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세플라스틱과 해양쓰레기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생소한 환경오염물질인 미세플라스틱은 자연환경과 인체 건강을 망치고 있다. 최근 에비앙·다사니·산펠레그리노·네슬레퓨어라이프·아쿠아·아쿠아피나 등 세계적으로 이름난 생수의 플라스틱 병 대부분에서 미세플라스틱 조각들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산 소금에서 1㎏당 550∼681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기도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하와이 사이 태평양 한가운데에는 총 무게 7만9000t가량의 거대한 쓰레기벨트가 형성돼 있다. 이 쓰레기의 대부분은 플라스틱으로 추정된다. 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트에 발표된 비영리 해양연구기관 오션클린업재단의 논문에 따르면 쓰레기벨트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수는 1조8000억개에 달하며, 이 중 94%의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직경 0.5~5㎜의 미세플라스틱으로 추정된다.
한반도도 미세플라스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과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지난해 유통된 국내산 굴, 담치, 바지락, 가리비 등 패류 4종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해양 쓰레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플라스틱은 잘게 부서져 바다와 공기에 퍼지고, 돌고 돌아 우리 밥상까지 오른다.
해양환경공단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안의 플라스틱 쓰레기 가운데 깨지거나 부서진 ‘파편’ 형태는 2018년 17.6%에서 2019년 29.9%, 2020년 44.1%로 매년 늘고 있다.
버려진 플라스틱이 자외선과 해류에 쪼개지는 과정을 반복하면 크기 5㎜ 미만의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 수백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데다 수거하기도 어려워 그대로 바닷물과 공기 중을 떠돈다.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의 기초 먹이인 플랑크톤의 몸으로 들어가고, 먹이사슬을 거쳐 포식자인 갑각류와 물고기의 체내에도 쌓인다.
작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 중인 조개류와 낙지·새우 등 해산물 14종에서 1g당 평균 0.47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국내외 연구를 종합하면 미세 플라스틱은 해산물뿐 아니라 소금과 쌀, 생수에서도 발견된다.
사람이 버린 플라스틱이 먹고 마시는 것들을 통해 결국 인체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2019년 미국화학회(ACS)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사람이 연간 섭취하고 호흡으로 들이마시는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7만4000~12만1000개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사람 몸에 들어온 미세 플라스틱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동물 실험이나 세포 배양 환경을 인위로 조성한 실험에서는 미세 플라스틱이 세포와 미토콘드리아를 손상시키는 것이 관찰됐다. 하지만 포유류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아 사람 몸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아직 연구 단계다.
다만 미세 플라스틱은 크기가 작을수록 위험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세포막을 쉽게 통과해 온몸에 쌓일 수 있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이 1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미만으로 작아지면 모든 신체 기관에 침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세 플라스틱에 중금속 등 유해 물질이 흡착된 경우 신경계나 면역체계에 장애를 일으킬 위험도 있다.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국내 24개 정수장에 대한 실태조사도 실시됐다. 이 중 서울 영등포·인천 수산·용인 수지 등 3곳에서 1ℓ당 0.2∼0.6개(전체 평균 1ℓ당 0.05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플라스틱은 석유와 석탄에서 뽑아낸 화합물을 단단하게 이어붙여 만들어지며 비닐(PVC·폴리염화비닐)과 페트(PET) 등 종류·형태가 다양하다. 화석연료로 만들어져 미생물 분해가 이뤄지지 않아 수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지구촌 곳곳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문제가 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플라스틱은 자연을 파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체 건강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 미세플라스틱은 지름 5㎜ 이하의 플라스틱 알갱이로 큰 플라스틱병들이 파도와 태양빛에 닳고 닳아 잘게 부서져 생성된다. 독성을 가진 유해물질과 잘 결합해 동식물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미세플라스틱은 작으면 작을수록 더 위험하다. 직경이 20㎛, 즉 50분의 1㎜보다 작은 것은 혈관 속으로 침투할 가능성이 있다. 동물실험에서는 100㎚(나노미터) 이하의 플라스틱 입자는 간, 심장, 뇌까지 침투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잇따르지만 사람에 대한 유해성 기준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미세플라스틱이 구체적으로 인체에 어떻게,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건국대 환경보건과학과 연구팀이 한반도 강에 주로 서식하는 유리물벼룩을 대상으로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을 조사한 결과 유리물벼룩 치사율이 약 83%까지 치솟았다.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제품 제조에 사용되는 비스페놀A(BPA)와 비슷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추정된다.
1950년대부터 플라스틱제품 제조에 쓰인 비스페놀A는 스마트폰 케이스, 자동차부품, 콤팩트디스크(CD), 안경렌즈, 페트병, 의료기기 등 광범위하게 쓰이는 화학물질이다. 이혜은 경희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일회용 저장용기에 들어 있는 냉동식품이나 물을 자주 먹는 사람은 비스페놀A 농도가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혜은 교수는 “비스페놀A는 인체에 유해하다고 알려진 환경호르몬의 일종으로 체내에 유입되면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정자감소, 무정자증, 불임, 유방암, 성조숙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현재 체중 60㎏ 성인의 비스페놀A 하루 섭취 허용량은 3㎎ 정도”라고 설명했다.
최근 과거에 비해 비스페놀A 사용량이 감소했고, BPA가 포함되지 않은 ‘비스프리’ 플라스틱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환경보건의 원칙(사전 주의원칙)’에 따라 일회용 저장용기 사용을 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면 플라스틱 식품용기, 빨대, 햇볕에 노출된 페트병 등의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섬유질·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은 미세플라스틱이 달라 붙게 해 소변과 대변을 통해 체외 배출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또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은 조개류는 조리 전 충분히 해감해 이물질을 뱉어내게 하고, 어류는 내장 섭취를 피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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