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넉달밖에 남지 않은 올해 하반기를 장식할 차세대 글로벌 블록버스터(연매출 10억달러) 후보로는 뭐가 손꼽힐까? 의약품시장 평가조사기관인 이밸류에이트파마(Evaluate Pharma)는 올해 남은 기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유망 신약후보로 5가지를 손꼽았다.
아르젠엑스(Argenx)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에프가티지모드’(efgartigimod)의 2026년 연간 매출이 30억달러로 예상돼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UCB제약의 판상건선 신약후보인 ‘빔젤렉스’(Bimzelx 성분명 비메키주맙 bimekizumab), 지난달 25일 허가받은 최초의 주 1회 투여 소아 성장호르몬결핍증(GHD) 치료제인 아센디스파마의 ‘스카이트로파’(Skytrofa, lonapegsomatropin-tcgd), 로슈 및 일본 쥬가이의 황반변성부종 치료제 파리시맙(Faricimab), 화이자의 아토피치료제 후보 아브로시티닙(Abrocitinib) 등을 꼽았다.
이밸류에이트파마는 이미 올해에 허가받은 신약 중 가장 인상적인 제품은 역사적인 유효성 논란 끝에 지난 6월 7일 가속승인을 받은 바이오젠의 ‘애듀헬름’(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 aducanumab)을 꼽았다. 이 약은 2026년 매출이 4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최근에는 2024년 매출이 39억달러로 다소 내려갔다. 다음으로 약으로 결코 다스려지지 않을 것 같은(undruggable) KRAS G12C 유전자 변이 동반 성인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제로 지난 5월 28일 FDA 승인을 받은 ‘루마크라스’(Lumakras 성분명 소토라십 Sotorasib)라고 평가했다.
이밸류에이트파마는 스카이트로파를 제외한 나머지 4가지 의약품이 승인될지 매우 불투명하다며 5가지 중 가장 불안한 게 화이자의 화이자의 아브로시티닙이라고 짚었다. FDA가 젤잔즈에 대한 조사 후 몇 JAK 억제제에 대한 새로운 안전성 경고 추가를 발표했기 때문에 녹록찮은 장애물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UCB의 비메키주맙(bimekizumab)과 로슈의 파리시맙(faricimab)과 같은 다른 파이프라인은 FDA의 축복을 받으면 거의 확실히 치열한 라이벌전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했다. 이밸류에이트파마가 선정한 2021년 잔여 기간 중 가장 가치 높은 유망 신약후보의 면면을 살펴본다.
아르젠엑스의 자가면역질환 중증 근무력증 신약후보 ‘에프가티지모드’
네덜란드·벨기에를 거점으로 두고 있는 항암제 및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 전문 제약사인 아르젠엑스(Argenx)가 3상 임상에서 성공한 전신중증근무력증(generalized myasthenia gravis, gMG) 신약후보물질인 에프가티지모드는 2020년 5월 3상 임상에 성공, 올 3월 2일 심사가 접수됐다. 오는 12월 17일이 처방약생산자수수료법(PDUFA)에 따른 신약승인 결정 시한이다.
승인되면 에프가티지모드는 FDA의 결승선을 통과하는 최초의 항 FcRn(neonatal Fc receptor) 항체 약물이 된다. SVB Leerink의 추정에 따르면 2030년까지 이 계열 약물의 미국 시장 규모는 2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밸류에이트는 에프가티지모드가 2026년에 30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아르젠엑스는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인 모멘타(Momenta Pharmaceuticals), 같은 벨기에 국적의 UCB, 아스트라제네카의 자회사인 알렉시온파마슈티컬스(Alexion Pharmaceuticals)와 같은 일부 헤비급 FcRn 경쟁자에 비해 3년 앞서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가티지모드는 면역글로불린G(IgG)의 보호 수용체인 FcRn을 차단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여러 자가면역질환과 관련된 병원성 IgG 항체를 낮추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증근무력증에서 에프가티지모드는 투여 26주 후 위약보다 훨씬 더 나은 증상 완화를 보여주는 유망한 3상 임상결과를 FDA에 제출했고 승인 문턱까지 았다.
