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의 국산화를 위한 제약사의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되면서 국산 제품의 출시 여부가 업계에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국산화에 성공할 경우 수입 의존도와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어 인슐린 제제를 사용하는 당뇨병 환자들의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인슐린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액 내 포도당을 체내의 다양한 장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혈액 내 당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당뇨병의 경우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분비된 인슐린의 작용에 저항성이 있어 혈당이 높아지는 질환으로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 요법은 부족하거나 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인슐린을 외부에서 투여해주는 아주 중요한 치료방법이다.
현재 글로벌 인슐린 시장의 96%는 사노피·릴리·노보노디스크 등 오리지널 3사에 의한 독점 형태다. 바이오시밀러 또한 사노피와 릴리가 합의한 제품만 판매되고 있다. 경쟁이 거의 없는 독과점 형태를 띠고 있어 가격이 계속 상승해 당뇨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내 인슐린 시장 역시 노보노디스크가 45%를 점유하는 등 수입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제품의 이전부터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의견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처럼 인슐린의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최근 인슐린 국산화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운트바이오와 셀트리온 등 국내 제약사가 인슐린의 국산화를 위한 본격 시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운트바이오가 최근 인슐린 상용화 연구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운트바이오는 해외 기술을 접목한 원천 기술을 확보해 인슐린 등을 글로벌 기준에 맞게 생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초기 연구 단계를 지나 제품화 공정까지 진행 중에 있으며 내년 3월 이후 원료 샘플을 완성해 오리지널 제품들과 품질을 비교 시험할 계획이다.
운트바이오는 이를 위해 인도 유명 제약회사에서 15년간 인슐린 연구·개발에 참여한 사힙 박사를 연구·개발 최고 책임자로 영입하는가 하면 해외 라이선스 전문가를 영입하고 2023년 강릉과학산업단지에 미국과 유럽의 GMP 기준에 맞는 인슐린 바이오시밀러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셀트리온도 인슐린 국산화를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이 바이오산업 핵심기술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공모한 ‘맞춤형 진단 치료 제품’ 개발 국책과제에 선정된 셀트리온은 인슐린 제형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임상을 추진 중이다.
셀트리온의 경우 지금껏 다국적제약사가 독점해 오던 글로벌 인슐린 펜형 주사제 시장에서 품질과 원가경쟁력을 겸비한 ‘국산화 1호’ 제품의 출시를 통해 해당 제제에 대한 수입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향후 3년 간의 연구 개발을 통해 2025년까지 상업화에 성공한다는 방침으로 성공할 경우 국산 자재를 활용한 최초의 국산 인슐린 펜형 주사제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4억6300만 여명으로 추산되는 세계 당뇨병 환자 중 절반이 인슐린 펜형 주사제를 이미 사용하고 있고 시장 또한 매년 성장추세여서 개발 성공 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당뇨환자들이 보다 낮은 비용으로 사용 편의성이 큰 주사제제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인슐린의 국산화 연구개발은 기대하는 것과 달리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인슐린의 연구·개발을 위해서는 인슐린 생산 유전자 재조합 세포주(細胞株·생체 밖에서 계속 배양이 가능한 세포 집합)의 구축과 최적의 배양조건 개발, 국제 품질 기준에 적합한 고순도 원료 제조 기술 확보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는 인식에 근거를 두고 있다. 즉, 현재로서는 성공을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인슐린 국산화가 시급하고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전 세계 당뇨병 환자는 4억6300만 여명으로 추산되고 유병률 또한 9.3%에 달하며 환자수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인슐린 제제 독점에 따라 당뇨 치료를 위한 의료비가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당뇨 환자들의 편의성 제고는 물론 수입 의존도와 가격을 낮추고 나아가 외국으로의 수출을 통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해 국내 제약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슐린의 국산화는 빠른 시간 내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한결같은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