보다 현실과 비현실의 구분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극적으로 과장되게 표현된 컨텐츠가 위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 교수는 “설령 어린이들이 친근하게 생각하는 만화 영상이라고 해도, 관람불가나 12세 이상 관람가 등 연령에 맞지 않은 컨텐츠를 아이들이 제한 없이 시청한 경우 영상에서 표현된 갈등과 강력한 감정, 부정적 감정들로 인해 오랫동안 심리적으로 후유증을 겪는 사례도 진료실에서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며 “부모님들께서 시청연령제한을 폭력, 선정성측면에서만 판단하면 안되고 연령에 맞는 감정과 갈등 등 아이들의 정서적인 부분을 고려하여 연령제한에 맞는 컨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을 제거한 편집영상이나 비슷한 포맷의 다른 영상물에 대해서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배 교수는 “유튜브 요약 영상 같은 것을 통해 선정적인 장면이 빠졌으니 괜찮겠지, 줄거리만 나오는 것은 괜찮겠지 생각하지 마시고 오징어게임 속 잔혹한 경쟁과 갈등, 사람에 대한 불신 등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며 “부모님들이 어린 시절에 즐겼던 익숙한 게임들을 아이들과 함께 즐기더라도 ‘오징어게임’ 속에서의 갈등과 경쟁, 생명경시 등을 아이들이 흥미위주로만 여과없이 받아들이지 않도록 충분히 대화하는 시간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 ‘오징어게임에 노출된 아이들’에 대한 배승민 교수의 조언은 가천대 길병원 공식 유튜브 채널 ‘길병원TV’에서 자세한 시청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