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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비만, 어릴 적 ‘항생제 노출’ 여부와 관련있다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1-10-05 11:15:08
  • 수정 2021-10-05 11: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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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다영양·운동부족보다 비만 영향 적지만 오남용때 체내 박테리아 환경 변화시켜 살찌기 쉬운 체질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소아청소년 비만이 특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성별, 연령별 비만(상병코드 E66 비만) 상병을 입력한 진료량을 살펴보면, 2019년 상반기 대비 2021년 상반기 9세 이하의 비만 진료량은 81.7%(706건에서 1283건), 10대는 83.3%(1094건에서 2005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9세 이하와 10대 모두 남자에서 각각 126.9%, 94.7% 증가로 여성 진료량 증가분 48.9%, 61.1%에 비해 각각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소아청소년이 항생제 사용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단연 내성 발생이지만 최근 ‘비만’과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가 매년 나오고 있다. 특히 감염에 취약한 소아층에서 항생제를 오남용하면 소아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만 유발 요인 중 항생제 섭취는 과도한 열량섭취나 운동부족 등 생활습관보다 영향력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 일찍이 복용한 항생제가 체내 박테리아 환경에 변화를 주고 이후 살찌기 쉬운 체질로 변화시킨다는 주장이 부모들을 두렵게 한다.


항생제가 비만을 일으키는 기제는 단순하다. 항생제가 비만 방지에 필수 요소인 장내 유익균을 없애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되면 결국 비만을 촉진시키는 유해균이 득세하면서 지방을 몸에 축적하도록 만는다. 이후 장누수증후군이 유발되고, 염증이 심해지며, 당뇨병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나타날 확률까지 높인다. 염증이 심해질수록 인슐린저항성이 높아져 지방축적에 가속도가 붙게 된다.


실제로 항생제는 가축의 살을 찌울 때 자주 쓰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09~2013년 사이 돼지, 닭, 소, 해산물 양식에 들어가는 항생제의 매출이 무려 20%나 증가해 무려 1만5000t의 항생제가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가축의 질병을 예방하는 게 아니라 빨리 성장하고 체중이 늘도록 하는 효과가 있는 게 사실로 드러났다.


문제는 사람일 때다. 사람도 개인차가 있을뿐 많이 복용할수록 살이 찔 수밖에 없다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다. 임신 후 태중에 있을 때를 포함해 2세가 되기 전에 일찍 노출될수록 비만해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게 이같은 주장을 하는 학계의 의견이다.


노엘 뮐러 미국 컬럼비아대 인간영양연구소 박사는 임신 중기 또는 말기에 항생제를 사용한 여성의 아이는 7세 전에 비만아가 될 가능성이 다른 아이에 비해 84%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팀이 ‘2세가 되기 전 항생물질을 3회 이상 사용한 어린이는 4세 때 비만해지기 쉽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영국 환자데이터베이스(Health Improvement Network)에서 1995~2003년에 태어나 생후 3개월 이내에 등록된 어린이 2만1000여명을 선별해 2세때 항생물질 사용경험과 4세때 비만 여부의 관련성을 조사해 이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대상자 중 1300여명이 4세 때 비만이었으며 2세 이전 항생물질 사용은 4세 때 비만위험과 관련했다(오즈비 1.21). 항생물질 처방 횟수가 1~2회인 경우 오즈비는 1.07이지만, 3~5회 처방시에는 1.41, 6회 이상 처방시에는 1.47로 처방횟수에 비례해 비만해지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 환경건강과학과 연구팀이 3~18세 청소년 16만3820명의 전자의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유년기에 항생제를 많이 쓸수록 체중이 빨리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장을 뒷받침했다.


전체 조사대상자 중 21%가 유년기에 7차례 이상 항생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밝혀졌으며 유년기에 항생제를 7회 이상 처방받은 아이들은 항생제를 전혀 사용한 일이 없는 아이들에 비해 15세 때 체중이 평균 약 1.4㎏ 더 무거웠다.


브라이언 슈워츠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 환경건강과학과 박사는 “항생제가 우리 몸 안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의 분포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며 “우리 몸에는 세포의 수보다 10배나 많은 박테리아 세포들이 살고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위장관 박테리아들은 영양소의 소화·흡수에 도움을 주는데, 항생제는 체내 나쁜 박테리아뿐만 아니라 유익한 박테리아까지 죽여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항생제 투여가 반복되면 위장관 박테리아의 분포에 변화가 생기고 이와 함께 섭취한 음식물의 분해·흡수도 달라지면서 체중이 늘어나게 된다”며 “항생제 남용으로 자꾸 체내에 누적되면 성인기에는 더 큰 체중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면역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아이들은 항생제를 남용했을 시 부작용이 더욱 클 수 있어 세균감염이 확실할 때에만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 한국은 어린이 항생제 남용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더욱 주의해야 한다. 


현재 많은 병원에서 감기에 걸린 아이들에게 무분별하게 항생제를 처방해 문제가 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1~6월 중이염, 감기 등의 질환으로 즉시 항생제를 처방받은 환자를 살펴본 결과, 그 중 어린이 환자의 비율이 최대 84.19%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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