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가 반환점을 돌면서 각 인물들의 성장도 눈에 띄고 있다. 6화에서는 학생에서 의사로 신분이 바뀐 윤복과 홍도가 첫 걸음부터 삐걱거리고, 의욕 넘치게 펠로우 생활을 시작한 겨울에 쉽지 않은 하루를 보내는 나날이 그려졌다. 특히 수술 장비인 '리차드슨'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함께 안타까움을 안겨 주었다.
산부인과 수술에 참여하게 된 홍도는 민하로부터 석형이 '리차드슨 아웃'을 외치면 환자와 아기의 안전을 위해 기구를 환자 밖으로 빼는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수술장에서 석형이 '리차드슨 아웃'을 외치자 수술 도구를 들고 그대로 수술방을 나가는 실수를 저지른다.
리차드슨은 수술 시 두꺼운 복막을 견인하는 도구 중 하나다. 수술장에서는 리차드슨과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용도, 크기, 신체 적용 부위에 따라 수많은 기구들이 존재한다.
드라마에서 홍도와 같이 아직 의료현장에 익숙하지 않으면 그것을 구분하고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김진희 이대서울병원 수술실 파트장의 도움말로 수술 과정에서 쓰이는 수술 도구에 대해서 알아보자
수술이 시작되면 환자를 수술하기 알맞게 체위를 변경하고 수술 부위를 소독한 후 멸균포로 환자를 덮는다. 이 과정에서는 소독제를 뭍인 솜을 집는 포셉과 멸균포를 고정하는 클램프가 사용된다.
포셉은 일반적인 집게 모양으로 조직 또는 기관을 받치거나 집거나 누르는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모양, 용도, 고안한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수술 시작과 마무리까지 전반에 걸쳐 사용한다.
클램프도 포셉과 마찬가지로 수술 전반에 걸쳐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기구다. 주요 기능은 멸균포나 다른 수술 기구를 고정하는 것이다. 혈관을 고정할 때도 사용한다.
수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일명 ‘메스’로 불리는 절개 도구를 이용해 수술 부위로 접근한다. 메스는 손잡이 부분과 칼날이 분리되어 있다. 칼날은 일회용이며 수술 과정에서 날이 무뎌져서 수시로 교체를 하면서 사용한다. 최근에는 출혈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기를 이용한 소작기를 활용하기도 한다.
피부 절개를 통해 수술 지점에 도달하면 수술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절개된 피부를 고정하기 위해 견인기를 사용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언급된 리차드슨도 견인기의 종류 중 하나로 수술 보조 의료진이 직접 고정하기도 하고 기구 스스로 고정하는 구조를 가진 것들이 있다.
수술 도구의 종류가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필요한 도구들을 한데 묶어 하나의 세트로 관리하고 있다. 어떤 수술을 하는지, 환자의 상태는 어떠한지, 집도의는 누구인지 개복 수술인지 혹은 복강경 수술인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춰 담당 간호사가 수술 도구 세트를 준비한다.
수술 후에는 두 명 이상의 간호사가 수술 중 사용한 각종 도구와 거즈, 니들, 칼날의 숫자를 세는데, 이는 혹시나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재사용이 가능한 수술 도구는 병원의 중앙공급실에서 세척과 멸균 과정을 거쳐 다음 수술을 위해 다시 세트로 포장된다.
김진희 이대서울병원 수술실 파트장은 “외과 수술의 오랜 역사만큼 수술 도구를 정리한 책자가 수권에 달할 만큼 광범위하다”면서 “생명과 직결되다 보니 지속적인 교육과 철저한 관리로 환자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