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주노동자의 코로나19 의료정보 문해력은 높지만 의료서비스 접근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는 이같은 내용의 국내 이주노동자의 코로나19 의료정보 문해력 및 의료접근성 조사결과를 3일 발표했다.
센터는 코로나19 상황에서의 국내 이주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정책적 제언을 위해 2021년 2월부터 3월까지 서울 경기 지역에서 비전문취업(E-9)자격을 보유한 이주노동자 278명과 무등록 체류 이주노동자 250명 등 총 528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행했다.
이번 조사는 구조적인 설문지를 이용한 개별 면접조사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코로나19에 대한 의료정보 문해력 △코로나19 확산 이후 의료서비스 접근성 △코로나19로 인한 근로 및 소득 변화 등에 대해 물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이주 노동자들의 코로나19와 관련 기본적인 건강정보를 이해하고 건강 문제에 대한 적절한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인 건강 문해력 수준은 종합 3.88점(5점 기준)으로 높은 편이었으며 예방법과 자가격리자 생활수칙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98.9%, 94.1%가 인지하고 있었다.
무등록자들의 전체 건강 문해력 수준은 3.93점으로 E-9 비자 체류자의 3.84점보다 높았으며 세부 차원별 정보 접근성·정보 이해도·위험 판단 능력·자기의사 결정 능력 모두 무등록자들이 E-9 비자 체류자들보다 점수가 높았다. 이는 무등록자들의 장기 체류 기간에 따른 높은 수준의 한국어 실력으로 문해력 수준이 더 높게 나타난 걸로 추측됐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48.1%로 특히, 무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 기본적 의료보장이 미흡한 상태였다. 무등록 이주노동자의 문해력이 E-9 비자 체류자 비해 더 높은 반면 건강보험이 없어 의료 서비스에 접근성은 실질적으로 떨어졌다.
또한 의료 서비스와 관련해 건강에 이상을 느낄 때 가장 먼저 약국을 방문하는 비율은 41.5%로 가장 높았으며 전체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의료시설은 약국은 47.5%, 동네 의원은 33.9%로 높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해 이주노동자 응답자의 44.9%와 31.6%가 각각 근무 시간 단축과 평균 월 76.8만 원의 수입원 상실을 경험했다고 응답해 경제적 어려움이 우려됐다.
김웅한 센터장은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이주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과 사회의 차별적 시선에 대한 스트레스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주민과 같은 의료취약계층을 사회안전망의 보호로부터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하기 위한 구조적인 대책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주노동자의 건강권에 관한 연구는 국제보건의 가장 중요한 개념인 건강 형평성(Health Equity) 증진을 위한 제도적 및 정책적 제언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