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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후 폐섬유화 … 몇십m 빨리 걷는 것도 힘들어져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1-08-06 16:27:12
  • 수정 2023-10-26 15: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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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 동반질환, 중환자실 장기입원, 기계식 환기장치 착용, 흡연, 과음 등 폐섬유화 리스크 지목

체육학과를 졸업한 20대 후반의 건장한 청년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치료 후 폐섬유화가 나타나 몇 십 m 걸어다니는 것도 힘든 상태가 됐다. 


특전사 부사관으로 전역한 30대 후반의 건강했던 직장인도 코로나19 감염 후 폐섬유화가 나타나 버스 정류장에서 타려던 버스가 도착해도 저 멀리서 정차했다가 훌쩍 떠나가 버리면 달려가서 탈 수 없기 때문에 번번이 놓치기 일쑤다. 서울 버스 가운데 환자의 거동 상태까지 배려해 일일이 태워주는 차량은 거의 없어서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치료돼 목숨은 건졌으나 폐섬유화로 폐기능이 망가져 호흡곤란으로 일상생활에 장애를 보이는 사람이 늘었다. 폐섬유화는 폐에 염증이 생겼다가 폐조직이 굳어져 호흡곤란,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폐 실질조직이 말랑말랑해야 정상인데 칼슘이 쌓이면서 딱딱하게 경화되고 폐에 벌집 모양의 구멍이 생긴다. 


영국 레스터대(University of Leicester) 에니아 데인스(Enya Daynes) 흉부외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2020년 3월부터 11월까지 이 대학 부속병원에 입원치료 후 퇴원한 환자 938명 중 약 30%(282명)가 6개월 이내에 폐재활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19.4%(182명)는 재활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나머지 약 절반가량은 요양원 입소나 연락두절 등으로 폐기능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폐재활치료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환자들은 피로, 호흡곤란, 일상생활 제약 등을 호소했다. 데인스 교수는 “향후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및 해외 봉쇄가 완화되면 폐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수용하는 의료 인프라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에이즈(AIDS) 전염병 초기에 성행위 변화 유도, 콘돔 홍보, 정부 개입, 목욕탕과 같은 HIV 전염의 핫스팟 폐쇄 등이 확산을 막는 단초가 됐다”며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마스크 착용, 손 위생 강화, 장갑 착용, 감염자의 대피소(생활센터) 거주 의무화 등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지적했다.


폐섬유화는 대부분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급성호흡곤란증후군(Acute respiratory distress syndrome, ARDS)으로 인해 진행된다. ARDS는 폐의 작고 탄력 있는 기낭(폐포)에 체액이 축적될 때 발생한다. 체액은 폐가 충분한 공기로 채워지지 않도록 하므로 혈류에 도달하는 산소량이 줄어든다. 이는 기관이 요구하는 산소를 부족하게 만든다.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가스 교환이 갈수록 저하돼 상태가 위중해진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폐세포에 많이 존재하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2(Angiotensin-converting enzyme 2, ACE2)를 창구(수용체)로 삼아 폐에 침투한다. ACE2는 폐 말고도 심장, 동맥, 신장 등 여러 신체조직 세포막에 존재한다.


ARDS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과잉 방출에 의한 증후군(cytokine release syndromes, CRS, 일명 사이토카인 폭풍, cytokine storms)의 후속 증상으로 짐작되나 정확한 것은 아니며 이설이 많다. 


지난 4일 박수형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최영기 충북대 의대 교수, 이정석 지놈인사이트 박사팀은 공동연구 결과 코로나19에 걸리면 바이러스 유입으로 폐 조직 내에서 즉각적으로 면역세포의 일종인 대식세포(macrophage)가 활성화돼 병원체 방어 과정에서 조직의 손상을 유발하고, 염증으로부터 회복하는 과정에서 섬유화를 유발한다고 발표했다. 


대식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 등을 인식하고 포식작용을 통해 직접 제거하는 최전선 방어 기능을 하지만 과잉 반응으로 섬유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ARDS의 염증 단계에서는 VEGF, IL-6, TNFα와 같은 사이토카인도 섬유증 과정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ARDS의 합병증이라 할 수 있는 폐섬유화는 비가역적 변화다. 어떤 약으로든 원상 회복이 불가능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승인한 특발성 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IPF) 치료제로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오페브연질캡슐’(Ofev 성분명 닌테다닙, Nintedanib), 로슈의 ‘에스브리엣’(Esbriet 성분명 퍼페니돈, Pirfenidone) 등 항섬유화제 (anti-fibrotic agents)가 있다. 