아르젠엑스에 따르면 아세틸콜린수용체 항체(MG의 지표)에 양성반응을 보인 환자 중 에프가티지모드를 투여군은 약 68%가 약에 반응한 반면 위약에는 29.7%만 반응했다. 환자의 56.8%는 최소 8주 동안 에프가티지모드에 반응했으며, 12주에는 34.1%로 떨어졌다.
아르젠엑스는 에프가티지모드가 4가지 다른 적응증을 승인받기 위해 노력 중이며 유럽과 일본에서 신약 심사 중이다.
UCB 제약의 판상건선, 항 IL-17A 및 IL-17F 주사제 ‘빔젤렉스’
이미 지난달 24일 유럽에서 승인을 받은 ‘빔젤렉스’(Bimzelx 성분명 비메키주맙 bimekizumab)비메키주맙은 피부가려움증을 일으키는 판상현 건선 단일클론항체로서 PDUFA 심사 결정 시한은 오는 10월 15일이다. 2026년 예상 매출은 20억달러다.
FDA의 승인을 받으면 항 IL-17A 및 IL-17F 주사제인 비메키주맙이 존슨앤드존슨(얀센)의 IL-12와 IL-23 동시 차단 항체인 ‘스텔라라프리필드주’(Stelara 성분명 우스테키누맙 ustekinumab)와 노바티스의 IL-17A 억제제인 ‘코센틱스센소레디펜’(Cosentyx 세쿠키누맙, secukinumab)를 능가하는 2건의 3상 결과를 바탕을 높은 시장 장악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메키주맙은 중등도~중증 판상건선 환자의 피부를 정화하는데 양대 메가블록버스터인 스텔라라와 코센틱스를 압도했다. 작년 의학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메키주맙은 스텔라라와의 비교임상에서 16주에 환자의 85%가 PASI 90(건선 증상의 면적 및 중증도가 90% 이상 감소, 거의 깨끗한 피부)을 달성했다. PASI 100 점수로 표시되는 ‘완전히 깨끗한 피부’는 환자의 59%에서 발생했다.
반면 스텔라라는 환자의 절반(49.7%)만이 PASI 90에 도달했고 PASI 100 달성률은 21%에 그쳤다. 이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비메키주맙이 코센틱스와 동등 또는 그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시장 전망이 아주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그것은 이뤄졌다.
지난 8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결과에서 비메키주맙은 16주 후에 환자의 62%가 피부완전청결상태를 보였고 코센틱스는 거의 50%를 나타냈다. 그러나 비메키주맙은 환자의 15%에서 경증~중등도의 구강 칸디다증이 나타나 다른 경쟁 제제에 비해 높았다. .
UCB는 그럼에도 다른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 애브비의 IL-23 억제제인 ‘스카이리치프리필드시린지주’(Skyrizi 성분명 리산키주맙, Risankizumab-rzaa), 릴리의 IL-17A 억제제인 ‘탈츠프리필드시린지주’(Taltz 성분명 익세키주맙, Iksekizumab), 암젠의 판상건선 및 건선성관절염 치료제 ‘오테즐라정’(Otezla, 성분명 아프레밀라스트 Apremilast), 화이자의 ‘아브로시티닙’,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TYK2 억제제 듀크라바시티닙(deucravacitinib) 등이 줄지어 서 있다.
아센디스파마의 매주 1회 투여 성장호르몬 ‘스카이트로파’
FDA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본사를 둔 혁신 바이오기업 아센디스파마(Ascendis Pharma, 나스닥 ASND)가 개발한 최초의 주 1회 투여 소아 성장호르몬결핍증(GHD) 치료제 ‘스카이트로파’(Skytrofa, lonapegsomatropin-tcgd)를 지난 8월 25일(현지시각) 승인했다.
이 약은 2026년까지 1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 주사맞는 부담감을 매주 한 번으로 줄인 게 강점이다.
