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3개 시도와 부산 등 일부지역도 거리두기 4단계가 유지 중이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꺾이질 않고 있다. 지난 10일 코로나 확진자는 2223명이 발생, 지난해 1월 20일 코로나 사태이후 처음으로 하루 확진자 2000명대를 넘어섰다. 그 이후 사흘째 2000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달말 3000명이 감염될 수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델타 변이(delta variant)의 감염 전파 정도가 예상 밖으로 높고 여름 휴가철 이동 인구가 늘어나면서 신규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1차 접종 기준 2198만1720명을 기록했다. 방역 당국은 이날 신규 1차 백신 접종자는 16만6325명으로 지금까지 전체 인구 대비 42.8%가 1차 접종을 받았다고 밝혔다. 신규 2차 접종 완료자는 70만5064명으로 누적으로는 893만2065명(인구 대비 17.4%)이다.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에 대항할 무기는 역시 백신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백신을 맞으면 설사 나중에 델타 변이에 감염돼도 중증으로 발전하지 않으며, 추가 접종하는 부스터샷처럼 오히려 면역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델타 변이 감염자가 많은 50대 이하에 대한 백신 접종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0대 이하는 왕성한 사회활동으로 이동거리 및 사회 접촉자 수가 많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마크가 필요하다느 얘기다.
중국 우한에서 발견된 최초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감염재생산수(R0)가 3 정도였다. 감염자 1명이 대략 3명을 감염시킨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델타 변이는 이 지수가 5~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감염자 1명이 최소 5명, 많게는 10명을 감염시키는 것이다.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2~3배 강한 바이러스가 퍼지니, 질병관리청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추가 상향을 언급하고 있다.
대통령이 ‘짧고 굵게’ 진행하겠다는 거리두기 강화 발언이 무색하게 코로나19는 번지고 호언장담하던 백신수급도 차질을 빚고있어 국민들만 불안에 떨고 있다. 수도권 도심 상권도 붕괴되고 자영업자들은 벼랑끝 위기에 몰려 코로나19 확산에 제동을 걸 대책이 시급하다.
OECD 꼴찌였던 日, 접종율 50% 넘어설 듯
지난 5월까지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를 면치 못했던 일본이 이달 중 접종률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일본에서 한 차례 이상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은 47.12%로 집계됐다. 지난 5월 9일 1회 이상 백신 접종률은 3.2%로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었는데, 불과 3개월 만에 1억2600만 국민의 절반가량에게 백신 접종을 실시한 셈이다.
일본은 지난 5월 10일 ‘하루 100만회 접종’을 목표로 내걸고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본격화했다. 당시 접종 의료 인력 및 장소 부족 문제가 대두되며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터무니없는 목표’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지방 대도시에 대형 접종센터를 설치하고 자위대를 동원하는 등 지원 사격에 나서면서 6월 초 하루 100만회 이상 접종 목표를 달성했다.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둔 7월 초엔 하루 평균 140만회 넘게 접종하기도 했다.
감염력 2.5배 센 델타 변이의 재반격
‘델타 변이’로 재무장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세는 대책을 내 놓을수 없을 정도로 혼돈으로 몰아가고 있다. 델타는 기존 코로나보다 감염력이 2.5배 세고, 인체에서 바이러스를 최대 1260배 더 많이 증식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이근화 한양대 의대 미생물학 교수는 “‘집단면역’이란 목표를 컴퓨터가 계산한 ‘모델링 수치’가 아니라 ‘실제 사례’로 관찰해보고 근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도 확진자 증가 현상이 뚜렷한 만큼 백신 접종자 수보다는 실제 방역 효과를 바탕으로 집단면역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코로나 백신 접종률 1위인 아이슬란드의 경우 전체 인구 74.8%가 접종 완료, 80.6%가 적어도 1회 이상 접종받았지만, 최근 일주일 일평균 확진자 106명을 기록해 2주 전(73.6명)보다 늘었다. 작년 12월부터 접종에 들어간 미국(접종 완료 49.8%)도 하루 확진자가 1만1000명대까지 줄었다가 최근 다시 10만명을 넘기는 추세다. 수년에 걸쳐 개발되는 여느 백신과 달리 개발에 착수한 지 불과 10개월 여만에 승인된 코로나19 백신의 맹점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60대 이상 백신 미접종자가 위험 그룹
‘집단면역’이라는 목표 대신 ‘중증 환자 관리’로 접종·방역 전략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에 감염되면 병세가 급격히 나빠지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고령자들 접종부터 빨리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60대 이상 고령층 중에 백신 접종을 놓친 이들과, 50대까지도 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그룹’으로 보고, 접종을 보다 앞당겨 2차 접종까지 끝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1월 백신 접종 일정을 발표한 이래 줄곧 ‘3600만명 접종’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추석 전 3600만명(1차) 접종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 데 이어, 11일 “최근 확진자 수 증가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감염 상황이 급변하면서 ‘전 국민 70% (1차) 접종으로 집단면역 달성’이란 목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1차 접종률 69.3%(접종 완료 58.3%)에 이르는 영국에서도 “백신을 맞아도 델타 변이 감염은 계속되고 집단면역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600만명 달성’이란 목표에 함몰돼 1차 접종을 늘리기보다 고령층 등 고위험군 2차 접종 늘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은 1차 접종자 대비 접종 완료자 비율이 37%로 OECD 38개 회원국 중 2번째로 낮다. 접종 완료자를 늘리기보다는 1차 접종자 확대에 그만큼 주력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델타 변이는 1차 접종만으론 방어가 어렵고 2차 접종까지 끝내야 방어력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1차 접종 시 델타 변이 효과가 36%와 33%로 낮지만, 2차 접종을 끝내면 각각 88%와 67%로 오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접종률을 빠르게 올리는 게 여전히 유일한 대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확보했다는 전체 약 1억명분 백신 가운데 노바백스(2000만명분) 백신은 허가가 올 연말에나 나올 것으로 보여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모더나 백신(2000만명분)은 잇따라 공급 차질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