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이스라엘 벤구리온대 오하나(Ohana) 교수팀과 함께 장 미생물에서 생성되는 대사체인 숙신산(succinic acid, 호박산)이 대장 염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셀(Cell)의 온라인 자매지인 ‘셀 리포트’(Cell Reports, IF 9.423) 최근호에 소개됐다.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염증이나 궤양이 생기는 난치성 만성질환이다. 불규칙하고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국내에서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 환자는 2020년에 2010년 대비 약 2배 늘었다. 특히 어린이에서 발생이 증가해 어린이에게 영양실조, 성장장애, 사춘기 지연 등을 야기한다. 현재 명확한 치료법은 없어 항염증제, 면역조절제 투여 등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것을 치료 목표로 하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의 원인은 아직까지 불명확하지만 장내세균총의 불균형이 염증성 장질환을 악화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장내세균총 불균형으로 인한 비정상적 대사체 과다는 염증반응 등 병리학적 이상을 일으킨다. 무엇보다 숙신산은 염증반응을 촉진하는 대식세포를 활성화해 만성 염증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지만 정확한 유발 과정은 밝혀지지 않았다.
천재희 교수 연구팀은 숙신산이 대식세포를 활성화하고 대식세포의 활성화가 대장 염증을 일으키는 과정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먼저 다양한 환경에서 대식세포를 배양해 숙신산을 많이 흡수하는 대식세포의 상태와 숙신산의 염증 발생 과정을 연구했다. 대식세포에 숙신산을 처리하면 대식세포는 염증작용을 유발하는 대식세포로 분화했다. 대식세포에 염증작용을 일으키는 지질다당류와 인터페론-감마 처리를 하면 숙신산의 흡수가 빨랐다. 반대로 면역체계를 제어하는 인터루킨-4와 인터루킨-13 처리를 하면 숙신산 흡수가 느렸다.
한 배지 안에 대식세포와 숙신산을 함께 배양하면 숙신산의 흡수가 더 빨라졌다. 숙신산과 함께 배양한 대식세포는 그렇지 않은 세포보다 16시간 만에 숙신산 함유가 2.5배 많아졌다. 숙신산 흡수가 적어지면 염증반응이 적어지는 대식세포로 분화했다.
대식세포로의 숙신산 유입은 나트륨 이온(Na+)에 영향을 받았다. Na+이 없는 용액에서 배양한 대식세포는 Na+이 있는 용액에서 배양한 세포보다 숙신산 흡수가 30% 적었다. Na+가 있는 상태에서 숙신산 흡수가 많은 것은 Na+ 의존성 SLC13이 숙신산 수송을 담당하기 때문임을 연구팀은 규명했다. SLC13 소속 인자 중에서 대식세포로 숙신산을 옮기는 것은 SLC13A3 수송체와 숙신산 수용체이었다. 반대로 SLC26A6 수송체는 숙신산 유입을 줄였다.
연구팀은 장이 숙신산을 흡수하는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장 세포주를 모니터링했다. 대식세포와 마찬가지로 장 상피에서도 Na+의 유무가 숙신산 흡수에 큰 영향을 미쳤고 SLC13A3 등이 수송체 역할을 똑같이 수행했다.
다음으로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분변과 혈청을 정상인과 비교해 숙신산이 실제로 대장에서 염증을 유발하는지를 조사했다. 환자 분변과 혈청에서는 정상인보다 숙신산의 농도가 약 4배 높았고 SLC26A6 수송체의 단백질 발현이 감소해 숙신산 조절을 못한 결과 염증이 일어나는 게 관찰됐다.
장 미생물이 분변의 숙신산을 만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분변 및 장 점막 시료를 사용한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시행했다.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서는 장내 미생물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염증성 장질환 환자 및 염증이 발생한 동물의 대장에서 숙신산을 만드는 미생물의 증가와 숙신산을 줄이는 미생물의 감소라는 미생물 불균형 상태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염증성 장질환에서 증가되는 숙신산은 염증을 악화시켜 만성 염증을 야기하고 SLC26A6 수송체 등 숙신산을 조절(억제)하는 인자들이 염증을 낮춰 좋은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천재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병태 생리와 치료법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염증성 장질환에서 질병 기전 규명했을 뿐만 아니라 치료제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