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백신 부족으로 당초 50대 이상, 비고령층에만 권장하던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을 30~40대에 접종하도록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남아도는 AZ 백신을 이제야 30~40대에 푸는 거냐며 반가움보다는 외면에 가까운 반응이 지배적이다. 하루 2000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를 쏟아내며 한창 기승을 부리는 요즘 AZ백신이라도 먼저 맞고 안심해볼까, 아니면 부작용은 덜하고 더 효과가 좋다는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한달 뒤 맞는 게 좋을까 고심 중이다.
AZ 백신이 익히 혈전증 논란을 일으킨 상황에서 백신 선택권을 가진 3040세대는 굳이 서둘러 접종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태세다. 더욱이 AZ 접종간격이 8주라 현재 예약 일정에 맞게 화이자나 모더나를 맞는다고 해도 2차 접종시점이나 항체 형성시기가 비슷하기 때문에 이점이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원래 화이자 및 모더나 백신은 접종 간격이 3~4주였으나 공급물량이 달리자 보건당국은 지난 9일 4주를 6주로 늘렸다. 이럴 경우 항체생성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보다 많은 사람에게 한 번이라도 백신을 맞히려면 접종간격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게 보건당국의 입장이다.
지난 6일 AZ 접종 후 사지마비 증상을 보인 40대 간호조무사가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것도 접종과 부작용 간 연관성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으로 평가돼 AZ백신을 꺼리는 이유를 강화시켰다.
해외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사례를 보면 스페인과 이탈리아처럼 60세 이상에게 접종을 권고하는 곳도 있지만 그리스, 캐나다 등은 30세 이상, 오스트리아, 폴란드, 호주, 싱가포르 등은 18세 이상 접종이 가능하도록 했다.
우리나라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건수는 1·2차를 더해 1296만1195건으로, 이 가운데 혈소판감소성 혈전증과 인과성이 인정된 사례는 총 3명(사망자 1명 포함)이다.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의심 증상으로는 △심한 또는 2일 이상의 지속적인 두통 발생 △진통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조절되지 않는 경우 △구토를 동반하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경우 △호흡곤란, 흉통, 지속적인 복부통증, 팔·다리 부기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 경우 △접종 부위가 아닌 곳에서 멍이나 출혈이 생긴 경우 등이다.
길랭-바레증후군 의심 증상으로는 △사물이 두 개로 보이거나 눈동자를 움직이기 어려운 경우 △삼키기·말하기·씹기 등이 어렵거나, 걷기 등 몸의 움직임을 조정하기 어려운 경우 △손과 발의 저린 감각 및 팔다리, 몸통, 얼굴의 약화 △방광조절 및 장기능 장애 등이 있다.
그러나 1차 접종시기만 놓고 보면 AZ가 빠르다. 인터넷으로 당일 예약만 성공하면 즉시 맞을 수 있다. 성공 확률은 어떤 백신이든 먼저 맞으려고 경쟁을 벌이던 7월초에 비하면 99% 이상이다.
AZ 백신 1바이알(병)은 개봉 시 최대 11명까지 접종 가능하다. 요즘 네이버나 카카오에서 잔여 백신 수량을 조회해보면 2~6회분씩 남는 곳이 많다. 화이자·모더나의 경우 10부제 예약에 따라 9월 중순이나 말경으로 접종 일정이 잡혀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 정부가 이들 백신의 수급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원활한 조달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더 지연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다만 AZ는 1차와 2차 접종 간격이 8주다. 해외출장 등 특별한 사정에 따라 간격을 4주까지 당길 순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8주를 지켜야 한다. 반면에 화이자·모더나의 접종 간격은 6주다. 원래는 4주였으나 수급 불안으로 2주 연장했다. 수급 문제가 해결되면 원래대로 다시 4주로 조정될 수도 있다. 그럼 2차 접종 시점이나 항체 형성 시기는 ‘AZ 즉시 접종’이나 ‘화이자·모더나 9월 중하순 접종’이나 엇비슷해진다.
예방 효과는 어떨까. 3040세대 AZ 잔여 백신 접종자는 2차 땐 화이자를 맞는다. 단 본인이 원하면 2차도 같은 AZ 백신을 맞을 수 있다. 1차 AZ→2차 화이자는 서로 다른 백신을 맞는 ‘교차접종’이다. 국립감염병연구소에 따르면 교차접종이 AZ 백신만 두 차례 맞았을 때보다 중화항체 생성값이 6배 높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 감염을 중화시켜 예방 효과를 유도하는 항체다. 화이자 백신을 두 차례 맞았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간다. AZ와 화이자 모두 2차 접종 시 델타변이에 대한 입원 예방률은 90% 이상이다. 접종 후 감염(돌파감염)되더라도 가볍게 앓고 이겨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화이자·모더나 백신 접종 희망자는 1차 접종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한 달 이상을 버텨야 한다는 불안감이 크다. ‘지옥철’ ‘콩나물시루’ 출·퇴근길에 시달리는 3040 입장에서는 무방비다. 서울 영등포에 사는 38세 김모씨는 “하루라도 빨리 백신을 맞고 싶어 잔여백신 알람을 신청해 놨는데 지난 14일부터 AZ 잔여백신이 있다는 알람이 오고 있다”며 “당장이라도 잔여백신을 맞으려 작정했다가 막상 접종하려니 부작용이 걱정돼 맞아도 되는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공급량 축소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던 모더나가 8~9월 백신 공급물량 확대를 약속했다. 모더나는 “재고가 전혀 없고 생산 즉시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에 이미 통보한 (축소된) 물량보다 8~9월 물량을 확대하고, 9월 공급 일정도 앞당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부작용이 두려운 사람들은 기다렸다 정부 일정대로 접종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당장 AZ 백신을 맞기보다는 사전예약을 했다면 원래 일정대로 기다렸다가 화이자나 모더나를 맞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아스트라제네카 적용 범위 확대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으며, 보다 객관적이고 전문가적 식견을 바탕으로 올바른 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정부가 협회 등 전문가와 소통하고 적절한 권고안을 마련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