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잠을 충분히 자도 낮에 잠이 쏟아지거나 갑자기 몸에 힘이 빠지면 추곤증이 아니라 '기면증'일 수 있다. 기면증은 일종의 수면장애로 말을 하거나 길을 걷다가 혹은 운전을 하는 등 특정 행동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잠에 빠져드는 증상으로 심할 경우 사회생활이 어렵다. 가장 흔한 증상은 갑자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졸음이 몰려오는 수면발작증상이며, 렘수면을 억제하는 기전에 이상이 생겨 갑자기 잠에 빠져들기도 한다.
기면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수면 발작과 탈력 발작자동행동증이다. 수면 발작은 졸음을 통제할 수 없어 대화나 식사 도중에도 잠이 쏟아져 기절하듯 잠드는 것이다. 탈력 발작은 웃거나 화를 내는 등 감정의 변화가 생길 때 갑자기 몸에 힘이 빠지며 주저 앉는 증상이다.
기면증이 있으면 졸음이 심할 때 자동행동(automatic behavior)을 보일 수 있다. 이는 졸음 중에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단순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수업 중에 잠든 학생이 자기도 모르게 노트에 무언가를 적는 것도 자동행동의 예시로 볼 수 있다.
기면증 환자의 약 80%가 탈력 발작을 경험한다. 이외에도 가위에 자주 눌리고 잠 들기 전 환청·환각을 경험하거나 꿈과 현실을 혼동하는 등의 증상을 겪기도 한다. 기면증 환자는 수면의 질이 떨어져 평소에도 피곤할뿐더러 잦은 수면 발작 증세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호소한다.
기면증은 '하이포크레틴'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 발생한다. 하이포크레틴은 뇌의 시상하부(신경세포가 밀집해 있는 사이뇌의 일부)에서 분비돼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기능을 하는데, 이 기능이 잘 안 되면서 시도 때도 없이 잠에 드는 것이다.
하이포크레틴이 왜 감소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또 가족력이 매우 커서 가족 중 기면증이 있는 경우 발병률이 40%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물게 뇌종양 등의 후유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기면증은 완치가 어려운 희귀난치성 질환이지만, 꾸준히 약물을 복용하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몸에 갑자기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 증상에는 항우울제가 도움이 된다.
과거에는 기면증약이 감정 변화를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현재는 이런 부작용이 많이 개선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평소 수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카페인 음료·술 등은 먹지 않는 게 좋다. 기면증을 의지 등 심리적 요인의 문제로 여기고 병원을 찾지 않으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밤에 충분히 잤는데도 낮에 무기력하고 잠이 쏟아져서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병원을 찾아 수면다원검사 등을 받아봐야 한다. 완치는 어렵지만, 약물 치료 등을 하면 상당수의 환자가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현재 기면증은 약물 치료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약물은 모다피닐. 렘수면의 비정상적인 발현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 패턴을 변화시켜 낮잠을 자는 습관을 교정하고 심리치료도 병행해야 약물 의존성을 낮출 수 있다.
김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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