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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내 중요 에너지원 ‘중성지방’이 혈관건강을 위협한다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1-11-12 10:31:28
  • 수정 2021-11-12 10:3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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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다하면 고혈압·당뇨병 유발 … 약물치료·생활습관 개선 필요

혈관건강의 적인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은 고혈압·당뇨병과 함께 국내 3대 만성질환에 속한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년 국내 사망원인 통계 중 2위인 심장질환의 중요 유발인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상지질혈증을 유발하는 것은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triglyceride, TG)이다. 


혈관에 나쁜 LDL(저밀도지질단백질)-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높거나, 혈관에 좋은 HDL(고밀도지단백)-콜레스테롤이 낮은 상태를 이상지질혈증이라고 한다.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증가하면서 중성지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중성지방은 지방의 한 형태로 인체 여러 곳에 존재하며, 포도당과 더불어 체내의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1g당 약 9㎉ 정도의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체내 지방은 크게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로 쓰이는 중성지방과 유리지방, 세포나 조직을 구성하는 콜레스테롤과 인지질로 나눌 수 있다. 중성지방은 음식물로부터 공급되는 당질과 지방산을 재료로 간에서 합성되고, 혈액과 함께 각 조직으로 이동하며 주로 신체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로 쓰이게 된다. 


피하지방이 돼 체온을 유지하고, 내장지방 형태로 저장돼 장기를 보호하는 쿠션 역할도 한다.인체에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요소이지만 과하게 축적되면 문제를 일으킨다. 과잉된 중성지방은 내장이나 피하의 지방조직에 축적되고 일부는 혈액 속으로 방출된다. 과다 중성지방은 인슐린저항성을 높이고 유리 지방산을 증가시켜 대사증후군과 2형 당뇨병 발병에 관여하게 된다. 이는 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건강의 적이라는 오해를 받는 이유다.


정인경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혈액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지면 HDL-콜레스테롤이 감소하고, LDL-콜레스테롤 입자를 작고 단단하게 변형시켜서 혈관을 잘 뚫고 들어가게 한다”며 “이는 염증을 일으키고 동맥경화증을 유발해 뇌경색·심근경색·협심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혈액 속의 중성지방의 농도가 정상보다 높은 상태를 고중성지방혈증이라고 한다. 


고중성지방혈증은 대부분 증상이 없어 혈액검사로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중성지방 수치는 음식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12시간 이상 금식하고 채혈하는 게 원칙이다. 중성지방은 150mg/dL 미만이면 ‘정상’, 150~199mg/dL이면 ‘경계’, 200mg/dL 이상이면 ‘높음’으로 진단한다.높음에 해당되면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중성지방 수치가 500mg/dL 이상으로 과도하게 높은 경우 심한 복통과 함께 응급질환인 급성 췌장염도 일으킬 수 있다. 비만, 당뇨병, 인슐린저항성이 있는 대사증후군, 만성콩팥병 등을 가진 환자에서 중성지방이 수치가 높다. 또 술을 자주 마시는 남성이 여성보다 수치가 더 높은 경향을 보인다. 중성지방은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를 낮추려면 식사요법, 운동요법, 체중조절 등을 실천하는 게 기본이 된다. LDL-콜레스테롤은 식단조절로 수치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지만 중성지방은 먹는 음식으로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술, 기름진 음식, 탄수화물, 과당을 많이 섭취하면 중성지방 수치 상승을 유발하므로 절제해야 한다. 특히 술은 중성지방의 농도를 증가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다.생선기름에 포함돼 있는 EPA, DHA 등 오메가3 지방산은 혈액 내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등어, 정어리, 청어, 꽁치 등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등푸른 생선를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식이섬유를 섭취하고, 과식·간식을 줄이며, 하루 30분 이상 주 4회 이상 규칙적인 운동해 표준체중을 유지토록 한다. 증상이나 고중성지방혈증의 정도에 따라 약물요법을 실시할 수 있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에서 약물요법으로 몸에 이로운 HDL 콜레스테롤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성지방을 낮추는 치료가 더 선호되고 있다. 


중성지방을 낮추는 약제로는 피브레이트(Fibrates), 니아신(Niacin), 스타틴(Statin) 등이 쓰인다. 피브레이트 계열 약제는 중성지방을 20~50% 정도 낮추며 다른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에 비해 중성지방 개선 효과가 높은 편이며 콜레스테롤도 5~15% 정도 떨어뜨릴 수 있다. 낮은 체내 흡수율을 보완하기 위해 미세화공법이나 활성대사체, 염 추가로 용해도를 높이고 주성분 용량을 낮추고 있다. 


이 계열 약물은 부작용으로 위장관장애를 초래하며 드물게 두통, 불면, 두드러기, 가려움증, 탈모증, 담석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스타틴과 병용하면 횡문근융해증이나 간독성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사용에 제약이 있다.클로피브레이트(clofibrate 국내 시판제품 없음), 페노피브레이트(fenofibrate 녹십자 리피딜슈프라정), 베자피브레이트(bezafibrate 종근당 베자립정·서방정), 시프로피브레이트(ciprofibrate 유유 리파놀정·캡슐 생산중단), 에토피브레이트(etofibrate 한화제약 리포멜즈 서방캅셀 생산중단) 등과 이와 구조가 상이한 겜피브로질(gemfibrozil 제일약품 로피드캡슐) 등이 있다. 


니아신(nicotinic acid, niacin, 비타민B₃ 독일 머크 니아스파노정)은 가격에 비해 혈중 중성지방 및 콜레스테롤의 감소 효과가 좋은 편이어서 한 동안 처방됐으나 스타틴 계열 약물의 시장 장악과 홍조, 간기능·혈당 조절 장애 등 부작용으로 지금은 생산이 중단됐다. 니아신은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약물 중 하나다.  


오메가3 지방산은 하루 3~4g을 복용하면 중성지방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지만 과다 복용하면 췌장염을 유발할 수 있다. 스타틴과 상호작용이 없어 안전하게 병용할 수 있다. 국내엔 유유제약의 ‘뉴마코캡슐’(성분명 오메가-3-산에틸에스테르90, omega 3-acids ethyl ester 90) 등 동일 성분 50종 안팎의 제제가 있다. 


2017년 아일랜드 아마린(Amarin)이 새로운 오메가3 제제인 ‘바세파’(Vascepa 성분명 Icosapent ethyl)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었다. 반면 라이벌인 캐나다 제약사 아카스티파마(Acasti Pharma)가 개발 중인 크릴 오일 기반 약물 카프레(CaPre 성분명 크릴 유래 omega-3 fatty acids)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에파노바(Epanova 성분명 omega-3-carboxylic acids)가 심혈관질환 치료제에 효과가 없다는 판명을 FDA 자문기구인 독립적인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Independent Data Monitoring Committee, IDMC)로부터 받은 바 있다. 


스타틴 제제는 LDL-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를 낮춘다. 그러나 스타틴을 복용 중이더라도 중성지방과 HDL-콜레스테롤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페노피브레이트 추가 투여를 고려할 수 있다. 김신곤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팀은 스타틴 계열 약물과 페노피브레이트 병용이 한국인 대사증후군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규명했다.  


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2002~2019년 데이터 기반으로 스타틴제제를 복용 중인 대사증후군 환자 2만9771명 대상으로 페노피브레이트 복용군과 그렇지 않은 군으로 나눠 추적한 결과, 스타틴과 페노피브레이트를 병용한 군이 스타틴만 복용한 경우보다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26%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성지방이 높고 HDL-콜레스테롤이 낮은 환자군에서 효과가 더욱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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