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산업의 하나로 꼽히는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중 선두주자 자리를 차지했던 바이오산업이 주춤하고 있다. 이는 주식시장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코스닥지수가 연일 파죽지세로 오르고 있음에도 바이오 관련주는 ‘큰손’ 외국인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오히려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 연일 바이오주를 팔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가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 5월 하순 이후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액이 가장 컸던 종목은 씨젠이다.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총 1500억원어치를 매도했다.
이외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셀트리온제약, 알테오젠 주식도 많이 판 것으로 나타났으며 에이치엘비·엔지켐생명과학·제넥신·바이넥스·현대바이오 등도 외국인에게 외면받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이들 기업들의 주가 등락율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셀트리온 제약은 지난해 말 대비 39.2%로 낙폭이 가장 크고 알테오젠은 31.5%, 셀트리온헬스케어는 30.3%, 에이치엘비는 26.3%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금도 바이오주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여전히 빠르게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까지 불리며 주식시장에서 상승세를 이어가던 바이오주가 코스닥 시장의 활황에도 불구하고 정반대의 역주행을 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주요 기업들의 연이은 임상 실패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 가시적인 호재의 부재와 바이오 기업의 증시 입성이 뜸해진 것도 투자 심리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반사 수혜와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의 매출 호조, 신약 개발사들의 기술 이전 성과까지 더해지는 바람에 기대감이 커져 바이오주가 강세를 이어갔다”며 “그러나 올해의 경우 상반기부터 신약 개발사들의 임상 실패 등 부정적인 소식이 잇달아 나오면서 증시에서는 아무래도 악재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야말로 바이오 분야의 연구개발(R&D)과 기술 이전에 있어 이렇다 할 호재가 없고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지난해까지 바이오 기업의 상장이 비교적 수월했으나 올해는 가시적인 실적이 없으면 한국거래소에서 상장 승인을 받기 어려운 분위기인 것도 바이오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반면 바이오주가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지만 앞으로 상황에 따라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업계에서는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러한 전망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진단키트와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업체에만 관심이 집중됐던 탓에 정작 바이오산업의 핵심인 신약 개발에 대한 관심이 줄었지만 백신접종률 증가에 따라 신규 확진자가 감소추세로 돌아설 경우 신약 개발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지속되는 코로나19 상황이 백신과 진단키트 업체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던 반면 신약 개발 업체의 경우에는 임상을 위한 환자 모집의 어려움 등으로 다수의 임상시험이 중지 또는 연기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많았다”며 “지속적인 접종을 통해 백신 접종률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신규 확진자가 감소한다면 신약 개발 과정은 다시 정상화될 것이며 바이오산업도 다시 활성화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바이오산업의 상승과 하락을 결정지을 키포인트는 결국 임상결과의 성공 여부 또는 기술 이전 계획 등 국내 바이오 관련 기업들이 손에 쥐게 될 성적표에 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따라서 향후 국내 바이오산업의 부침은 관련 기업들의 신약 개발 성패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