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과 당뇨병 사이에 강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에 더 잘 걸리고 대상포진 후 합병증으로 통증이 나타나는 비율도 더 높다는 것이다.
대상포진은 두개골 신경이나 배근(背根) 신경절에 잠복해 있는 바리셀라 조스터 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 VZV, 수두바이러스)가 재활성화돼 발생하는 고통스러운 신경질환으로, 바이러스는 해당 피절(節)로 퍼진다.
대상포진은 젊은층보다는 노인, 남성인보다는 여성, 유색인보다는 백인, 양성 가족력이 있는 사람, 태아기(자궁 내) 혹은 유아기에 수두 접종 이력이 있는 사람, 면역시스템이 손상된 개인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인도 뉴델리 바르티(Bharti)병원의 산자이 칼라(Sanjay Kalra) 내분비내과 전문의와 같은 도시 북델리당뇨병센터(North Delhi Diabetes Centre)의 아스타 촐라(Aastha Chawla) 당뇨병 전담의사는 이같은 연구보서를 2016년 8월 파키스탄의학협회지(Journal of the Pakistan Medical Association)에 게재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상포진 발병 비율이 당뇨병을 가진 환자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ZVZ 관련 세포 매개 면역력이 현저히 낮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대상포진 후 통증(합병증)은 당뇨병을 가진 환자들에게 더 흔했다.
연구팀은 당뇨병 치료제인 디펩티틸 펩티다아제(dipeptidyl peptidase, DPP) 억제제 등 특정 약물이 대상포진의 위험을 높인다고 추정했다.
현재 대상포진 환자에게 당뇨병 검사를 권고하지는 않지만 연구 저자들은 대상포진 진단에서 포도당 수치 검사를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스성 고혈당증을 배제하기 위해 진단 1주일 후에 두 번째 검사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2015년 9월 미국 옥스퍼드대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당뇨병 환자가 대상포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45% 높았다. 대상포진을 앓은 후 신경통으로 이어질 확률도 20% 높았다. 대상포진은 수두를 앓았던 사람의 몸속에 수두 바이러스가 남아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활성화돼 수포·근육통 등을 유발하는 병이다.
문지연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가 대상포진에 잘 걸리는 이유는 면역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며 “당뇨병이 있으면 혈당을 조절하려고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게 되고 면역세포에 할당되는 에너지가 줄어 힘이 약해지면서 수두 바이러스가 몸을 공격하기에 좋은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면역력이 약해 바이러스를 제대로 제압하지 못하면 바이러스가 감각신경절(감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곳)에 잘 침투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더 잘 생기게 된다고 덧붙였다.
신경통이 생기면 통증으로 괴로울 뿐 아니라 혈당조절도 더 어려워져 당뇨병이 악화된다. 그 이유는 심한 통증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고, 신체 활동량이 줄어서다.
문지연 교수는 “당뇨병 환자가 대상포진에 걸리면 초기부터 관리를 철저히 해 신경통으로 이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며 “당뇨병 환자는 대상포진 예방 백신 권장 연령인 60세가 안 됐더라도, 백신을 맞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