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유전자 돌연변이 암과 관련해 연구 중인 신약 후보물질을 환자들에게 투여한 결과 암이 줄어드는 효과뿐만 아니라 내성을 일으키는 유전자 및 내성 극복 전략까지 찾아낸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태원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팀은 종양 발현 유전자인 RAS와 RAF 변이가 발생한 암 환자 135명에게 벨바라페닙(belvarafenib)을 투여한 1상 임상시험결과 악성 흑색종과 대장암 환자에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특히 RAS 변이의 일종인 N-RAS 돌연변이가 있는 악성 흑색종의 경우 약 20~40% 환자에서 암이 줄어들었으며 RAF 변이의 일종인 BRAF 돌연변이가 있는 악성 흑색종과 전이성 대장암의 경우 약 33%의 환자에서 암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는 김태원 교수와 쉬바 말렉(Shiva Malek) 제넨텍 박사·홍용상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이지연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신상준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 등이 참여했다.
몸속에서 생체 신호를 전달하는 RAS와 RAF 단백질이 변이돼 정상보다 과발현되면 종양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RAF의 한 종류인 BRAF 유전자 돌연변이는 피부암의 일종인 악성 흑색종과 전이성 대장암에서 잘 알려진 치료 표적 유전자 돌연변이다.
따라서 관련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일부는 실제 임상에서도 사용되고 있으나 약제 내성이 발생해 약효 지속 기간이 길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김태원 교수팀을 포함한 국내 7개 기관에서 한미약품이 개발해 2016년 제넨텍에 기술 수출한 신약 후보물질인 벨바라페닙을 실제 환자들에게 임상시험을 통해 투여한 결과 글로벌 제약회사가 개발한 약제들을 넘는 효과가 나타났다.
또한 벨바라페닙에 내성을 보이는 암 세포주를 만들고 벨바라페닙을 투여한 암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내성 기전을 연구한 결과 RAF 유전자의 한 종류인 ARAF 유전자 돌연변이를 새롭게 발견했다.
ARAF 유전자 돌연변이가 벨바라페닙의 내성 기전 중 하나이며 현재 처방되고 있는 다른 약제인 MEK 저해제와 병합 투여 시 이런 내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도 밝혀냈다.
김태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항암제의 단점을 극복하면서 암 치료 영역을 획기적으로 넓혔다는 점에서 세계 최초 신약으로 분류될 수 있다”며 “현재는 병용 투여 임상시험과 NRAS, RAF 변이 암종에서 추가적인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 저널인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