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 베타, 감마, 델타에 이어 델타 플러스까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변이 바이러스가 속출하며 가까스로 백신 접종을 통해 형성해가고 있는 집단면역의 효과과 무력해질까봐 각국 보건당국이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델타 바이러스 등이 코로나19의 지배종이 될 것으로 전망하며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델타바이러스는 변이 전 코로나19에 비해 전파력이 2.7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옷깃만 스쳐도’ 감염된다는 표현이 나온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명명법과 주요 변이의 감염력 등과 전파 현황 등을 알아본다.
주로 쓰이는 명명법은 크게 4가지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작년 3~7월에 가장 많이 쓰였던 것은 2006년에 세워진 GISAID(global initiative on sharing avian influenza data, 전세계 조류인플루엔자 정보 공유 모임)가 명명한 방법들이었다.
예컨대 중국 우한 유래 바이러스는 S그룹, 유럽형은 G그룹, G룹에서 갈라져 나온 GH(이태원클럽 유행)와 GR(부산 감천항 입항 러시아 선박 선원 감염), 한국 등 아시아에서 발견된 V형 등이었다. 이밖에 현재는 O, L, GV 등 총 8개 그룹이 있다. 최근엔 GRY 변이도 추가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6월 1일부터 변이 바이러스의 공식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 변이 바이러스를 그리스 문자로 줄여 부르기로 했다. 처음 검출된 지역에 대한 오해와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데다가 복잡한 이름들이 일반인에게 이해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예컨대 예전에 GR/501Y.V1로 명명했던 GRY 변이는 알파변이로, GR/501Y.V3는 감마변이로, GH/501Y.V2는 베타변이, G/478K.V1는 델타변이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
WHO는 변이 바이러스를 지정한 순서에 따라 지난해 12월 18일에 명명된 영국발 변이(작년 9월 첫 검출)는 ‘알파’, 같은 날 남아공화국에서 확인된 변이 바이러스(작년 5월 첫 검출)는 ‘베타’, 작년 11월에 첫 검출돼 올해 1월 11일에 변이로 지정된 브라질 변이는 ‘감마’로 명명했다. 작년 10월에 처음 발견돼 올해 4월에 기승을 부린 인도발 변이는 ‘델타’다. 그리스 문자 24개를 모두 쓸 정도로 변이가 출현하면 다른 이름 체계를 만든다는 게 WHO의 입장이다.
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관심을 가질 만한 변이(Variants of Interest, VOI), 우려할 만한 변이(Variants of Concern, VOC)로 나눠 변이를 관리하고 있다.
현재 심각도가 높은 우려변이(VOC)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변이다. 델타 변이는 올해 4월 4일까지만 해도 관심변이(VOI)였으나 전염력이 강해지고 전세계로 확산하자 지난 5월 11일 VOC로 등급이 올라갔다.
WHO 기준으로 관심변이(VOI)로는 엡실론(미국 발 2021년 3월 5일 지정), 제타(브라질 발 3월 17일), 에타(여러나라 3월 17일), 세타(필리핀 발, 3월 24일), 이오타(미국 발 3월 24일), 카파(인도 발 4월 4일), 람다(페루 발 6월 14일) 등이 지정돼 있다.
PANGO(Phylogenetic Assignment of Named Global Outbreak) 계보(lineages)란 명명법이다. 게놈 서열을 비교해 컴퓨터로 이름을 할당하는 것이다. 알파벳 숫자가 일치할수록 게놈이 비슷한 것이다. 예컨대 중국의 S그룹은 A.1~A.6로 명명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이 주된 게놈서열 비교의 잣대가 된다. 반면 유럽형(G, GH, GV, GR 등)은 전부 B.1로 첫머리가 시작되며 변이에 따라 부호가 세분화된다. 또 브라질 발 변이는 P.1 또는 P.2 계열이다. 페루 발 변이는 현재 C.37로 명명돼 있다.
각 균주를 차세대 균주 방식(Nextstrain clades)으로 명명하기도 한다. 항원성에 중점을 둔 것으로 예컨대 S그룹은 19B, L·O·V형은 19A, G형은 20A, GH형은 20C, 20G, 20H, GR형은 20B, 20D, 20J, 2OF, 20I 등이다. GV는 20E로 20A(G형)에서 유래됐다.
변이 바이러스는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통해 생긴 면역력을 깨뜨릴 수 있어 우려된다. 변이가 안 된 코로나19의 전파력이 100이라면 알파변이 전파력은 160~170, 델타변이는 272 수준이다. 델타변이는 기존 코로나19보다 2.7배 감염이 잘 된다.
델타변이(AY.1 또는 AY.2 또는 B.1.617.2.보다 전파력이 더 강한 ‘델타 플러스 변이’(AY.1 또는 B.1.617.2.1)도 출현했다. 델타 플러스는 중화항체를 무력화하거나 회피할 수 있게 돕는 베타 변이의 특성인 ‘K417N 돌연변이’ 까지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델타 플러스는 지금까지 인도와 영국, 미국, 러시아, 포르투갈, 스위스, 네팔, 중국, 일본 등 11개국에서 발견됐다. 인도에서는 4만5000명 중 48명에서 발견됐다. 미국에서도 검출됐지만 아직 우세종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는 델타 변종이 세계에서 가장 우세한 변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델타 변이는 더 빨리 복제되고 더 쉽게 퍼지며 폐 세포 수용체에서 더 강력하게 결합할 수 있다.
아직 논문으로 작성되지 않았지만 인도의 양대 연구소인 CSIR-Institute of Genomics and Integrative Biology(CSIR-IGIB) 및 국립질병통제센터(National Center of Disease Control)에 따르면 돌파감염(백신 접종 후 감염)은 델타변이에 의한 게 76%, 카파변이에 의한 게 8%, B.1 계통 변이에 의한 게 나머지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인도는 델타변이 확산으로 하루에 50만명이 감염되는 등 황폐화됐지만 여기서 진화한 델타 플러스 변이가 득세한다면 그 심각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델타변이가 약 25%를 지배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일부 지역은 40%를 웃돌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다만 델타 플러스는 아직 준동할 정도는 아니다.
변이를 억누르기 위해서는 유효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급하게 백신 접종률을 높여 집단면역을 형성해야 변이의 출현이나 확산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게 WHO나 세계백신연합(Global Alliance for Vaccines and Immunization, GAVI)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사망과 위중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