오페브는 혈관내피성장인자수용체(VEGFR), 섬유아세포성장인자수용체 (FGFR), 혈소판유래성장인자수용체(PDGFR)와 같은 IPF 관련 여러 성장인자를 표적으로 하는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이다. 반면 에스브리엣은 많은 세포 기능을 제어하고 섬유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하는 화학물질 인 TGF-베타의 합성을 차단한다. 


신철 고려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잃을 게 없으므로 닌테다닙이나 퍼페니돈을 투여해볼 수 있겠지만 뾰족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ARDS에서 폐섬유화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인 게 폐렴이다. 모든 호흡기 바이러스질환은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 예컨대 계절성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도 약 1%의 확률로 폐렴이 오고 이어서 드물게 폐섬유화가 진행될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폐렴 감염률은 국내외에서 집계되지 않았으나 최소 독감의 2~3배는 될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10월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에 실린 중국 논문에 따르면 입원 환자의 약 10%가 중증 폐렴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해외연구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자 중 ARDS가 나타나는 사람은 약 40%이고 이 중 20%가량이 중증이다. 중증 환자의 약 90%가 3개 이상의 장기가 기능이 떨어지는 다장기부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가 T세포(주로 Tk세포)를 공격해 무력화시키면 인체가 병원체에 대한 저항력을 상실하고 이로 인해 세균이 전신에 퍼지는 균혈증(菌血症, bacteremia)에 이어 병원체에서 나오는 독소와 염증이 악영향을 미치는 패혈증(敗血症, sepsis)이 와서 다장기부전이 초래된다. 


신철 교수는 “그동안 중증 코로나19 입원 환자를 치료하면서 체감하기로는 환자의 생사, 비가역적 섬유화 진행에 따른 일상생활 장애 여부는 타이밍에 달렸다”며 “아무리 늦어도 증상 발현 후 7~10일 안에 치료해야 섬유화에 따른 일상장애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망하거나 호흡장애가 영구화되는 환자는 거의 대부분 늦게 병원을 찾았거나 내원 당시 이미 심각한 증상을 보인 경우였다”고 말했다.


중증 코로나19 치료는 단기간에 걸쳐 스테로이드, 광범위 항생제, 면역글로불린 등을 집중 투여하는 것이다. 그의 지론으로는 항바이러스제제인 렘데시비르나 항체 치료제인 레그단비맙 등은 필요 없거나 의학적 유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졸속 개발 치료제다. 고식적인 치료와 함께 호흡곤란장애가 보이면 2~3일 안에 체외막산소공급장치(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ECMO)를 동원해 더 이상 폐기능이 떨어지지 않도록 제동을 거는 게 중요하다. 


신 교수는 “20~30대 젊은이가 코로나19로 인한 폐섬유화로 호흡기능이 상실돼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면 미국에서처럼 폐이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장기이식 분야에서 간과 신장 이식은 세계 정상급 수준이지만 폐이식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아 상대적으로 성공률이 낮은 편이다. 


국내 방역 당국은 올 1월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이 성인 코로나19 회복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공동연구 결과 7명(17.5%)에게서 폐섬유화 증상이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세계적인 데이터는 코로나19 생존자 중 약 3분의 1이 폐섬유화를 겪는다고 알려져 있다. 보건당국은 신규 환자 확산과 기존 환자의 생존치료에 집중하느라 폐섬유화의 유병률, 악화 패턴, 폐재활훈련의 필요성에 대해 깊은 연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방역 실패라는 비판을 받을까봐 이런 연구는 할 능력도 의지도 없어보인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에서 지난달 정리해 내놓은 연구에 따르면 폐섬유화를 초래하는 위험 요소는 첫째가 고령이었다. 두 번째 리스크는 고혈압·당뇨병·관상동맥질환과 같은 동반질환과 림프구감소증, 백혈구증가, 젖산탈수소효소(LDH) 상승과 같은 질병 중증도 증가였다. 세 번째 위험 요소는 집중치료실(ICU)의 장기간 입원과 기계식 환기장치 사용으로 인한 추가적인 폐손상(ventilator-induced lung injury, VILI)이었다. 


넷째는 흡연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코로나19 중증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1.4배 수준이다. 중환자실 입원 및 기계식 환기가 필요하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2.4배 더 높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과도한 음주가 코로나19에 걸릴 감수성과 증증도를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중에는 코로나19가 수명을 1~3년 단축시킬 수 있다, 100세 이상 사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맞는 말일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호흡기능이 전반적으로 저하돼 수명 감소로 이어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로 인해 100세 장수에 도달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다만 모든 것은 증거로 입증돼야 하고 근거 없는 낭설은 공포심만 유발해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보건당국은 코로나19에 따른 폐섬유화가 미칠 이런 영향들에 대해서도 연구에 들어가야 한다.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이 지나면 이런 공포가 진실인지, 낭설인지 의학연구를 통해 가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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