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수장에 조슈아 샤프스타인 유력 … 코로나19 관련 심사 폭증 … 쓸데없이 길고 많은 환자 필요한 임상시험 설계 수정해야
세계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대유행과 씨름하는 가운데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화이자와 모더나 등 2개의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하기 위해 결단을 내려했다. 또 입증되지 않은 치료제를 승인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엄청난 압력을 받으며 미국민 나아가 세계인의 이목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이런 압박은 미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계속 급증함에 따라 여전히 가실 줄 모른다. 이러한 압박의 대부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는 20일(현지시각) 취임하는 조셉 바이든은 FDA에 새로운 관리자를 앉힐 게 확실하다. 이는 때로는 미풍에 그치는, 또는 광범위한 정책의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 기간 동안 여러 차례 FDA 지도부와 싸워온 모기관인 보건복지부(HHS)에도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할 것이다. 트럼프의 임기를 며칠 남기지 않은 최근에도 HHS 관계자들이 FDA에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새로운 정책을 강행하려고 시도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시간을 이길 자는 없다.
FDA는 최근 몇 년 동안 약물 승인 속도와 빈도를 높이면서 일각에서 심사관들이 충분히 주의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누가 임명되느냐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의 주도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어느 정도 주도권을 쥘 수 있다.
로비 회사 BGR 그룹의 보건 및 생명과학 부문의 공동 책임자인 레미 브림(Remy Brim)은 작년 12월 14일 ‘선견 정책’(Prevision Policy)이 후원하는 가상 바이오파마 회의에서 “수년 동안 더 빨리, 우리는 약간의 진자가 변화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브림은 “특히 민주당 행정부 하의 FDA는 제품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이 입증되기 전까지는 제품이 안전하고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신약 승인이 6개월이나 1년 지연되는 게 해롭다는 입장을 취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첫 해를 규정하는 FDA가 마주한 5가지 이슈를 점검해본다.
바이든은 누구를 FDA 총괄국장(위원장)으로 지명할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FDA 총괄국장(위원장)인 스콧 코틀립(Scott Gottlieb)과 스티븐 한(Stephen Hahn)은 비교적 꾸준한 지도자였다. 한은 논란이 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 릴리의 항체치료제,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 등) 허가를 내달라는 트럼프의 압력에 굴복했지만 모더나와 화이자-바이오엔텍이 개발한 백신에 대해서는 FDA의 숙고를 맹렬히 옹호했다.
한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속에 대응할 연속성을 갖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새 위원장을 임명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조지 H.W 부시 대통령과 빌 클린턴 대통령 산하 FDA 위원장을 지낸 데이비드 케슬러(David Kessler)가 바이든 정권 인수팀에 모습을 드러내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FDA 관료였던 루치아노 보리오(Luciano Borio)와 리사 버클레이(Lisa Barclay)도 이 팀의 일원이다. 그러나 의약전문지 바이오센츄리(BioCentury) 보도에 따르면 케슬러는 FDA 위원장 임명 경쟁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망에 오른 다른 사람은 고틀립과 마가렛 햄버그(Margaret Hamburg), 마크 맥클렐란(Mark McClellan) 등 3명의 전직 위원장들이다. FDA 내부에서는 에이미 아베르네티(Amy Abernethy) 수석 부위원장(총괄 부국장)도 거론되고 있다. 또 과거 아베르네티의 직책을 맡았던 조슈아 샤프스타인(Joshua Sharfstein)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의 공공보건 실천 및 지역사회 참여 부학장도 입에 오르고 있다. 샤프스타인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메릴랜드주 보건정신위생부 장관을 지냈다.
작년 11월 16일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코웬(Cowen)의 분석가인 릭 와이젠스타인(Rick Weissenstein)은 10년 전 FDA를 떠난 샤프스타인이 복귀해 FDA 문제에 계속 관여하는 게 이 분야의 최선의 지명(指名)이라고 썼다. 그는 “우리는 샤프슈타인과 같은 선택이 FDA의 연속성을 의미하고 약물 개발자들에게 긍정적인 환경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최상의 결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산적한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업무
작년 12월 2주 동안 두 개의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허가한 것은 기념비적인 일이였지만, 그 일은 끝나지 않았다. 감염 환자가 병원 안팎에서 생존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실험적 항바이러스제와 항체에 대한 심사가 계속되는 동안, 3개의 추가적인 백신(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노바백스)도 곧 승인을 뒷받침하는 후기 단계(3상)의 연구 결과를 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FDA는 이들 백신이 임상에서 성공할 경우 화이자와 바이오엔텍, 모더나 백신과 마찬가지로 각 백신에 대한 자문위원회를 소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중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것으로 간주됨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이다.
리제네론과 릴리는 자사의 코로나 항체 치료제를 긴급사용승인에서 정식 승인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일련의 검토 작업은 약물 사용 대상자를 늘려보려는 제약사들의 노력에 의해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리제네론과 릴리의 항체치료제는 모두 비교적 적은 수의 환자를 얻은 결과로부터 승인을 받아 논란이 됐다. 더 큰 피험자를 대상으로 나온 데이터는 약물의 효능에 대한 결론을 바꿀 수 있으며 검토자에게 곤란한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다년간-대규모 임상시험 설계를 바꿀 수 있는 강력한 사례들
1년도 채 안 돼 임상시험 설계부터 긴급사용승인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진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밀어붙이기 위한 대규모 시험과 치료제의 효과를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신속하게 평가하기 위해 진행된 별도의 시험은 반드시 대규모 또는 다년간의 연구가 능사가 아니라는, 다시 말해 필요없다는 것을 입증했다.