로슈 및 쥬가이의 습성 노인성황반변성 후보 ‘파리시맙’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바이엘과 리제네론을 버티게 한 블록버스터는 노인성 황반변성(AMD) 치료제인 ‘아일리아주사’(Eylea 성분명 애플리버셉트, aflibercept)였다.
이를 부러워하던 로슈는 FDA가 연말(12월 31일)까지 파리시맙의 습성(신생혈관) AMD 및 당뇨병성황반부종(DME)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키로 함에 따라 희망이 부풀고 있다.
로슈는 파리시맙이 작년에 나온 임상 결과에서 세계 6위의 베스트셀러 약물인 아일리아와 최소한 필적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로슈는 4건의 3상 임상에서 VEGF와 Ang2를 표적으로 하는 이중특이성 항체인 파리시맙이 대부분의 환자가 더 긴 투여 간격을 두고 투여했음에도 아일리아보다 더 나빠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임상시험 전반에 걸쳐 환자의 약 절반이 4개월 동안 효과가 지속돼 아일리아의 2개월에 비해 길었다. 두 약물이 환자의 안구(유리체)를 통해 주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을 통해 주입된다는 로슈는 다리를 뻗고 잘 만한 이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참 앞서 있는 바이엘의 아일리아를 따라잡을 만큼 충분히 큰 부스트는 아닐 수 있다. 페그(PEG)와 결합하는 파리시맙의 2026년 매출을 11억달러로 추산됐다. 이는 아일리아가 지난해 올린 글로벌 매출 83억6000만달러(전년 대비 7% 성장)보다는 현저하게 적은 금액이다. 다만 아일리아의 특허는 오는 2026~2027년 만료된다.
화이자의 JAK 억제제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아브로시티닙’
FDA가 화이자의 JAK(야누스 키나제) 억제제 ‘젤잔즈정’(Xeljanz, 성분명 토파시티닙, Tofasitinib)의 심혈관질환 및 암 발생 초래 안전성에 대한 8개월간의 조사를 최근 마치고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같은 JAK 억제제로 승인이 막혀 있던 화이자의 젤잔즈 업그레이드 버전인 아브로시티닙이 아토피부염 치료제로 허가를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FDA는 지난 1일 젤잔즈를 비롯해 JAK 억제제인 릴리 및 인사이트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올루미언트정’(olumiant 성분명 바리시티닙, baricitinib), 애브비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린버크서방정’(Rinvoq, 성분명 우파다시티닙 upadacitinib)에도 심장 안전성 및 발암 가능성에 대한 경고문구를 제품 라벨에 삽입토록 권고했다. 이는 자칫 아브로시티닙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밸류에이트는 아로시티닙이 2026년에 매출 10억달러로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화이자의 자체 추산 잠재적 최대 매출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FDA는 과거에 안전성 문제로 다른 JAK 억제제, 특히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의 유망주로 꼽혀온 길리어드의 필고티닙(filgotinib)을 격추했다. 화이자와 FDA는 이번 조사가 아브로시티닙이 승인 결승선 통과에 장애물이 될지 아직 어떤 지침도 제시하지 않았다.
화이자는 지난 8월 30일 먹는 약으로서 이점을 가진 아브로시티닙 투여 2주와 4주차에 환자의 가려움과 습진 증상을 없애는 효과가 사노피와 리제네론의 IL-4 및 IL-13 억제제 ‘듀피젠트프리필드주’(Dupixent 성분명 두필루맙, dupilumab)를 능가했다고 밝혔다. 즉 아토피 증상 중증도(최고 가려움증 수치 평가 척도(PP-NRS4) 4점 개선을 달성하는 데 듀피젠트보다 통계적으로 우월함을 입증했다는 긍정적인 3상 JADE DARE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더욱이 아브로시티닙은 지난 9일 영국 보건부 산하 의약품‧의료기기안전관리국(MHRA)으로부터 ‘시빈코’(Cibinqo)라는 상품명으로 아토피 치료제로서 첫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미국을 포함해 호주, 일본, 유럽연합(EU) 등에서 연쇄적인 승인 조치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분위기가 반전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