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탈모 치료를 위한 장기 지속형 주사제의 본격 개발에 나섰다. 이에 따라 편의성을 높인 차세대 탈모치료제가 개발될 경우 기존 탈모치료제 시장을 충분히 재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탈모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6년 21만2916명에서 2020년 23만4780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탈모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에 국한되는 것으로 의료계와 제약업계에서는 병원을 찾지 않은 환자까지 감안할 때 잠재적인 탈모환자가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탈모치료제 시장 규모도 의약품 시장조사업체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1255억원으로 전년 대비 16.6%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은 10여년 이상 글로벌 제약사인 MSD의 ‘프로페시아(성분명 피나스테리드)’와 GSK의 ‘아보다트(두타스테리드)’가 양분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 일부가 프로페시아와 아보다트의 제네릭(복제약)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점유율이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경구형 치료제인 이들 두 제품이 매일 복용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데다 1년가량 복용을 멈추면 다시 탈모가 진행될 수 있어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부작용에 대한 우려 또한 커서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새로운 탈모 치료제 개발에 뛰어드는 것은 기존 탈모 치료제 복용의 번거로움이나 부작용을 개선할 수 있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활용해 프로페시아와 아보다트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장기 지속형 주사제는 매일 약을 복용할 필요 없이 최대 3개월에 한 번만 주사를 맞으면 돼 간편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탈모 치료제 복용 시 약사 지시에 따라 정해진 양을 제때 복용하는 이른바 ‘복약 순응도’가 중요한데 장기 지속형 주사제로 탈모 치료제를 투약할 경우 편리함과 함께 안정적인 효능을 담보할 수 있다. 병원을 방문해 투약하는 제제의 특성상 오·남용과 부작용의 위험도 적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탈모치료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국내 제약사는 대웅제약과 종근당을 들 수 있다.
대웅제약은 6월 인벤티지랩·위더스제약과 체결한 ‘탈모치료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개발·생산·판매를 위한 3자간 업무협약’에 따라 2023년 국내 발매를 목표로 공동 개발 및 상용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개발 과정에서 대웅제약은 임상 3상·허가·판매를, 인벤티지랩은 전임상·임상 1상·제품생산 지원 업무를, 위더스제약은 제품생산을 각각 담당한다.
특히 대웅제약 탈모치료 장기지속형 주사제 ‘IVL3001’는 27일 호주 식품의약품안전청(TGA, Therapeutic Goods Administration)으로부터 1상 임상시험 계획(IND)을 승인받았다.
대웅제약은 이번 임상에서 IVL3001의 경구제 대비 우수한 약물 체내 동태와 생화학적 지표를 바탕으로 한 효능을 증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IVL3001은 앞서 진행한 효력시험에서 경구제와 비교했을 때 낮은 투여량으로도 우월한 탈모치료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장기지속형 탈모치료 주사제를 개발해 매일 약을 복용하는 탈모인들이 편의성과 안정적 효과를 누릴 수 있게 하겠다”며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파트너사들과 함께 성공적인 제품 개발을 이뤄낼 수 있도록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종근당도 두타스테리드 성분의 장기 지속형 주사제 ‘CKD-843’을 개발 중이다.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을 승인받았으며 40여명을 대상으로 CKD-843의 약동학적 특성과 안전성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들 업체들이 탈모치료 주사제 개발에 나선 것은 탈모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다양한 치료제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는 반면 여전히 탈모 치료제는 한정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활용한 탈모 치료제의 개발이 성공할 경우 약 1200억원 규모에 이르는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탈모인들의 경우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심함에도 불구하고 매일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과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부작용으로 인해 탈모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며 “이러한 불편함을 덜어줄 수 있는 탈모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국내에만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탈모인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