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단순한 ‘오래 살기’보다 ‘건강하게 살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 ‘건강수명’이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언론보도나 각종 통계자료에서 기대수명, 기대여명, 건강수명 등의 단어를 볼 수 있다.
얼핏 비슷한 것 같지만 엄연히 다른 의미를 지닌다.‘기대수명’은 0세 출생자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를 의미한다. 흔히 ‘평균수명’으로 불린다. ‘기대여명’은 어느 연령에 도달한 사람이 향후 몇 년간 생존할 수 있는가를 계산한 평균 생존연수다.
최근 많이 쓰이고 있는 ‘건강수명(장애기간 조정 기대수명, disability adjusted life expectancy)’은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받은 기간을 제외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한 기간을 의미한다. 자신의 수명에서 질병으로 병원 신세 진 기간을 뺀 나이로 이해하면 된다. 선진국일수록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가 적은 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0년부터 미국 워싱턴대 보건계량평가연구소(IHME, Institute for Health Metrics and Evaluation) 연구결과를 근거로 세계 183개국의 건강수명을 발표하고 있다. IHME는 약 291개 대표 장애요인의 가중치와 유병률을 평가해 국가별 건강수명을 산출한다.
영국이나 일본 등 일부 국가는 WHO에서 계산하는 건강수명 지표 외에 국민들의 주관적인 건강수명을 직접 조사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통계청이 매년 연령별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을 발표한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WHO의 산식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국내 특성을 반영한 건강수명 산출 방식을 협의하고 있다.일각에선 건강수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WHO가 가이드라인으로 삼는 워싱턴대의 명확한 건강수명 산출식이 공개되지 않았고 WHO 외에 각국 연구기관, 민간기관마다 산출식이 미세하게 달라 공신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건강수명은 임상적으로 별다른 의미가 없으며 거대 헬스케어 산업계의 상업적 논리로 탄생한 신조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강하지 못한 노년’, ‘중장년기 삶의 질 저하’ 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대중에게 심어 건강검진을 비롯한 보건의료서비스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20년 OECD 국가 평균 기대수명은 76.7세로 지난 17년간 4.0세 증가 했다. 한국의 2000년 기대수명은 OECD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같은기간 6.7세가 증가하여 다른 OECD국가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의 건강수명은 2000년 67.4세에서 2019년 73.1세로 늘었다. OECD국가의 건강수명을 비료해보면 일본이 74.1세, 한국은 73.1세로 한국은 2번째 해당하며 그 다음으로 스위스, 이스라엘, 스페인 순이었다.
질병·부상·사고 없이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는 건강수명은 여성이 75.1세, 남성은 70.7세였다. 이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여성은 평균 10.5년, 남성은 8.8년간 끙끙 앓는 상대로 여생을 보내야 한다는 의미다.
남녀 합친 건강 수명은 73세로 기대수명과 마찬가지로 9위였다. 건강수명은 소득수준 외에도 활동제약률에 반비례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활동제약률은 질병이나 장애로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비율이다.
연구결과 서울의 활동제약률이 26.8%로 가장 낮았고 울산 30.4%, 광주 30.7%, 경기 30.8%, 부산 31.3%, 대전 31.7% 순이었다.기대여명과 건강수명가 차이나는 것은 주로 만성질환에 기인한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은 1인당 평균 3.34개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으며 고혈압, 당뇨병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민우 서울아산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한국인의 건강수명을 줄이는 가장 큰 요인은 고혈압이며 관절염과 뇌졸중 등이 뒤를 잇고 있다”며 “성별 건강수명을 단축시키는 질병은 남성은 뇌졸중·고혈압·당뇨병, 여성은 관절염·고혈압·골다공증 등이 꼽히므로 젊을 때부터 이들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균형잡힌 식단과 꾸준한 운동을 병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