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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 방지용에서 ‘배려’의 상징이 된 마스크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0-04-03 16:08:16
  • 수정 2020-04-03 16: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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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F 80이면 생활방역용으론 넘치는 스펙, 천마스크로도 충분 … ‘역지사지’와 ‘공동 善’의 계기
마스크(mask)는 얼굴을 가리는 것, 가면, 탈, 코와 입을 덮는 방한용품 또는 의약외품, 불쾌하거나 유해한 물질을 차례하는 행위, 얼굴 생김새(용모), 미용 팩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단어다.

과거에 환절기 감기철이나 황사철에나 주목받던 마스크가 올 2월경부터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생활필수품이 됐다. 신종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열에 둘셋이 쓰더니 지금은 십중팔구 쓴다. 이른바 KF80, KF94 규격 마스크는 방역마스크·보건마스크·황사마스크로도 불린다. KF는 Korea Filter의 약자다.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기준이다. KF80은 0.6㎛ 크기의 입자를 80% 이상 걸러낸다. KF94와 KF99는 0.4㎛ 크기의 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차단한다.

미국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산업보건안전연구원(national institute for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NIOSH)이 정한 N95, N99, N100 규격이 있다. 여기서 N은 national에서 따온 것이다. KF 기준이 황사나 미세먼지 걸러내기에 주안점을 둔 것이라면 NIOSH 기준은 의료용·산재방지용이다. N95, N99, N100은 0.02~0.2㎛의 입자를 각각 95%, 99%, 100% 차단한다.

흔히 알기 쉽게 KF94와 N95가 비슷하다고 얘기한다. 일반인은 물론 의사, 약사 등 전문가도 그렇게 얘기한다. 미세먼지 차단율이 94%, 95%로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걸러내는 입자 크기가 NIOSH 기준이 훨씬 작으므로 당연 N95가 훨씬 차단력이 높다. 게다가 입을 막는 마스크의 모양새나 끈의 타이트함은 KF94가 N95를 따라가지 못한다. 

헷갈리는 쉬운 것은 의료용(Surgical) 마스크가 KF94나 N95보다 차폐력이 높을 것 같지만 의료용은 의사의 침이나 비말이 환자에게 전달되지 못하도록 쓰는 것으로 오히려 차폐력이 낮다. ‘Surgical mask’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N95 마스크(N95 Respirators)는 NIOSH가 만든 기준이다. 두 기준을 모두 충족하면서 양 기관이 동시에 인증한 규격이 ‘Surgical N95 Respirators’이다. 

일반적인 세균 입자의 크기는 1~10㎛, 일반 바이러스는 0.1~100㎛,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0.08~0.12㎛, 코로나19는 0.01~0.08㎛이다. 수술용 마스크의 기준은 3㎛ 입자를 얼마나 차단하느냐이며 레벨1, 레벨2, 레벨3로 올라갈수록 차폐력이 강하다. 레벨2와 레벨3는 박테리아여과능력(Bacterial Filtration Efficiency, BFE)이 95% 이상이다. 

우리나라 환경부가 설정한 미세먼지 기준은 10㎛ 이하, 초미세먼지 기준은 2.5㎛ 이하다. 0.3~2㎛ 사이의 입자는 가장 마스크나 집진기로 잡아내기 힘들어 전문가들은 이를 최고흡수가능입자(the most penetrating particle size, MPPS)로 부른다. 어떤 세균이나 바이러스든 단독 입자로 공기에 부유하는 경우에 오래 살 수 없다. ‘비말’이란 은신처에 실려야 호흡기나 입 등으로 침투할 수 있다. 비말의 크기는 3~4㎛ 수준이어서 KF94나 N95를 뚫고 들어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N95는 제대로 쓰면 숨쉬기조차 힘들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진자나 의심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는 의사라면 쓰는 경우가 의외로 드물다. 많은 국민은 KF80 이상만으로도 충분하다. 부직포 마스크나 천 마스크로도 부족하지 않다. 국민 대다수가 ‘생활방역’으로 마스크를 쓴다. 

그 기저에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는 말아야지, 만약 코로나19가 공중에 있어도 억지로 호흡하지 않는 바에야 마스크 조직을 뚫고 들어올리야 있겠느냐는 생각이 깔려 있다. 하지만 그 착한 생각은 과학적 사실과도 부합해 마스크의 그 얇은 천 조각이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초병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가끔 엘레베이터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들어오면 약간은 섬칫 놀란다. 거꾸로 가까운 거리라고 별 생각도 없이 나왔다가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자신만 착용하지 않아 민망하고 죄스러운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게 바로 공동체를 우선하는 배려이고 코로나19를 이겨내는 협응심이다.

“그 탤런트 ‘마스크’가 좋아”에는 잘 생긴 사람에 대한 선망과 시샘이 담겨 있다. “그 사람 철면피야”하면 염치 없는 사람의 비양심적 비도덕적 행위를 비난하는 것이다. ‘타이거 마스크’와 ‘스파이더맨 마스크’는 악당을 물리치는 의인으로 비쳐지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그 가면이 약간의 거부감을 주는 게 사실이다. 여자에게 마스크는 미용 팩이나 LED 마스크를 가리키는 애칭이다. 피부를 곱고 예쁘게 가꾸려는 극성스러움이 묻어나는 어감이다. 

요즘 마스크에 가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눈빛을 본다. 쌍꺼풀 수술을 하지 않은 여성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 한국 여성의 눈빛이 이렇게나 예뻤나 싶을 정도로 놀란다. 반면 쌍꺼풀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나라 남성들은 본래 무뚝뚝한데다 표정도 없어 마스크 쓴 모습이 벗은 것만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기자의 주관이다. 

외꺼풀이어도 맑고 참한 눈빛은 마스크를 썼어도 아름답다. 배우 박소담·김고은, 피겨스케이터 김연아 등이 그렇다. 서구 백인들이 한국 등 동아시인의 짝 찢어진 몽골리안 눈을 인종차별적으로 비하하는 경우가 많지만 황사 등을 이겨내기 위해 진화한 산물인지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지…. 원숭이는 대부분 쌍꺼풀을 갖고 있다. 

말이 어눌해도, 거짓말을 해도 눈빛은 속이지 못한다. 어눌해도 진실한 사람은 눈빛으로 알아볼 수 있다. 사실이 아닌 말을 입에 담는 눈빛은 흔들린다. 고 최무룡 영화배우는 눈빛 연기로 수많은 여성팬을 사로 잡았다. 그래서 마스크는 내면의 선함과 아름다움을 눈빛을 통해 관찰해볼 수 있는 심미안을 가져다줬다.

공사장에서 분진이 날리는데도 방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일하는 노동자를 많이 봤다. 호흡기 답답하고 덥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자도 작년까지만 해도 미세먼지가 조금만 심해지면 마스크를 챙기는 사람을 보고 유난을 떤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요즘 장시간 써보니 입안이 마르지 않아 목이 까끌까끌한 게 덜해졌다. 더욱이 도시 건물의 실내는 한여름에조차도 에어컨을 틀어서 일년 내내 건조하지 않은가. 다만 아무리 양치질을 잘 한다해도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자신의 입냄새를 맡는 것은 유쾌한 일이 못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 사태 초기에 마스크는 전혀 쓸 필요가 없다더니 최근엔 자국내 공장을 총가동하고도 모자랄 것 같아 한국과 중국에 좀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마스크 착용이 신종 코로나 확산 저지에 기여했는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신종 코로나 탓에 마스크 값이 들고 매일 챙겨야 해 번거롭지만 인생을 돌아보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배려를 알게 된 득이 있다. 마스크란 단어에게도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더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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