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한 세계 제약강국으로 떠오르는 인도는 요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다. 26일(현지시각)엔 하루 신규 확진자가 35만2991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하루 사망자도 2812명으로 기존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3월초에 하루 확진 환자 1만5000명선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해 종교행사 등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난 게 화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에서 개발되고 있는 백신은 아랑곳없이 전진하고 있다. 인도혈청연구소(Serum Institute of India, SII), 바라트바이오텍(Bharat Biotech), 자이더스카딜라(Zydus Cadila), 바이올로지컬E(Biological E. Limited), 인도면역학(Indian Immunologicals), 마인백스(Mynvax) 등 6개사가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중 앞서 3개사가 주목할 만한 기업이며, 자이더스카딜라는 2종을 개발하고 있다.
2020년 4월 8일 현재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은 115개 후보로 이 중 78개는 진행 중이며 나머지 37개는 파악되지 않았다. 78개 중 73개는 물질 탐색 또는 전임상 단계 중이라고 4월초 과학잡지 ‘네이처’에 전염병대비혁신연합(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s, CEPI) 팀은 분석, 게재했다.
이밖에 인도의 제노바바이오파마슈티컬(Gennova Biopharmaceuticals Limited), 닥터레디스랩(Dr. Reddy’s Laboratories Ltd) 등도 백신의 생산 및 개발에 관여하고 있다.
바라트바이오텍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오큐젠(Ocugen)이 공동 개발 중인 ‘코박신’(Covaxin) 코로나19 백신이 인도의 2차 유행을 일으킨 변이를 무력화할 수 있음을 보여줘 인도에게 적잖은 희망을 주고 있다.
B.1.617이라고 불리는 인도 변종은 E484Q와 L452R 등 2개의 돌연변이를 포함하는 비교적 새롭고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 변종이 최근 인도에서의 감염 수 급증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변이종의 점유율은 이달 들어 혈액염기서열 분석 결과 최대 52%로 증가했다. 지금까지 호주, 독일, 아일랜드, 벨기에, 뉴질랜드, 싱가포르, 나미비아, 영국, 미국 등 최대 20개국이 B.1.617 사례를 보고했다.
인도에서는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V’, 바라트바이오텍의 코박신,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비실드’(Covishield) 등 3개 백신이 허가됐다. 코박신과 코비실드는 신속한 방역을 위해 올 1월 3일 긴급사용승인을 얻었다. 오히려 화이자, 모더나, 존슨앤드존슨의 코로나-19 백신은 허가되지 않고 심사를 받고 있다.
출판전 논문 게재 사이트인 ‘바이오릭시브’(bioRxiv)에 발표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코박신은 B.1.617을 중화시킬 수 있어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현재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나라에 희망을 주고 있다.
이 연구는 코로나-19에서 회복된 17명의 개인으로부터 혈청 샘플을 대상으로 감염 변이를 중화시키는 데 필요한 항체의 수준을 조사했다. 이들은 각각 B.1.1.7(영국 변이 2명), B.1.351(남아공 변이 2명), B.1.1.28.2(브라질 변이의 일종 2명), B1(11명)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환자들이다.
코박신을 투여한 환자에서 얻은 혈청 샘플(항체)에서 얻은 데이터와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사람들의 혈청을 대상으로 비교한 결과 양자간에 B.1.617에 대한 유사한 중화능력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소규모로 아직 동료심사 논문에는 게재되지 않았다.
26일 아침 백악관은 인도에 백신 생산 원료를 공급하고 진단검사 키트, 인공호흡기, 개인 보호장구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적인 차원도 있지만 세계의 백신생산 공장이 멈춰서는 것을 바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를 후원해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에 오쿠젠(나스닥 OCGN)의 주가는 23일 종가 9.63달러에서 26일 종가 11.59달러로 20.35% 상승했다. 앞서 백악관은 25일 미국이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에 필요한 특정 원료를 인도에서 찾아내 즉시 인도 제약사들이 구할 수 있게 됐다는 희소식도 전했다.
오큐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기 위해 바라트와 코박신 상용화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본래 습성 노인성 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변성 등 안과질환 전문 제약사로 협약에 따라 미국 수익의 45%를 갖기로 했다.
오큐젠은 지난 2월 2일 바라트 백신의 미국 상용화를 위해 협약을 맺었다. 바라트 백신은 올 1월 인도에서 긴급사용승인을 얻었으며 2만5800명을 대상으로 3상 임상이 진행 중이다. 지난 주, 3상 시험 데이터를 중간 분석한 결과, 이 백신은 경증~중등도의 코로나19 감염에 78%, 중증 코로나 감염에 100%의 방어 효능을 입증했다.
경증~중등도의 예방백신 효과는 첫 번째 중간분석에서 나온 81%보다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결과는 여전히 유망하며 미국 시장에 백신을 들여오는 것의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샨카 무수너리(Shankar Musunuri) 오큐젠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코박신이 입원을 포함한 심각한 코로나19를 100% 예방함으로써 이 대유행의 진행을 약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나타난 효과에 기반해 무증상 코로나19 감염의 확산을 크게 제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미국 시장에 코박신을 도입해 코로나19로부터 생명을 구하기 위한 해결책의 일부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인도는 전세계 백신 생산량의 60%를 담당하고 있다. SII는 연간 15억도스의 백신을 생산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도에서 생산되는 47종의 백신을 해외수출용(공공조달용)으로 승인했다.
인도는 코로나19와 관련, 전체 인구 13억5000만명의 60%에 해당하는 백신을 접종하고 수출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WHO가 주관하는 국제백신협력 프로그램인 ‘코백스’(COVAX)를 통해 세계 최빈국에 백신을 공급할 계획이다. 인도가 개발하는 백신은 적어도 중국의 시노백 또는 시노팜이 개발한 백신보다는 유효성과 안전성 면에서 나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도입 가능성을 놓고 저울질하는 러시아 백신이 떠오르기 전까지는 러시아 백신보다도 나은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중국이 동남아 국가와 인접 국가를 대상으로 자국산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무기로 과도한 압박과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상황에 인도 백신은 이를 저지하는 중화제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대웅제약은 2009년 국내 제약사로는 처음으로 인도 남부 내륙의 ‘백신의 수도’라 불리우는 하이데라바드(Hyderabad) 지역에 의약연구소를 설립했고 현재 뭄바이 지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인도 및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