특히 영국의 RECOVERY 시험(애브비의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정’(Kaletra,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lopinavir·ritonavir),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덱사메타손등의 효능을 간단하게 단기간에 평가한 임상시험)은 한두 개의 긴급 공중보건 질문만 하는 간단한 임상시험이 몇 주 혹은 몇 달 안에 어떻게 답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 연구는 칼레트라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무용하고 값싼 덱사메타손이 오히려 효과적임을 드러냈다. 모더나의 백신을 평가한 미국 정부의 COVE 시험도 비슷한 일을 했다.
2020년의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분명 의약품 심사관들이 임상시험 설계와 그들이 수행한 속도에 대해 더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고무시켰다. 평상시에는 이같은 압력이 심사에 미치지는 않겠지만 이번 경험은 앞으로 임상시험에 대한 감독 당국의 감독에 일말의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암과 희귀질환의 경우, FDA는 약품 개발자들과 함께 단기간에 치료효과가 발휘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실험을 설계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RECOVERY와 COVE는 더 광범위한 공중 보건 질문에 같은 방식으로 적용될 수 길이 열렸음을 의미한다. FDA는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과 같은 주요질환에 대한 신약 연구가 어떻게 가속화될 수 있는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유전자치료제 규제 움직임 어떻게 조정할까
FDA가 바이오마린파마슈티컬(BioMarin Pharmaceutical)의 혈우병 A 유전자 치료제 신약후보물질인 ‘록타비안’(Roctavian, 성분명 발록토코젠 록사파보벡 Valoctocogene Roxaparvovec, 옛 상품명 발록스 Valrox)의 승인을 갑작스레 거부한 것은 다른 유전자 치료제 개발자들에게 FDA의 제조 공정에 대한 정밀조사 기준이 엄혹해진 게 아니냐는 시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FDA의 유전자 치료제 심사센터의 책임자인 윌슨 브라이언(Wilson Bryan)은 이 엄격한 감시가 ‘현장 실사 활동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거칠게 추정했다.
록타비안의 거절은 예상 밖이었다. 이전의 두 유전자 치료제인 로슈의 ‘레버선천성흑암시(Leber congenital Amaurosis, LCA)’ 유전자치료제인 ‘럭스터나’(Luxturna, 성분명 Voretigene neparvovec-rzyl)와 노바티스의 척수성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 치료제인 ‘졸겐스마’(Zolgensma 성분명 오나셈노진 아베파보벡, Onasemnogene abeparvovec)이 큰 논란의 여지 없이 승인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졸겐스마 승인은 나중에 데이터 조작 스캔들로 망가졌다.
바이오마린에 따르면, FDA의 우려는 후기 대규모 임상단계의 초기 데이터가 초기의 소규모 연구보다 다소 약한 치료 효과를 보여 록타비안 편익의 지속성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또 혈우병에서 환자들은 이미 이용할 수 있는 많은 기존 약물을 갖고 있는데 FDA가 위험 대비 이익을 산정하면서 계산법이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다른 의약품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유전자 치료제를 투여할 때 충족되지 않은 의학적 수요는 무엇을 의미하나?” 브림은 바이오파마 모임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전자치료는 한번 환자가 받으면, 결코 되돌릴 수 없다.”
브라이언에 따르면 유전자 치료제를 위한 1000건 이상의 임상시험승인(IND) 신청서가 이미 FDA에 제출됐는데, 이는 FDA에 대한 심사 수요가 시간이 갈수록 증가할 것임을 의미한다.
처방의약품생산자수수료부담법(PDUFA) VII 개정판
제약사가 FDA 의약품 심사에서 부분적으로 수수료를 납부하는 처방의약품생산자수수료부담법(PDUFA)은 5년마다 시효가 소멸하며, 의회가 이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위해 새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현재 Ⅵ 버전은 2022년 9월 30일 만료될 예정이어서 7차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작업이 이미 진행 중이다.
과거 의회의 PDUFA 프로그램의 재인가로 인해 FDA는 약물 승인 결정에 대한 더 엄격히 심사 마감일을 정해야 했으며, 혁신치료제 지정과 같은 신속한 승인 경로도 만들었다. 이 법은 의회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기간 자세히 주시해온 FDA의 문제점을 변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브림은 “FDA가 코로나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우리가 어떤 유형의 정책 추진자들을 보게 되느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FDA의 주요 요청은 유전자 및 세포 치료제 심사 부서의 인력을 보강하기 위한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FDA는 실험용 약물이 개발에 쓰이게 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적응형 연구(adaptive studies 부작용 등 실험 도중에 문제가 생기면서 프로토콜(임상규정)의 파라미터(평가지표)를 가변적으로 수정하는 연구)와 같은 새로운 임상시험 모델에 대한 연구를 확장해야 할지도 모른다.
제약회사들은 심사기간을 더욱 단축하기 위해 신속한 검토 경로와 관련된 서류 작성 업무를 효율화하려 애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