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어드사이언스의 계열사 카이트파마(Kite Pharma)는 전임상 및 초기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인 세포치료제 연구기업인 아피아바이오(Appia Bio)에 최대 8억7500만달러를 수혈해주는 계약을 맺었다고 5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Culver City)에 기반을 둔 아피아는 조혈모세포(혈액형성줄기세포)를 기반으로 한 두 가지 기성품(off-the-shelf) 세포치료제에 대한 전임상 및 초기 임상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혈액암 및 고형암 분야의 선도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2023년 말까지 임상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시리즈A를 통해 5200만달러를 유치했다. 당시 한국계 미국인인 강진주(Jeenjoo Kang) CEO는 “ACUA 플랫폼 기술은 줄기세포를 프로그래밍하여 T세포의 강력한 하위 유형인 불변 자연살해 T(invariant natural killer T, iNKT) 세포가 되게 한다”며 “iNKT는 자연살해(NK)세포와 T세포의 잡종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으로 카이트파마는 CAR-iNKT 세포에 대한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를 제공하게 된다. 카이트는 제품 후보가 선정되면 임상개발, 제조, 상용화를 주도한다.
선지급 및 지분투자 규모는 비공개지만 바이오벅스(임상개발비 전액부담 등)를 포함한 총 가치는 8억7500만 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양사는 밝혔다. 카이트는 또 제품이 출시될 경우 계층화된 로열티를 지불한다.
아피아바이오는 1975년 종양유발 바이러스와 세포 유전물질의 상호작용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볼티모어(David Baltimore)가 20여 년전 로스앤젤레스에 캘리포니아공대(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Caltech, 칼텍) 총장을 지낸 게 모태가 됐다. 볼티모어는 로스엔젤레스를 생명공학의 허브로 만들려고 했다.
ACUA 기술은 볼티모어 밑에서 칼텍의 학생 및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했던 UCLA 부교수인 릴리 양(Lili Yang)의 공동 설립자 실험실 연구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현재 아피아바이오에는 칼텍 및 카이트파마 출신들이 동참해 꿈의 세포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모든 사람의 몸에는 iNKT 세포가 있지만 극히 드물다. 말초혈액에서 발견되는 백혈구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혈액을 채취해 백혈구를 증식시키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생산하기 어렵다고 강 CEO는 말했다.
그녀는 “iNKT 세포는 자연살해세포와 T세포 경로를 통해 여러 종양세포를 죽이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는 CAR로 그들을 엔지니어링할 것이며 더 이질적인 종양항원제시(heterogeneous tumor antigen presentations)에 접근해 항원 손실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방식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항원 손실(antigen loss) 또는 항원 탈출(antigen escape)은 암세포가 CD19처럼 CAR-T가 사냥하도록 설계된 항원 발현을 중단시키는 과정이다. 하나 이상의 항원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암세포의 항원 탈출 메커니즘을 방해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이는 고형종양에서 작용하는 세포요법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이것 외에도 아피아바이오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기존 자가세포 치료법의 높은 접근 장벽을 해결하길 희망하고 있다. 어떤 환자들은 이런 치료가 가능할 만큼 충분한 양의 T세포나 양질의 T세포를 갖고 있지 않다.
치료가 필요할 때까지 저장할 수 있는 줄기세포로부터 iNKT 세포를 대량 생산하면 더 많은 환자가 더 낮은 비용으로 세포 치료를 이용할 수 있다.
강 CEO는 “한 번의 제조공정으로 수천 명의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세포치료제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은 적정 가격대로 치료제를 공급하는 경제성을 도모할 수 있다”며 “가격을 낮추는 것이 우리의 또다른 목표”라고 덧붙였다.
아피아바이오 창립 멤버는 데이비드 볼티모어, 릴리 양, 강진주 CEO 외에 남가주대(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USC)의 핀 왕(Pin Wang) 교수, 카이트파마 출신인 에드먼드 김(Edmund Kim, 한국계 추정) 최고운영책임자(COO), 카이트파마에서 사업개발을 주도한 제프 위조렉(Jeff Wiezorek) 최고의학책임자(CMO) 등 6인이다.
강 CEO는 하버드대 화학과를 나와 칼텍의 피터 더반(Peter Dervan) 교수 연구실에 화학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녀는 2015년 의료 벤처캐피털 회사인 칼럼그룹(Column Group)에 합류해 현재 대표를 맡고 있다. 또 에시언트파마슈티컬스(Escient Pharmaceuticals)의 CEO도 겸하고 있다. 과거에 테나야테라퓨틱스(Tenaya Therapeutics)의 창립 사장이자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다. 엑소닉스테라퓨틱스(Exonics Therapeutics)의 이사로로 활동 중이다. 피브로젠(FibroGen)에서 기업전략 및 약물 발굴 및 개발 프로그램의 프로젝트 관리 분야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길리어드는 2017년 카이트를 인수했고 같은 해 첫 CAR-T 치료제 ‘예스카타’(Yescarta 성분명 액시캅타진 실로루셀, Axicabtagene ciloleucel)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이후 위조렉과 김의 차기작 탐색은 UCLA에서 양 교수의 성숙해지는 시기와 맞물렸다.
아피아바이오의 잠재적 라이벌로는 카타마란바이오(Catamaran)를 꼽을 수 있다. 작년 11월 기성품 CAR-NK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시리즈A에서 4200만 달러를 유치하며 출범을 알렸다.
또 GC녹십자랩셀은 올해 1월 미국 관계법인 아티바와 함께 세포치료제 원천 플랫폼을 미국 머크(MSD)에 최대 2조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바 있다. MSD는 녹십자랩셀의 플랫폼 기술을 통해 총 3종의 고형암 CAR-NK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GC녹십자랩셀은 지난 16일 GC녹십자셀과 합병(신설법인 GC셀)을 공표하면서 세포치료제 경쟁력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카이트파마는 지난 6월에 23억달러를 초과할 수 있는 쇼어라인바이오사이언스(Shoreline Biosciences)와 계약을 맺고 기성품 혈액암 세포치료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