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엔진을 쓰는 화물차에 주입해야 할 요소수 부족난에 온나라가 시끄럽다. 요소(尿素, urea, NH₂CONH₂)는 인간이 처음으로 무기물로부터 유기물을 합성한 유기화학 역사상 중요한 물질이다. 무색 무취하며 양서류나 포유류의 소변에 포함돼 있다.
조류, 파충류, 곤충류 등은 요산의 형태로 배출한다. 야외주차장에 차를 세우며 새들이 배설물을 쏟는데 하얀색의 결정체가 물에 녹지 않는 불용상 화합물인 요산(尿酸, uric acid)이다.
모든 생명체의 유지와 생리현상의 기본은 단백질이다. 단백질을 이루는 기본 원소는 탄소·질소·산소·수소·황·인 등이다. 이런 질소를 잡으려면 동물은 식물을 먹어야 하고, 식물은 토양 미생물의 도움을 받거나 콩의 뿌리혹박테리아처럼 공생하는 미생물에서 공기 중의 질소를 잡아와야 한다. 화학적으로 아주 안정한 공기 중의 질소를 암모니아(NH₃)를 비롯한 질소화합물로 전환하는 과정을 질소고정이라 한다.
식물조차 공기 중의 질소를 잡아 고정시키는 데 애를 먹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게 질소비료(질산염, 요소)다. 질산염 비료는 작물에 빨리 질소가 흡수되지만 토양 산성화를 유발할 수 있고, 요소 비료는 유기물에 좀 더 가까워 토양과 작물에 더 좋지만 작물에 질소가 덜 흡수되는 게 단점이다.
요소비료는 어떻게 만드는가. 화학공장을 돌리다보면 천연가스, 석탄, 석유 등에서 나오는 질소, 수소, 메탄가스 등을 거저 얻을 수 있다. 암모니아는 질소와 수소를 결합시켜 만든다. 이산화탄소는 메탄가스와 산소가 붙으면 생긴다.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반응시키며 카밤산암모늄(Ammonium carbamate, H₂NCOONH₄)이 생기고 이것이 분해돼 요소와 물이 나온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이같은 제법은 1828년 독일 화학자 프리드리히 뵐러(Friedrich Wöhler, 1800~1882)가 처음 개발한 요소제법은 아니다.
요소비료와 차량용 요소수의 요소는 당연히 같은 유기분자다. 다만 순도가 다를 뿐이다. 농업용(비료), 산업용(선박용, 디젤발전기용), 차량용 순으로 순도가 낮다.
차량용 요소수는 미네랄이 제거된 탈이온수 67.5%에 순수 요소 함량 약 32.5%를 배합한다. 디젤엔진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가스를 선택적 촉매환원(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SCR) 시스템을 통해 환원시켜 정화하는 게 요소수의 역할이다. 엔진을 오래 쓰고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하려면 요소수가 엄격한 농도와 순도를 유지해야 한다.
산업용 요소수는 요소 함량이 약 40%로 차량에 사용하기에 부적당할 뿐만이 아니라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산업용은 차량용보다 불순물이 더 많다. 게다가 질소산화물과 반응하는 요소수에는 반드시 촉매가 필요한데 차량용은 제올라이트계 촉매, 선박용·산업용은 바나디아계 촉매를 이용한다. 선박에 사용하는 벙커C유의 경우 황 성분이 많이 포함됐지만 차량용 경유는 상대적으로 황 성분이 적어 촉매 수명에도 차이가 난다.
농업용은 농사용 요소비료를 물에 녹인 수용액으로 요소 알갱이 끼리 달라붙지 않도록 특수 코팅이 된 경우가 일반적이다. 차량용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코팅 성분이 그대로 배출돼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심지어 SCR 장치의 고장을 초래하게 된다.
항간의 속설처럼 궁하다고 해서 요소비료에 물을 타 차량용 요소수를 만든다면 질소산화물이 저감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매연저감장치(SCR)가 고장날 수 있다. 질소산화물이 대기에 더 많이 배출돼 암을 일으키는 초미세먼지의 입자가 증가할 수 있으며, 요소비료에 포함된 포름알데하이드가 자동차 배기가스에 나와 발암물질로 흡입될 수 있다.
대기환경보전법은 검사 없이 만든 요소수를 공급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이를 알면서도 고의로 가짜, 유사 요소수를 쓴다면 2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요소는 의약품으로도 많이 쓰인다. 가장 흔히 접하는 게 요즘 같은 늦가을, 겨울이면 발뒤꿈치, 엄지발가락 등이 쩍쩍 갈라지는 건조형 각피증에 쓰이는 요소크림이다. 이 제품은 어린선(魚鱗蘚), 노인성 건피증, 모공성 태선, 아토피피부염에도 효능을 갖고 있다. 요소는 각질을 용해하면서 보습과 항균을 겸하기 때문에 각피증에 효과적이다. 이보다 다소 효능이 개선된 게 디
요소를 알약으로 먹기도 한다. 방사성 탄소13번(원래 탄소는 분자량이 12)으로 요소를 만들어 복용하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감염 검사 시 요소의 양을 추적할 수 있다. 위와 십이지장에서 증식하는 헬리코박터균은 우레아제(urease)라는 요소분해효소를 분비하면서 주변에 있는 요소를 분해, 알칼리성 용액을 만들어 위산(염산)을 중화시킨다. 요소호기검사(Urea breath test, UBT)를 통해 피험자의 날숨에 함유된 요소의 양을 측정하면 헬리코박터가 있는지를 내시경검사를 하지 않고도 간편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밖에 의약품 중에 우레아기(基)가 포함된 것으로는 알릴이소프로필아세틸요소, 브롬발레릴요소, 디아졸리디닐우레아가 있다. 각각 진통제, 진통제, 피부건조증 치료제로 쓰인다. 디아졸리디닐우레아는 그냥 요소보다 다소 나은 보습작용을 보인다. 이들 약품에서는 요소가 주된 작용을 하는 게 아니라 라디칼 또는 염으로써 핵심성분의 효과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 디젤 화물차 중 SCR을 장착한 차량의 비중은 60% 정도다. 요소수를 붓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는 중국이 세계 최대 생산국인데 정확한 양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요소 수입 의존 비중은 97%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2013년까지 롯데정밀화학이 마지막까지 유일하게 요소를 생산하다가 환경오염, 중국·인도·러시아 등 석탄을 사용해 저렴하게 생산하는 국가들에 밀리는 가격경쟁력 때문에 포기했다. 이번 요소수 대란으로 다시 공장을 돌려 소량을 생산에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중국이 미·중 패권전쟁 속에 미국 측의 대중 압박에 동참한 호주로부터 석탄 반입을 금지하면서 빚어진 후폭풍으로 요소수 대란이 일어났다.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의 중저가 원자재는 모두 중국에서 들여오는 의존도가 높다. 공급선을 늘려야 앞으로 이런 요소수 대란이 일어나지 않는다. 10월말부터 일어난 요소수 공급란은 11월 중순을 고비로 점차 안정화되가는 추세다. 정부가 백방으로 노력해 동유럽, 인도, 동남아 등으로 도입선을 늘리고 국내 화학공장을 재가동하도록 독려한 덕분이다.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요소 때문에 온나라가 시끄러웠다는 게 이 분야 전공자로서 코웃음이 절로 나오게 한다. 마늘 파동에서도 봤듯이 중국에 의존하는 경제시스템에서 그쪽이 막혔을 경우 다른 대안은 없는지 정부 당국자는 폭넓게 관찰하고 미리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